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은 원래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 이름이다. 불어로 ‘Mont. Blanc’인데, ‘하얀 산’이란 뜻으로 산 정상이 만년 백설(百雪)로 뒤덮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산 이름보다 더 유명한 것이 ‘몽블랑(Montblanc)’ 브랜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몽블랑’을 치면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유명 필기구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할 정도다.
몽블랑은 지난 1906년 세상에 나온 이래 지금껏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산 정상에 쌓인 흰 눈을 형상화한 몽블랑의 ‘화이트 스타(흰색 별)’ 로고는 10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몽블랑 워치는 크라운(태엽)에 새겨진 화이트 스타 로고만으로도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몽블랑이 시계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 1997년으로 불과 15년이 채 안됐지만, 그 짧은 기간 내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시계’라는 명성을 얻으며 높은 인지도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전통 수공 방식 고수로 얻어낸 성공
(상단) 스위스빌르레에 있는 빌르레 매뉴팩처. 150년 전통의 시계 연구소 미네르바 인스티튜트 건물에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몽블랑이 고급 시계 영역에서 짧은 시간 내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정공법을 구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몽블랑은 먼저 고급 시계의 메카인 스위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선 스위스 시계의 정밀함이 요구하는 높은 기준에 따라 전통 수공 방식으로 시계를 만들어 낸 것. 몽블랑 시계는 모두 수공으로 조립되며, 각각의 기능과 부품은 정확한 제작 공정을 거치고 재점검하는 과정을 무수히 거친다. 그 과정들을 모두 통과해야만 비로소 화이트 스타 로고가 부착된다.
애초부터 정통과 전통을 고수하려는 몽블랑의 의지를 알 수 있는 게 자체 공장의 보유다. 고급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의 제품의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기준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몽블랑은 스위스 시계 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진 르로클에 시계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엔드(High-end) 워치 제조에 특화된 빌르레에도 시계 공장을 갖고 있다.
르로클 매뉴팩처는 1906년에 아르누보 스타일로 지어진 고저택을 몽블랑이 인수해 그 구조와 전통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최신 설비를 도입한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이곳에서 지난 2008년 몽블랑의 자체 기술력만으로 완성된 최초의 자사 무브먼트(시계의 핵심동력장치)를 만들어 냈다. 몽블랑의 ‘스타 니콜라스 뤼섹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Star Nicolas Rieussec Monopusher Chronograph)’ 워치가 그것. 해당 무브먼트는 매뉴얼 와인딩 방식의 ‘MB R100 칼리버’와 오토매틱 와인딩 방식의 ‘MB R200 칼리버’, 두 가지로 생산되고 있다.
이 워치의 다소 긴 제품명은 1821년 최초로 크로노그래프를 발명한 인물인 니콜라스 매튜 뤼섹을 기리며 붙여졌다. 당시 뤼섹이 만들었던 최초의 크로노그래프는 무브먼트를 담은 나무 케이스 위로 회전하는 2개의 다이얼이 장착된 시계다. 이 크로노그래프는 말 경주에서 각각의 말들이 달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스타 니콜라스 뤼섹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초기에 뤼섹이 발명했던 크로노그래프와 같이 핸즈(시계바늘)는 수직으로 고정되어 있고 아래 다이얼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시간을 표기하는 독특한 타입이다. 크로노그래프의 역사를 근간으로 독자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 타 크로노그래프 제품과 명백히 차별된다.
그리고 모노푸셔 기능을 갖추고 있어 크로노그래프는 8시 방향에 있는 하나의 버튼으로 작동, 정지, 리셋의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시계의 케이스는 수공예 작업으로 완성된다. 다이얼 앞면과 뒷면 모두 반사 방지 코팅된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사용돼 케이스 뒷면의 창을 통해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움직임과 파워 리저브 게이지를 감상할 수 있다. ‘스타 니콜라스 뤼섹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는 몽블랑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시계다.
스위스 빌르레 지방에 위치한 빌르레 매뉴팩처에서는 몽블랑에서 나오는 하이엔드 워치만을 제조한다. 이곳에는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숙련된 최고의 시계 제작 기술을 갖춘 장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미세하고 철저한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최고급 시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 스타 니콜라스 뤼섹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매뉴얼 와인딩 방식의 MB R100 칼리버가 장착되어 있으며, 전체 18K 레드골드의 케이스로 제작됐다. 이 컬렉션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으로 핸즈가 고정되어 있는 동안 디스크가 회전하는 전통적인 칼럼 휠 오퍼레이션 방식의 크로노그래프와 함께 모노푸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 블랙 컬러의 인덱스로 장식된 베이지 컬러의 다이얼에 선명한 푸른빛의 핸즈가 어우러져 있으며 시간을 표시하는 1부터 12까지의 숫자 안쪽으로 1부터 31까지 날짜를 표기하는 숫자 다이얼이 있다. 스트랩은 브라운 컬러의 악어가죽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 스타 니콜라스 뤼섹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와인딩 방식의 MB R200 칼리버가 장착되어 있다. 스틸 소재의 케이스에 블랙 컬러의 인덱스로 장식된 다크 그레이 컬러의 다이얼에 실버 컬러의 핸즈가 어우러져 있다. 3시 방향에는 날짜를 나타내는 디스플레이 창과 함께 왼쪽에는 낮과 밤을 나타내는 창이 있다. 스트랩은 블랙 컬러의 악어가죽 소재를 사용했다.
[김지미 /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차장 jime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