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 스타일링 포인트로 포켓 스퀘어가 떠오르고 있다. 각양각색의 넥타이로 착장을 마무리하던 비즈니스맨들이 이제는 행커치프(handkerchief·손수건)를 접어 재킷 주머니에 꽂는 것으로 스타일링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포켓 스퀘어가 멋 내기 좋아하는 남자들만의 아이템이었지만 지금은 지하철 출근길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아이템이 됐다. 남자들은 슈트를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켓 스퀘어를 고민한다. 재킷의 가슴주머니라는, 눈에 띄는 위치에 꽂는 포켓 스퀘어는 접는 방법도 다양해 슈트를 입는 남자들에게는 브로치 같은 역할을 한다. 아직 포켓 스퀘어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제부터 포켓 스퀘어를 이용한 스타일링 재미에 빠져도 좋을 것 같다.
품격 있는 신사의 이미지
제일모직 갤럭시의 슈트와 왼쪽 가슴의 포켓 스퀘어
포켓 스퀘어의 역사는 14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음식을 흘리거나 재채기가 나올 때 재빨리 처리하기 위해 가슴에 꽂는 실용을 목적으로 한 아이템이었다. 17~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은 포켓 스퀘어에 향수를 뿌려 불쾌한 냄새가 나면 코에 대곤 했다. 실용적인 아이템인 포켓 스퀘어가 패션의 영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신사의 가슴에 꽂힌 포켓 스퀘어가 여인들의 귀걸이 같다고 종종 표현한다. 검정 드레스에 귀걸이 하나 했을 뿐인데 우아한 숙녀로 바뀌는 여자들의 변신을 비즈니스맨들은 멋스러운 포켓 스퀘어 한 장으로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왼쪽 가슴에 있는 포켓은 포켓 스퀘어를 위한 것이라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사실 정치인들 가운데 포켓 스퀘어를 전략적으로 자주 활용하는 멋쟁이들이 꽤 많았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정계에 입성한 홍정욱 의원은 예전부터 포켓 스퀘어 마니아였다. 그는 정치인들 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편이기 때문에 포켓 스퀘어를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는 한편, 경험이 적은 젊은 정치인 이미지보다 클래식한 신사의 이미지를 패션을 통해 강조해왔다. 일본의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여름에도 늘 포켓 스퀘어를 고집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한여름에도 넥타이를 매고 포켓 스퀘어를 착용하는 하토야마의 신사 이미지는 분명히 일본 유권자 사이에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포켓 스퀘어는 비즈니스맨들에게도 신사의 이미지를 주는 아이템으로 사랑받아 왔다. 캐주얼한 차림을 즐기는 빌 게이츠도 공식 석상에서 만큼은 포켓 스퀘어를 즐겨 착용해 신사로서의 패션 철학을 은근하게 드러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역시 포켓 스퀘어를 자주 활용하는데 그는 우리나라 CEO들 가운데서도 단연 손꼽히는 트렌드 세터다. 그가 착용하는 아이템과 브랜드는 CEO들 사이에서 늘 회자되고 유행이 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백화점의 중요한 행사에 참석할 때는 포켓 스퀘어를 잊지 않는다. 가장 품격 있는 백화점 오너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는 스타일링이라고 볼 수 있다.
남성용 액세서리 브랜드 클리포드에 따르면 포켓 스퀘어나 보타이 등 액세서리 매출이 점점 증가하면서 브랜드 매출 신장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로 인해 요즘 남성복 매장에서 포켓 스퀘어가 부착돼 나오는 재킷도 부쩍 눈에 띈다. 게다가 포켓 스퀘어를 판매하는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재킷·타이의 소재와 컬러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
제일모직 갤럭시 코트와 포켓 스퀘어
그렇다면 어떤 포켓 스퀘어를 구입해 매치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나라 비즈니스맨들은 기본적으로 블랙, 그레이, 네이비 컬러의 재킷을 즐겨 입기 때문에 어떤 포켓 스퀘어를 해도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켓 스퀘어를 처음 구입한다면 각 브랜드의 스테디셀링 아이템을 선택하면 실패 확률이 적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로고 패턴이 들어간 실크 포켓 스퀘어나 까날리의 네이비 컬러 트리밍 포켓 스퀘어는 선물로도 평상시 스타일링으로도 무난한 제품들이다. 닥스의 브라운 컬러의 포켓 스퀘어도 가을과 겨울에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매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란스미어 매장 한편에 자리 잡은 다양한 컬러의 실크 포켓 스퀘어는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선사한다.
