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참전(參戰)을 선언하며 시장을 선도하던 테슬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선 “제대로 자동차만 만들던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상 시장 점유율 1위를 향한 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기차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볼보 순수전기차 ‘XC40 리차지’
지난해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동력차(순수전기차+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대수는 전년 대비 44.6%나 늘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0년 주요국 전기동력차 보급현황과 주요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 정확히 294만3172대가 판매되며 전년보다 90만8286대가 더 팔렸다. 유형별로는 순수전기차(BEV)가 전년 대비 34.7% 증가한 203만여 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약 91만 대 판매되며 73.6%나 늘었다. 수소전기차(FCEV)도 8282대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었다. 특히 유럽 시장은 전년 대비 133.5% 증가한 129만 대가 판매되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기록했다.
브랜드별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테슬라였다. 총 44만2334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1%나 증가했다. 그 뒤를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가 각각 38만1406대, 22만2116대로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기아도 다섯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글로벌 7위였던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19만8487대를 판매하며 4위에 올랐다. 유럽 시장에서 5만 대 이상 팔린 ‘코나 일렉트릭’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민 결과였다. 과연 올해는 이 순위가 어떻게 달라질까. 자동차 업계에선 “이미 순위 변동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다. 완성차 업체들의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가 시작됐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IEA, 전기차 시대 진입으로 휘발유 수요 정점에 달해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첫 순수전기차 ID.3를 출시한 폭스바겐은 2028년까지 28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산하 고성능 브랜드인 포르쉐도 ‘911’ 모델을 제외한 나머지 라인업에 전동화 파워트레인 장착을 준비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친환경차 정책인 ‘앰비션(Ambition) 2039’를 공개하고 “향후 20년 내에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2039년까지 생산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새로운 전기차 ‘C40 리차지’를 공개한 볼보는 2025년까지 전 세계 판매의 50%를 순수전기차로 전환하고 나머지 모델을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모든 판매 차종을 순수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볼보는 전기차를 온라인에서만 판매한다는 전략도 공개했다. 일본의 도요타도 올해 전기차 전용 ‘e-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6종의 순수전기차를 선보인다.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2025년까지 30여 종의 새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캐딜락의 100% 전기차 전환 계획을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겼다. 포드도 2022년까지 전기차에 115억달러 이상을 투자한다.
전기차 비중을 높이는 완성차 브랜드도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탑재된 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출시했고, 기아의 ‘EV6’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29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PSA그룹은 지난해 전 차종의 약 50%를 전기차로 구성하기로 했다. 인도의 타타그룹 계열사인 재규어랜드로버도 모든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갖추기로 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기차 시장이 가장 활발한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이산화탄소(CO2) 배출 규제가 친환경차 개발과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EU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27% 감축하기로 했다. 규제를 맞추지 못하면 CO2 배출량이 1g 초과할 때마다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막대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전기차처럼 CO2를 배출하지 않거나 CO2 배출량이 적은 차량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미 세계 각국의 친환경정책과 지원에 맞춰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략과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며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 이제 자동차 시장의 강자들이 참전(參戰)하며 제대로 자웅을 겨루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제유가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휘발유 수요가 정점에 달했다”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는 향후 5년간 가솔린차의 연비향상과 전기차 시대 진입 등으로 인한 휘발유 수요 감소세가 개발도상국의 수요증가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2026년까지 글로벌 전기차가 6000만 대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완성차 역습에 테슬라 휘청?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테슬라로 대표되는 EV업체들이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다. 두 번째는 IT 강자들이다. 애플을 비롯해 폭스콘, 마그나, 소니, 바이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다.
자동차업계에선 “올해는 전기차 플랫폼을 갖추고 양산체제가 준비된 기존 내연기관 업체들의 반격이 매서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테슬라 등 EV업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온라인 판매와 직접 판매 등의 방식은 딜러를 통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 전략과 비교하면 확장성이 불분명하다”며 “직접 보고 테스트한 후 살 수 있는 순수전기차(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오던 테슬라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테슬라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다.
