최근 IT 기기 액세서리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줄지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케이스를 선보이고 있는 추세. KT 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IT 액세서리 시장은 전년(2445억원) 대비 두 배(약 5000억원)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면서 이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액세서리 제품군 구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핸드폰 줄’로 통칭되던 자그마한 IT 액세서리 시장이 지금은 케이블, 파우치, 가방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서울 청담동의 셀렉트 숍 ‘10꼬르소 꼬모’에 가보면 디지털 액세서리 섹션이 아예 따로 마련돼 있다. 트렌드 세터들에게 디지털 패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명품 편집숍 ‘분더숍’에는 최고급 IT 액세서리 브랜드 메종타쿠야가 입점했다. 메종타쿠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최고급 악어가죽, 버팔로 가죽 등을 이용한 제품을 주문· 판매한다. 아이폰 케이스만 20∼30만원대에 이르지만 찾는 사람은 점점 늘고 있다.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이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될 순 없는 법. 대신 폰 케이스나 헤드폰 같은 주변 기기들을 제대로 선택하는 센스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품절 아이템
루이비통 아이패드 케이스 / 스위프트 송아지 가죽 소재의 에르메스 아이패드 스테이션
IT 액세서리 시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다. 리미티드 에디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젊은 해외 디자이너의 컬렉션, 유명 브랜드의 디지털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스타일과 스토리가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디지털 기기의 화두는 단연 태블릿 PC다. 액세서리도 마찬가지. 태블릿 PC 케이스는 크게 가죽 소재로 된 것과 알루미늄 방열판으로 제작된 것들이 대세다. 특히 명품 브랜드들의 액세서리는 IT 제품 가격의 두세 배를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다. 루이비통이 선보인 아이폰과 아이패드 케이스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입고와 동시에 품절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브랜드 로고 플레이 프린트가 되어 있는 루이비통은 고급스러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루이비통 지갑과 백을 하나쯤 갖고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같은 로고 디자인으로 IT 액세서리까지 구색을 맞춰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멀버리 역시 아이폰3G와 4, 아이팟 터치 등 애플의 모바일 기기 전 기종을 모두 넣을 수 있는 가방 형태의 패션 아이템을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어깨에 메는 형태와 허리에 차는 형태 두 가지가 있어 실용성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구찌도 블랙베리, 아이폰, 아이패드 케이스 등을 판매해 트렌드 세터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구찌 고유의 로고 패턴을 보여주는 아이템이 그중에서도 제일 잘 나간다. 에르메스 역시 고급 가죽 브랜드답게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가죽 소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케이스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가죽을 엮은 듯한 아이템으로 개성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보테가 베네타도 가죽 소재의 IT 액세서리 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외에 토즈의 클래식하고 우아한 베이지 캐러멜색 케이스도 직장인들의 핫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샤넬이 출시한 케이스는 무려 1555 달러, 한화로 약 182만원에 이르는데 이 역시 줄을 서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젊은 디자이너 가운데 ‘원숭이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인 폴 프랭크 역시 아이폰 3GS의 인기를 몰아 아이폰4 케이스를 출시했다. 하드형 타입으로 제작된 케이스는 슬림한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 처리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와 다양한 컬러감 때문에 연령대 구분 없이 사용하기에 무난하다.
명품 브랜드 제품 뿐 아니라 국내 패션 업체들도 고급화 전략을 내걸고 IT 액세서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일모직은 IT 액세서리 브랜드인 아이잘을 론칭해 갤럭시탭을 비롯한 아이패드, 아이폰4 전용 액세서리까지 제작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잘은 최근 악어, 타조, 도마뱀 등 다양한 소재를 수작업으로 만든 ‘이탈리안 시크’ 라인을 선보여 젊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MCM도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클래식 스타일과 토니 모양 장식이 들어간 귀여운 느낌 두 가지의 아이폰3G용 케이스를 판매 중이다. 금강제화의 비제바노도 아이패드와 맥북에어 커버, 아이폰 케이스를 판매 중이다. 해당 제품은 소가죽으로 정장에 어울리게 제작됐으며 아이폰 전용 케이스는 흠집에 강한 철망 엠보와 크로커 패턴 가죽을 사용했다. 레노마 또한 아이폰4와 갤럭시S 전용 케이스를 내놨다. 스크래치에 강한 소가죽 소재를 사용했고 편한 그립감을 강조했다. LG패션 닥스 액세서리도 최근 스마트폰 케이스를 출시했다. 가죽과 인조가죽 두 종류로 가격대에 비해 디자인과 컬러가 고급스럽다. 어마어마한 고가의 제품이 부담된다면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5만원대 중후반 태블릿 PC 케이스들도 예쁜 것들이 많다. 그 중에는 핸드메이드 펠트지로 된 파우치 스타일 혹은 데님 파우치도 독특하다.
또한 나무로 된 디지로그 스타일도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멋을 위해 참을 수만 있다면 하나쯤 장만해도 좋은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태블릿 PC 케이스를 선택할 때 유의할 점은 북 스탠드 장치가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케이스를 장착했을 때 무게감과 부피감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도 꼭 따져봐야 한다.
