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떠나는 20, 30대의 이유 있는 분노 “주거 안정도 제공하지 못하면서 부의 이동 통로만 막기에 급급”
문수인 기자
입력 : 2020.07.28 10:00:17
수정 : 2020.07.28 10:00:54
#프리랜서 음악인인 30대 A씨는 최근 한숨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크게 준 상태에서 하염없이 오르는 집값에 왠지 모를 박탈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이 월세 가격을 올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내 집 마련에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최근 집값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치적 중도였지만 지난 선거 때 보수 야당보다는 그래도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현 정권의 지지층에 표를 줬는데 지금은 후회를 한다. 뭐, 보수나 진보나 하는 모양새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야권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여 왔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4·15 총선 후 불과 세 달 만에 급락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7월 13~15일 전국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여론(51.7%)이 긍정적 시각(44.1%)을 크게 앞섰다. 이처럼 긍정보다 부정적 여론이 더 높은 이른바 데드크로스 상황이 발생한 것은, 특히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은 이 기관의 2월 넷째 주(2월 25~26일, 1514명 대상) 조사 이후인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조국 전 장관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첫째 주(53.1%, 11월 4~6일 1504명 대상)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긍정 비율이 조금 앞서긴 했지만 데드크로스 발생 직전이다. 한국갤럽이 7월 14~16일 3일간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를 한 결과 46%가 긍정적 대답을, 43%가 부정적 응답을 했다. 올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5월 첫째 주(71%, 5월 6~7일 1004명 대상)와 비교해 보면 추락세를 절감할 수 있다. 7월 첫째 주(6월 30일~7월 2일, 1000명 대상)만 해도 50%는 지켰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집권 여당의 지지율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위기감도 높은데, 당의 인기 저변에 문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팬덤 현상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면 집권 여당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흐름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좀체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격차는 이미 상당히 줄어들었다. 리얼미터 7월 셋째 주(7월 13~15일)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도는 각각 35.4%와 31.1%로 양당 간 격차는 4.3%p에 불과했다. 한국갤럽 7월 셋째 주 조사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전주 20%p에서 17%p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4·15 총선 이후 불과 세 달 만에 벌어진 이 같은 민심 이반 현상은 집값을 잡기보다 오히려 들쑤셔놓는 부동산 정책,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문제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정책들에 대한 반감과 잇단 여권 인사의 성추문 의혹 등과 크게 연관이 있다는 것이 이들 기관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민심 이반의 주체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거두는 흐름을 이끄는 이들이 현 정권의 탄생에 큰 역할을 한 젊은 층, 특히 30대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 젊은 층들은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로 분류되며, 현 정권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각종 사회 이슈에 다른 연령대보다 빠르게 반응하며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다.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불을 지른 것은 부동산 정책이다. 사실 이들은 현 정권 들어 집값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증여 등을 제외한 순수 아파트 매매 거래량 총 2만9165건 중 9101건(31.2%)을 30대가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 시장의 전통적인 큰손인 40대(27.6%)와 50대(18.8%)의 매입 비중을 압도하는 것이다. 5월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도 전체 거래 4300여 건 중 약 30%를 30대가 주도했다. 이들이 이처럼 주택 거래에 적극적인 것은 치솟는 집값으로 인한 절박감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30대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나가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부의 축적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시기에 놓여 있는 세대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 30대와 달리 그 출발선상에 서자마자 박탈감부터 느끼고 있다. 빠른 집값 상승에 부의 축적을 고민할 겨를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 늦기 전에 집부터 장만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 매매에 뛰어 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공기업에 다니는 30대 J씨는 “진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해서 서울의 한 뉴타운 내에 있는 아파트를 지난해 연말 샀다”면서 “그때도 고가라 사고 나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 무리를 하려 마음을 먹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해 했다.
하지만 문제는 J씨처럼 그나마 서울 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영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30대는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한 방송사 조사에서 30대의 수도권→서울 이동보다 서울→수도권 이동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들의 이동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연 주거가 첫 번째로 꼽히는데, 수도권에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심리는 지속적 집값 상승 추세와 맞물려 더 거세진 측면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펼친 정책이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벌어지자 30대들은 분노와 저항의 표시로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앞장서 철회하고 있는 것이다.