최근 남성복 브랜드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다양한 포켓 스퀘어를 선보이고 있는데 초보자라면 단색 포켓 스퀘어부터 시작해 패턴이 있는 포켓 스퀘어, 그리고 강렬한 프린트의 포켓 스퀘어 순으로 도전하면 좋겠다. 특히 페라가모나 브리오니 등 명품 브랜드의 포켓 스퀘어는 한두 개 정도 가지고 있으면 중요한 미팅 등에 참석할 때 활용도가 높다. 또한 포켓 스퀘어를 고를 때는 슈트와 타이의 색상, 형태와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다. 예를 들어 네이비나 블랙 슈트에는 클래식한 페이즐리 문양의 타이나 세련된 느낌의 레지멘털 타이를 매되, 포켓 스퀘어는 타이와 같은 계열의 단색으로 고르면 된다는 얘기다.
그레이 핀 스트라이프 슈트와 화이트 셔츠, 자잘한 패턴의 타이 조합에도 역시 타이와 같은 색상의 포켓 스퀘어를 착용하면 클래식한 멋을 더할 수 있다. 짙은 브라운의 슈트라면 베이지 컬러나 옅은 그레이 컬러의 포켓 스퀘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고 그레이 컬러의 슈트에는 조그만 화이트 도트 패턴이 들어간 블랙 포켓 스퀘어가 기본적으로 잘 어울린다.
최근 들어 노타이를 권장하는 직장도 많아졌는데 스타일링 포인트 요소가 없는 노타이 차림일 경우 포켓 스퀘어를 하면 한결 세련돼어 보이고 보다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줄 수 있다. 타이가 아닌 슈트에 맞춰 포켓 스퀘어를 선택하고 싶다면 슈트보다 좀 더 연한 컬러의 포켓 스퀘어를 고르는 것이 좋다. 소재의 선택도 중요하다. 실크 소재는 어떤 자리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적고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는 소재이기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이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요즘 같이 기온이 뚝 떨어지는 초겨울에는 두꺼운 실크나 울 소재의 포켓 스퀘어를 매치하면 따뜻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보타이도 포켓 스퀘어와 함께 착장하면 딱딱한 정장 분위기에 트렌디한 멋을 배가할 수 있다. 검정색 계열의 보타이를 착용하는 턱시도에 흰색이나 은색 계열의 포켓 스퀘어를 꽂아 넣는 게 정석이다. 모임에서 화려함을 드러내고 싶다면 패턴이 들어간 색채감이 강한 보타이에 전혀 다른 색상의 포켓 스퀘어를 조합하는 방법도 있다.
장소·용도에 따라 접는 방식도 특색 있게 연출
포켓 스퀘어를 즐겨하는 유명인사들. 1. 이건희 삼성 회장 2.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포켓 스퀘어를 연출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사각 형태로 세 번 접는 ‘스퀘어 엔디드 폴드(Square-ended Fold)’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때 어울린다. 삼각형으로 접는 ‘트라이앵글 폴드(Triangle Fold)’는 영화 속 제임스 본드가 애용하는 스타일로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포켓 스퀘어 중앙을 들어 올려 반으로 접는 ‘아이비 폴드(Ivy Fold)’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처음 포켓 스퀘어를 스타일링 한다면 사각형으로 접어 세로로 길쭉한 모양을 만들어 플랫하게 집어넣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그 다음엔 삼각형으로 접어 모서리를 살리는 것, 풍성하게 입체감을 주는 것 순서로 도전해 보자.
포켓 스퀘어는 주머니에서 4cm 이상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게 기본이다. 또 공식 석상이나 결혼식장에서 윗주머니에 포켓 스퀘어 대신 꽃을 꽂는 것도 잘못된 연출이다. 꽃은 재킷의 깃 단추 구멍에 꽂는 것이 맞는 스타일링법이다.
패션에 자신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좀 더 과감한 연출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전혀 다른 패턴의 타이와 포켓 스퀘어를 착용하면 한층 돋보인다는 점을 기억하자. 체크 패턴의 타이에는 페이즐리 문양이 들어간 포켓 스퀘어를, 컬러풀한 타이에는 잔잔한 도트 패턴의 포켓스퀘어를 매치하면 이번 시즌 트렌드세터가 될 수 있다. 타이와 포켓 스퀘어를 보색으로 매치하면 주말 파티 웨어로도 적당하며 훨씬 경쾌해 보일 것이다.
보타이를 포켓 스퀘어와 매치할 경우, 블랙 보타이를 착용하는 턱시도에는 화이트나 실버 컬러의 포켓 스퀘어를 매치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링법이다. 화려함을 보여주고 싶다면 패턴이 들어간 컬러풀한 보타이에 전혀 다른 컬러의 포켓 스퀘어를 매치하면 된다.
포켓 스퀘어만큼 눈에 확 띄는 변신은 물론 개성이나 품격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 또 있을까. 월요일 오전, 미팅 스케줄이 다이어리에 메모되어 있다면 올 겨울 유행인 도트 프린트의 포켓 스퀘어를 가슴에 꽂아보자. 한 주 동안의 출발이 도트 프린트만큼이나 경쾌하게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