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는 한국 남성들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결혼 예물로 승진했을 때 성공을 자축할 때 등 중요한 순간에 함께해서다. 유행을 좇거나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무장한 고급 시계들이 몰려와도 묵묵히 롤렉스만 찾는 계층이 여전히 있다.
그 이유는 롤렉스는 클래식하고 진중하고 묵직하며 무엇보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진정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클래식의 대명사가 된 롤렉스는 지난 100년 역사 동안 최첨단에 서 있었다. 새로운 기술로 매번 기록을 갱신했고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다. 롤렉스는 시작부터가 혁신 그 자체였다.
롤렉스가 처음 나오게 된 1900년대 초만 해도 지금은 사라진 회중시계가 손목시계를 대신했다. 손목시계를 차고 누군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여자 팔찌를 찬 것처럼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고 크기가 작아 회중시계만큼 시간이 정확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사업 수완이 뛰어난 독일 출신 시계업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가 시간만 정확하다면 회중시계를 앞지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1905년 그는 작지만 정확한 스위스산 무브먼트를 장착한 손목시계를 만들어 냈고, 짧고 부르기 쉽도록 롤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롤렉스 손목시계는 시계 역사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1970년대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를 버리고 일본제 전자시계로 바꿔 찼듯이, 당시 사람들은 회중시계 대신 롤렉스로 대변되는 손목시계를 차기 시작했다. 급기야 1930년대로 들어서면서 손목시계 생산량이 회중시계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다른 많은 시계업자들도 손목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롤렉스는 기술적인 면에서 그들보다 한 발짝 앞서나갔다.
‘최초’ 수식어로 기술력 입증한 시계들
롤렉스의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증거가 크로노미터(시간을 기록하는 장치)다. 1914년 당시 항해용 큰 시계에만 크로노미터 인증을 주던 영국 KEW천문대에서 손목시계로는 처음으로 롤렉스가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현재 전 세계 시계 브랜드 중 크로노미터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가 롤렉스이기도 하다.
롤렉스는 ‘최초의 방수시계’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1926년 시계의 내구성을 높여 실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이스터(Oyster)’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의 방수, 방진, 밀폐 시계를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했다.오이스터는 이음새가 없도록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든 케이스와 태엽을 감고 시간을 조정하는 시계의 용두(크라운)를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 형태로 2중, 3중으로 잠그도록 고안한 게 특징. 이를 통해 물과 먼지가 시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 1931년에 롤렉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또 한 번의 시도가 이어진다.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길 수 있도록 하여 시계가 영구적으로 작동하는 모든 현대 자동 시계의 자동 태엽 메커니즘의 원조가 되는 영구 회전자(Perpetual Rotor)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후 거의 모든 시계 브랜드들이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롤렉스는 1945년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기능이 있는 ‘데이트저스트(Datejust)’를 탄생시켰다. 1956년엔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데이-데이트(Day-Date)’ 등 지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특허를 획득하며 손목시계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롤렉스와 함께 한 역사적인 순간들
롤렉스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 /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롤렉스 본사
롤렉스 시계는 역사적인 순간들도 함께했다. 1927년 영국 런던에 여성 속기사였던 메르세데스 글리츠가 영-프 해협을 헤엄쳐 횡단할 때 롤렉스는 신제품 방수시계 ‘오이스터’를 그녀에게 협찬했던 것. 글리츠는 15시간15분에 걸쳐 영-프 해협 횡단에 성공했고 그녀가 착용한 롤렉스 시계는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오이스터는 물과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시계통 금속을 이음새 없이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시계 용두(크라운)를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 모양으로 이중 삼중으로 잠그도록 고안한 시계다. 언론은 평범한 여성의 위대한 도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신기하고 놀라운 방수시계도 함께 보도했다. 이후 롤렉스 효자 제품이 된 오이스터는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영구회전자 퍼페추어 기능을 추가했고,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 저스트,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데이-데이트 등 신기술을 더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현재 롤렉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시계가 바로 ‘오이스터 퍼페추어 데이트 저스트(스테인리스 스틸은 600만원 선)’다. 1953년 힐러리 경과 존 헌트 경이 인솔하는 등반대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을 때 롤렉스 오이스터는 등반대와 함께 있었다. 등반 중에 심한 충격이나 온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등반대원의 팔목에 감긴 롤렉스 오이스터는 계속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이처럼 롤렉스는 바다와 산 자연환경 정복에 나선 탐험가들의 손목 위에 건재하며 명성을 쌓아갔다.
100여 년 간 5명의 CEO가 이끌어
1927년 영국 런던에 여성 속기사였던 메르세테스 클리츠는 방수시계 ‘오이스터’를 차고 영-프 해협을 헤엄쳐 횡단했다.
롤렉스는 100여 년간 5명의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CEO에 의해 계승돼 오고 있다. 창업자인 한스 빌스도르프가 기술적 혁신으로 롤렉스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2대 CEO였던 앙드레 하이니거는 ‘명품은 기계식 시계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계식 시계 제조를 고집해 지금의 롤렉스의 명성을 만들어 냈다.
1960~70년대 쿼츠 기술(건전지로 구동되는 기술)을 이용한 값싸고 정확한 일본제 전자시계가 시장을 휩쓸면서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최대 고비를 맞았다. 많은 스위스 업체들이 전자시계로 전향하거나 도산했다. 하지만 롤렉스는 기계시계 제작을 고집했고 위기를 넘겼다. ‘타협하지 않는 최고급 시계’로서의 이미지를 더 확실하게 굳혔다. 이후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들은 디지털시계가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기계식 시계 제조에 중점을 두게 됐다. 3대 CEO인 패트릭 하이니거는 롤렉스 시계 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무브먼트 및 부품 100%를 스위스 롤렉스에서 자체적으로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모두는 오직 최고 품질의 시계를 만들기 위한 롤렉스의 경영 철학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2대 CEO는 앙드레 하이니거, 3대는 패트릭 하이니거,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브루노 마이어가 4대 CEO로 재직했으며 2011년 현재는 지안 리카르도 마리니가 5대 CEO로 재직 중이다. 롤렉스 기업은 설립자가 타계 전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 갖고 있으며 롤렉스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사회 환원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롤렉스는 ‘롤렉스 어워드’와 ‘롤렉스 사제 예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롤렉스 어워드는 1976년 롤렉스는 오이스터 출시 50주년을 기념하며, 진취적인 모험정신으로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과거의 업적에 대하여 평가하는 다른 회사 프로그램과는 달리 롤렉스 어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개인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롤렉스 어워드의 근본적인 취지는 상금과 부상이 아닌 이러한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또한 이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롤렉스 어워드의 5개 주요 수상 분야는 문화유산, 환경, 탐험과 발견, 기술 및 혁신, 과학 및 의학 등이다. 롤렉스 사제 예술 프로그램은 남다른 가능성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계 같은 분야의 거장들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공연 예술, 시각 예술 그리고 문학 부문의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국제적이면서도 인류애가 넘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을 1년 동안 사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