J씨는 “집을 살 수 없는 환경도 문제지만, 집 한 채 가진 사람을 모두 투기 수요로 보면서 세금을 과하게 물리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면서 “투표를 하고 후회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7월 18일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부동산에 뿔난 30대, 문 대통령 “잘 못한다” 평가 늘어
일자리 논란에 20대 文 지지율은 반토막 수준 전락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면 4·15 총선 이후 30대에서 77%(5월 첫째 주, 5월 6~7일 조사)까지 치솟았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강수를 계속 두자 흔들리기 시작했고, 6월 셋째 주(6월 16~18일, 1001명 대상)부터 하락 추세는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 주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6·17 대책이 나온 시점이었다. 이 정책의 파장은 컸다. 직전 주까지 70%대를 유지하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6·17 대책이 나온 직후 60%대까지 떨어졌다. 이 추세는 지금도 꺾이지 않으며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 7월 셋째 주 조사에서 30대의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53%까지 추락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30대의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7월 셋째 주 조사 기준으로 54.7%나 됐다.
30대 못지않게 20대의 현 정권 이탈 흐름도 만만치 않다. 20대도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다. 4·15 총선 이후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20대의 평가 추이를 보면 6월 넷째 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다. 20대가 가장 고민하는 일자리의 공정성 문제가 부각되자 이들이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6월 넷째 주(6월 23~25일, 1001명 대상) 20대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1%로 직전 주 53%에 비해 12%p 빠졌다. 7월 셋째 주에는 36%까지 추락했다. 4·15 총선에서 압승을 한 이후 20대가 문 대통령을 향해 “잘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66%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약 세 달 만에 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은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만큼 20대가 얼마나 일자리 문제에 민감한지 잘 보여준다.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 여권의 추가 악재에도 실망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20~30대를 자극할 또 다른 정부 정책도 대기하고 있어 이들 젊은 층의 민심 이탈은 더 가속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바로 정부가 새롭게 추진 중인 주식 양도세 부과 움직임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열풍도 이들 세대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느닷없는 정부의 주식 거래에 대한 추가 세금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자 30대 A씨는 “현 정권은 부의 이동이 가능한 통로란 통로를 다 막아버리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면서 “꼬박꼬박 받는 월급만으로는 살기 힘든 세상임을 이 정권이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오직 세금만 거두려고 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주식 양도세 부과 움직임에 제동을 건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젊은 세대의 기 기류를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노총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조합원들이 7월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의 문제점을 주장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세금 부과 움직임도 이들 세대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정책 아킬레스건이다. 주식 투자자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지만 가상화폐 거래 또한 20~30대들의 주 무대다. 투기수요도 있겠지만 블록체인이란 미래 기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뛰어든 이들도 꽤 많다.
이들 사이에서는 ‘박상기(전 법무장관)의 난’이란 말이 회자되는데, 이 말은 정책 당국자의 정제되지 않은 말로 인한 피해를 꼬집는 은어로 쓰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2017년 말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가 급등하던 시기에 투기 수요를 잡겠다며 거래소를 폐쇄해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이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숱한 선의의 피해자도 양산했다. 하지만 지금도 가상화폐 시장은 살아있고, 일부 거래소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정책 관련자의 발언에 대한 적절성 여부는 지금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다.
정부는 현재 블록체인의 미래 잠재성은 인정하지만, 불가분의 관계인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다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미래형 기술에 대한 긍정적 부분은 인정하지만 투기 등 부정적 부분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나오는 좌고우면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세금부터 징수하겠다고 나서자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건전한 시장 발전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세금부터 물리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0~30대의 민심이반은 곳곳에서 터지는 여권 인사의 내로남불식 모습은 나 몰라라 하면서 자신들의 미래 희망을 꺾는 집권 여당과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달해 나오는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을 둘러싼 여러 정책 논란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 소장은 “결국 20~30대들이 이런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도 제대로 된 일자리와 투자처가 없기 때문 아니겠냐”면서 “이들에게 현 정부가 아무리 공정, 정의를 부르짖어 봤자 이들은 현실 및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 먼저이고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20~30대는 지금의 주류인 운동권 세대의 감성을 갖지 않고 있는 세대로 서 이들이 세월호,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여권으로 쏠린 것은 보수의 대안으로 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면서 “이들은 기본적으로 실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그 현상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물론 현 정권의 공고한 지지층인 40~50대는 여전히 각종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보내는 지지율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정부 정책에 의해 자신들의 삶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빈도가 높아진다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단할 수 없다.
이 인사는 “물론 현 집권 세력을 떠난 이들이 보수를 다시 대안으로 생각한다는 것 또한 큰 오산”이라면서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정책 혼선이 크고 특히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세금 징수에만 급급한 모습만 보인다면 현 여권 또한 정치적 우위를 누리는 시기가 크게 짧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봐도 세금에 대한 백성들의 불만이 커질 때가 집권 세력의 가장 큰 위기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