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부자 되기’에 관심 없는 사람은 드물다. 부자와 관련된 자기계발서나 재벌의 자서전이 당신을 당장 부자 아빠로 등극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만 여전히 부자에 대한 관심은 본능적으로 높다. 그러나 아무리 부자라 해도 하루에 밥 세끼 이상 먹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삶의 본질은 언제나 같다. 다만 슈퍼리치와 일반인들의 결정적 차이는 ‘질’이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있다. 하루 세끼를 먹는 사실은 같지만 매 끼니가 엄청난 특별함으로 구성돼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부자들은 언제나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따져가며 먹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가시간을 보내는 기간과 수준이 매우 드라마틱할 정도로 다르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이 치열한 삶을 산다. 엄청난 부를 지키기 위해 결코 게으를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상위 1%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결국 삶의 질을 중시하고 더 나은 삶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전해져 사회 전반으로 서서히 확산된다. 그리고 그것이 대중적으로 변질돼 유행이 되기도 한다.
물론 당장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합리적인 지출로 삶의 질이 업그레이드된다면 선뜻 한번쯤은 따라해 보고 싶은 게 요즘 대중들의 소비심리다. 특히나 패션 같은 일상에서는 더욱 손쉽게 럭셔리 라이프를 공유하고 따라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들처럼 요트를 소유할 순 없지만 멋진 요트 룩을 그들과 똑같이 입을 수 있다는 것. 이제 아무도 그것이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또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데 그리 벅찬 일도 아니다. 그럼 과연 슈퍼리치는 아니지만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얼추 따라 잡을 수 있는 아이템에는 무엇이 있을까? 부자들의 주말을 잘 살피면 그 해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부자들의 청바지, 럭셔리 데님
키톤
18세기 미국 광부들이 질긴 마차 텐트로 작업복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면서 데님의 역사는 시작됐다. 그래서 한동안 데님은 럭셔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데님, 청바지는 1950년대 산업화 물결 속에 젊은이들의 반항과 열정을 대변하는 평상복으로 자리 잡게 됐고 1980년대에 이르러 캘빈클라인이라는 세계적인 미국 디자이너가 디자이너 에디션으로 자신의 데님을 제안하며 그 가치가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0년대 중반 ‘게스’라는 청바지 브랜드에서 100달러가 넘는 최초의 럭셔리 데님이 대량 출시됐다. 그저 젊은이들이 막 입고 다녔던 캐주얼한 청바지는 데님 꾸뀌르의 별칭을 받으며 특별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결국 비싼 청바지에 점차 익숙하게 됐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세계적으로 유명 럭셔리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퉈 고가의 데님 아이템 라인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럭셔리 프리미엄진 열풍은 좋은 품질의 데님 원단을 사용해 각 부위별로 패턴을 더욱 섬세하게 신경 썼다. 옷을 입었을 때 몸의 라인이 살아나고 편안하기까지 해 고가라 해도 젊어 보이고 싶은 장년층 부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며 아주 잘 팔리고 있다. ‘지제냐’, ‘던힐’, ‘로로 피아나’, ‘폴스미스’, ‘프라다’, ‘얼진’, ‘세븐진’, ‘아크네’, ‘클루’, ‘제임스진’, ‘키톤’ 등에서는 젊은 층보다 젊은 마인드를 가진 돈 많은 35~45세를 주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 데님은 젊음의 상징을 뛰어넘어 ‘돈 많고 젊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상징으로 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 면에서 럭셔리 데님을 살펴보면 우선 한눈에 봐도 그 워싱의 느낌이 매우 다르다. 매우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데님과 달리 럭셔리 데님들은 비교적 워싱 상태가 얌전하며 보편적이다. 전혀 워싱을 하지 않은 생지 로우데님이 그 기본이며 스톤 워싱을 심하게 하더라도 바지 원단이 터질 정도의 브로큰 워싱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오일 워싱이나 더티 워싱처럼 지저분하게 보이는 워싱은 디자이너 럭셔리 데님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또 밑위를 살펴보면 젊은 층의 데님이 주로 로우 라이즈로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럭셔리 데님들은 주로 중간 이상의 밑위 길이로 재단돼 더욱 편하고 보수적이다. 럭셔리 데님, 어쩌면 당신의 주말이 럭셔리해질지도 모르겠다.