모건스탠리의 발표를 살펴보면 테슬라는 지난 2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69%에 불과했다. 여전히 독점적인 위치지만 지난해 2월 점유율은 81%나 됐다.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포드의 첫 전기차 ‘머스탱 마하-E’가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에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안전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현재 자율주행기능 오작동으로 의심되는 23건의 테슬라 차량 충돌사고에 대해 정밀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브랜드가 자랑하던 차별화된 자율주행기술이 순식간에 단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도 테슬라 차량의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테슬라가 차량 카메라와 센서로 수집하는 각종 데이터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군과 국영회사 임직원들에게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업계에선 국영기업과 정부기관이 대상이지만 민간 기업들도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슬라로선 큰 타격이다. 지난해 판매된 총 44만 대의 테슬라 전기차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25%나 된다. 여기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출도 피할 수 없는 난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해 한때 900달러에 육박하며 천슬라라 불리던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약 7%나 하락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주가 하락의 주원인 중 하나는 점유율 하락”이라며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은 2017년 25%에서 지난해 급상승했지만, 올해 63%, 2025년에는 40%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MW ‘i4’
▶IT 강자들과 완성차 업체의 합종연횡
글로벌 IT기업들과 완성차업체들의 연합도 전기차 시장 재편에 새로운 구도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자동차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소식 중 하나는 LG전자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 이하 마그나)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 Co.,Ltd)’을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빌리티 기술(Mobility Technology) 회사인 마그나는 1957년에 설립됐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 중 하나로 지난해 매출액 기준 글로벌 시장 3위 업체다. 동력전달장치 외에 섀시와 내·외장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풍부한 사업 경험은 물론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와 동력전달장치 분야의 통합 시스템 설계, 검증 등 엔지니어링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전기차 동력전달장치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인버터 등에 대한 기술과 제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는 친환경차와 전동화 부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 서로 최상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양사의 합작사가 애플 등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신규 고객사 수주에 한발 앞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월 22일 현재) 애플카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설에 썰을 더하며 진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전해진 건 대만 제조업체 폭스콘(Foxconn)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은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며 전기차 생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2월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Fisker)와 매년 25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해 주목받기도 했다. 애플카 생산에 대한 근거 있는 소문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제품의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는 애플이 애플카 또한 기존 협력업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런가 하면 중국 최대 검색업체 바이두도 자국의 완성차 업체 지리차와 전기차 사업에 나선다고 공식발표했다. 바이두가 IT기술을 제공하고 지리차의 EV전용 플랫폼과 공장시설을 이용하는 일종의 위탁생산 방식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도 상하이차, 상하이시 푸둥신구 정부와 함께 전기차 제조사인 즈지자동차를 설립했다.
폭스바겐 ‘ID.3’
▶아이오닉5로 전기차 왕좌 노리는 현대차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잰걸음에 나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우선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적용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국내 사전계약 첫날 총 2만3760대를 계약했다. 이는 2019년 11월 6세대 ‘더 뉴 그랜저’ 부분 변경 모델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인 1만7294대를 무려 6466대나 초과 달성한 것이다. 기아와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해 6월 기아 ‘카니발’ 4세대 완전 변경 모델의 첫날 사전계약 대수인 2만3006대를 700대 이상 앞선다. 이로써 아이오닉5는 국내 완성차와 전기차 모델을 통틀어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기록을 보유한 차로 등극했다.
지난 2월 25일 유럽에서 진행된 3000대 한정 사전계약도 물량의 3배가 넘는 1만여 명이 몰리며 하루 만에 계약이 마무리됐다. 현대차 유럽법인은 계약금 1000유로(약 136만원)를 받고 사전계약을 진행한 만큼 실제로 구매 의사가 있는 이들이 이번 계약에 대거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5의 외형 공개 후 해당 차량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관련 문의 건수도 23만6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레아스 크리스토프 호프먼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초고속 충전과 장거리 이동, 맞춤형 실내 공간 등을 두루 갖춘 아이오닉5가 동급 전기차 기준을 설정하는 ‘게임체인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5는 400V와 800V 멀티 충전 시스템을 갖춰 18분 안에 80% 충전이 가능하고 5분만 충전해도 100㎞를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지만 휠베이스가 300㎜로 대형 SUV ‘팰리세이드’보다 길어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다. 4월부터 국내 시장에 출시될 아이오닉5는 유럽에선 올 2분기 내에, 미국에선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올해 해외 시장을 포함해 총 7만 대의 아이오닉5를 판매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1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JW’(프로젝트명)도 오는 6월 외형이 공개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글로벌 주요 시장의 전 제품 전동화를 추진한다.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파생 전기차 12개 이상의 모델을 선보이고 연 56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 ‘EV6’
▶기아차, PBV 분야 글로벌 넘버1 되겠다
기아차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 첫 전기차 ‘EV6’의 내·외장 디자인을 공개하고 오는 7월 출시를 예고했다. 아이오닉5가 세단형 준중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라면 EV6는 중형 SUV 차량이다. 전면부는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 그릴을 적용해 기존 기아차의 상징이던 ‘호랑이 코’를 재해석했고 주행등은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전자 픽셀에서 영감을 얻어 빛이 떠다니는 듯한 ‘무빙 라이트 패턴’을 구현했다. 실내는 운전석 계기판과 오른쪽 내비게이션 등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돼 전면부를 매끄럽게 감싸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운전석 옆 중앙부 콘솔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형상으로 배치됐다. 특히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하고 햅틱 기술을 활용한 터치식 버튼을 대거 적용했다. 기아는 이번 EV6 디자인 철학을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라고 소개했다. 서로 대조되는 조형, 구성, 색상 등을 조합했다는 뜻이다.