아트·음악·디자인과 만나 진화하는 IT 액세서리
메종 타쿠야의 아이패드, 아이폰4 케이스
최근 패션과 문화 전반에서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콜라보레이션’이라 하겠다. 콜라보레이션은 사전적인 의미로 ‘협업’을 가리킨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반영이라도 한 듯 아이폰, 아이패드 액세서리 시장까지 콜라보레이션의 인기가 한창이다. 평범하고 딱딱한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패션과 아트, 음악, 문화를 만나 새롭게 진화하는 중이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이 바로 ‘인 케이스’의 스마트폰 케이스 ‘앤디 워홀(Andy Worhol)시리즈’다. 앤디 워홀 작품이 그동안 패션·뷰티 분야의 제품들과 협업한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IT 액세서리 제품으로는 최초였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앤디 워홀의 대표적 작품인 바나나 스크린 프린트, 플라워 프린트, 달러 사인 등이 프린트된 스냅 케이스와 맥북 파우치, 숄더백 등이 한정 생산되고 있어 희소성 가치까지 더해졌다.
이와 더불어 인 케이스의 엘리 키시모토(ELEY KISHIMOTO)와 콜라보레이션 한 제품도 선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엘리 키시모토는 영국의 마크 엘리(Mark Eley)와 일본의 와카코 키시모토(Wakako Kishmoto)의 브랜드로 유니크한 디자인과 프린트, 다채로운 컬러가 특징이다. 특히 엘리 키시모토는 1990년대 초반부터 루이비통,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맥퀸, 질샌더 등과 같은 전 세계 톱디자이너들과 작업해왔다. 엘리 키시모토만의 유니크한 플래시 프린트를 가미한, 13인치 맥북 프로 슬리브와 아이폰 슬라이더 케이스, 그리고 아이패드 슬리브를 선보인 것. 현재 ‘10 꼬르소 꼬모’에서 판매 중이다.
인 케이스는 엘리 키시모토 라인 외에도 미국의 진보적인 스트리트 스케이터 폴 로드리게즈(Paul Rodriguez)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P-ROD 컬렉션’을 매 시즌마다 선보이고 있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C.R. StecykⅢ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휴대폰 케이스 전문회사인 아이커버 역시 최근 ‘아이폰4 키스해링 분리형 케이스’를 선보였다. 미국의 유명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사회적인 이슈를 그만의 톡톡 튀는 컬러와 유머로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이번에 선보인 케이스는 기존 방식인 후크(hook)로 상하판의 케이스를 연결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후크업이 본체와 결합된 형태로 블랙, 화이트, 레드, 블루, 옐로우, 핑크 등 여섯 가지 컬러로 구성됐다.
올림푸스도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와 협업해 렌즈 교환식 카메라 ‘펜(PEN)’의 전용 카메라백 패키지를 출시했다. 가죽 소재의 와인 패키지와 PVC 소재의 네이비 패키지 2종으로 나왔다. 하프케이스(카메라받이)로도 사용이 가능한 카메라 케이스와 렌즈 케이스, 배터리 등을 넣는 소품 케이스로 다양하게 구성돼 용도에 따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IT 제품도 ‘간지’ 나야 잘 팔리는 시대
메종 타쿠야의 아이패드, 아이폰4 케이스
배터리팩과 가방도 IT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스마트폰은 갈수록 얇아지고 가벼워지는 반면 사용자들은 동영상 감상 등 배터리 소모율이 높은 사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터리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스마트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팩이 등장했다.
최근 벨킨과 소니가 배터리팩 신제품을 출시했다. 소니는 2000mAh 고용량 리튬 이온 충전 배터리를 내장한 휴대용 스틱 USB 충전기를, 벨킨은 각각 1000, 2000, 4000mAh 용량의 파워팩 시리즈 3종을 선보였다.
가방 역시 노트북 수납을 위한 백팩과 사이드백은 물론 태블릿 PC용 슬리브, 파우치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여러 모바일 기기를 수납할 수 있는 다용도 가방도 다양하게 선보여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이외에도 스타일을 더해주는 IT 제품들도 비즈니스맨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헤드폰이다. 헤드폰의 요즘 대세는 역시 ‘닥터드레’다. 중저음을 즐기기에 탁월하게 좋을 뿐더러 자기 나이보다 일곱 살 어려보이는 디자인 감성을 원하는 30~40대에게 어필한다.
박태환 선수가 시합 직전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음악을 들을 때 착용해 더 유명해진 헤드폰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철 시즌을 맞아 업체들이 연이어 헤드폰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애플 액세서리 업체 인케이스가 지난 10월 ‘인케이스 오디오’를 론칭하고 이어폰 및 헤드폰을 출시했다. 전 세계 IT 액세서리 1위 업체 벨킨도 헤드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들에겐 기능과 더불어 장난감과도 같은 디지털 기기. 하지만 이제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이 담긴 나만의 IT 기기, 액세서리가 그 빈틈을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