부담스러운 부자들의 시계, 하지만 스포츠 워치는!
IWC의 빅 파일럿 워치
구릿빛 피부에 적당한 근육이 자리 잡은 남성의 손목. 바로 그 손목을 감싸고 있는 시계는 남자의 패션 센스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자 자신감의 표현 아닐까. 시계는 남자들의 몇 안 되는 액세서리로 넥타이나 커프스 링크만큼이나 중요하고 그 사람의 취향을 디테일하게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특히 경제력에 따라 개인적 취향을 그대로 반영해 선택할 수 있어 사회적 지위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웬만한 집 한 채 값을 훌쩍 뛰어넘는 포멀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드레스 워치는 보통 사람들이 취향만 갖고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대신 슈퍼리치들이 주말 레저 활동이나 여행을 떠나 리조트에서 착용하는 다이얼이 크고 투박한 스포츠 워치는 드레스 와치에 비해 비교적 가격대가 넓고 다양해 꿈꿔 볼 수 있는 시계다. 파일럿들이 사용한다는 항공시계로 유명한 ‘브라이틀링’, 샤넬의 스포츠 시계 ‘J12’,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병사들이 애용했다는 ‘IWC’의 파일럿 워치, ‘롤렉스’ 스포츠 라인 등은 우선 외부 충격에 대한 내구성과 다양한 기능들이 숨어있으며 그 브랜드 스토리 또한 매력적이다. 이러한 스포츠 워치의 테마는 주로 승마, 요트, 골프, 비행 등의 부자들의 레저 스포츠에서 그 모티브가 출발해 자칫 그 착용이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믹스매치 스타일의 영향으로 정장에도 어려움 없이 잘 매치시킬 수 있다. 일상에서 전혀 튀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친절한 가격에 최고 부자들과 같은 시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사가 없어도 괜찮아, 세컨드카
뉴 아우디 Q7
아웃도어 룩과 평상복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져 가는 요즘 패션 트렌드처럼 SUV(Sport Utility Vehicle)가 꼭 오프로드를 달려야 하는 주말용 패밀리카는 아니다. 이제 데일리카와 주말에 타는 세컨드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뜻이다. 물론 슈퍼리치들은 여러 종류의 차를 수집하며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번갈아 운행한다. 상위 1%의 주말을 책임지는 세컨드카의 대세는 담백한 SUV나 SUV 컨셉트의 세단. 단 한대의 차량만 소유하고 있어도 당신은 부유하고 여유로운 취향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대부분의 드림카는 2인승을 기본으로 한 쿠페 혹은 컨버터블 형식이다. 뒷좌석이 있더라도 2명이 간신히 들어가는 좁은 면적이다. 몸을 비비고 괴로워할 아이들 모습을 생각하면 드림카로 선택하기는 힘들다. 가족 때문에 드림카를 포기해야 하는 가장들을 위해 ‘포르쉐 파나메라’는 최상의 선택이다. 포르쉐 최초의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카이엔이 그랬던 것처럼 파나메라는 하나의 차에 평일의 일상과 주말의 레저라는 두 가지의 컨셉트를 성공적으로 반영해 선택의 기쁨을 두 배로 주는 듯하다. 얼마 전 출시한 ‘아우디’의 스포츠세단 ‘뉴 A7’ 역시 우아한 디자인과 성능, 세단의 안락함, 아반트의 실용성을 모두 갖춘 고품격 5도어 쿠페 모델로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장거리 여행에도 문제없는 최상의 안락함을 함께 제공한다. 스포츠, 레저와 함께 평일 비즈니스용으로도 손색없는 슈퍼리치의 세컨드카. 당신의 애마로도 손색없다.
[황의건 / 오피스에이치 대표 h@office-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