기아는 지난 3월 22일 서울 양재동 기아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77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변경하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날 송호성 기아 사장은 “7월 출시 예정인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성공적 출시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전 차급에 걸쳐 전기차 라인업을 보유해 전기차 티어1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아가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에 대해선 “기존 차를 활용해 PBV 시장을 빠르게 개척하는 한편 오픈 이노베이션과 독자 플랫폼 개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넘버1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B2C는 물론 기업과 세계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B2B, B2G 사업에 걸쳐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오는 2030년 연간 160만대의 친환경 차량을 판매하고 전 판매량 중 친환경차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중 전기차는 연간 88만 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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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5’ 직접 타보니
유려한 디자인, 생각보다 넓은 실내, 오~ 좋은데…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생각보다 크다. 사진을 통해 접한 것보다 전장과 전고가 손바닥 하나 정도 컸다. 300㎜나 된다는 휠베이스는 뒷좌석에 앉으니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탑재돼 개방감까지 더해져 마치 오픈카를 탄 듯 실내가 훤했다. 지난 3월 17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아이오닉5 스퀘어에서 오는 4월 출시가 예정된 ‘아이오닉5’를 처음 마주했다. 이날 언론을 대상으로 실물이 공개된 ‘아이오닉5’는 양산형 차량이 아닌 용도차였다. 현대차 측은 “차량 반도체 부족과 노조와의 협상 등으로 3월 중 양산할 계획”이라며 “4월에는 소비자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아직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인데, 덕분에 전시된 차량이 2대에 불과해 직접 시승에 나설 순 없었다.
우선 아이오닉5란 명칭은 전기적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이온(Ion)’과 현대차의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를 조합하고 차급을 나타내는 숫자 ‘5’를 붙여 완성됐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아이오닉5 이후 6, 7 등 다양한 차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알려진 대로 이 차는 1974년에 공개된 ‘포니’의 디자인 유산을 계승했다. 실제로도 차체 모양과 전면부가 포니를 닮았다. 파라메트릭 픽셀로 마무리된 전조등과 후미등은 미래지향적인 이미지가 도드라진다. 이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오른쪽 후미에 자리한 전기충전구에도 적용됐다. 생각보다 큰 차체를 받치고 선 바퀴 역시 크다. 현대차의 전기차 중 가장 큰 20인치 타이어가
적용됐는데, 팰리세이드의 타이어와 같은 크기다.
▶차박에도 딱! 딱히 흠잡을 데가…
스마트키를 지니고 차에 다가섰더니 차 문에서 손잡이가 튀어나왔다. 테슬라 차량의 그것과 같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문을 닫고 시동을 걸거나 주행하면 손잡이가 다시 표면 안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운전석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니 스티어링 휠이 독특하다. 휠 뒤엔 컬럼 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SBW)가 자리했다. 주행 시 스티어링 휠과 주변 스틱으로 변속과 편의사양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듯 12인치 클러스터와 1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일체화한 실내 디스플레이는 깔끔하고 친숙하다.
이 차가 전기차라는 건 실내에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우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뒷좌석 양쪽 중앙이 평평하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생긴 공간이다. 덕분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을 최대 140㎜나 뒤로 보낼 수 있다. 운전석으로 승차해 조수석으로 하차할 수도 있는, 앞 열 공간이 넓어지는 셈이다. ‘유니버셜 아일랜드’라 이름 붙은 이 콘솔에는 15W 수준의 고속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위아래로 나뉜 트레이 구조를 갖춰 하단 트레이의 경우 노트북이나 핸드백을 수납할 수도 있다. 사이드 미러 자리를 카메라로 대체해 내부 OLED 모니터로 주변 차선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Digital Side Mirror)도 신통방통한 기능. OLED가 저온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에 LCD 대신 넣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좌석 시트는 그야말로 부드럽게 이동하고 편안하게 받쳐준다. 직접 경험해보니 현대차 측에서 ‘무중력 시트’라고 소개한 이유가 있었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은 등받이와 쿠션 각도를 최대로 조절하면 마치 누운 듯한 자세가 가능했다. 뒷좌석도 최대 135㎜나 전방 이동이 가능한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2열을 앞으로 완전히 접으면 뒤트렁크 부분까지 평평하게 연결돼 성인이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차박에 딱’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답게 차 안팎에 콘센트가 있는 것도 장점. 캠핑장에서 밥솥이나 전기난로, 드라이어 등 전기가 필요한 기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효율적인 주행성능, 5분 충전에 100㎞까지
아이오닉5는 72.6kWh 배터리가 장착된 롱레인지와 58.0kWh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두 가지 모델 중 선택할 수 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롱레인지 후륜 구동 모델의 경우 410~430㎞,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고 5분 충전으로 최대 100㎞ 주행이 가능하다. 롱레인지 사륜 구동 모델의 경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이 5.2초에 불과하다. 아이오닉5에는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충전기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을 가능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