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이번 경제상황 조사에서 특별히 주요 경제주체들을 경제적 측면에서 평가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각 주체가 경제에 어느 정도 이바지하는지 또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고자 한 것이다. 대상은 가장 중요한 주체인 정부를 비롯해 정치권과 10대 그룹, 중소기업, 노동조합, 한국은행, 교육계, 금융투자업계, 법조계 등 9개로 정했다.
조사에서 교수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집단은 10대 그룹이었으며 중소기업과 교육계가 그 뒤를 이었다. 10대 그룹은 10점 만점에 6.84점을 얻어 9개 집단의 평균인 5.12점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10대 그룹에 9점 이상을 준 교수들이 6명이었으며 5점 미만을 준 교수들은 단 4명에 불과했다.
교수들이 10대 그룹에 이처럼 후한 점수를 준 것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수출을 주도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애플과 대적해 싸울 정도로 강한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IT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세계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현대차 등의 선전에 크게 고무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경제학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중요한 경제주체로 자주 거론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10점 만점에 평균 5점을 받는 데 그쳤다. 이는 9개 집단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뿐 아니라 정부 전체는 물론이고 금융투자업계보다도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21명의 교수들이 5점 미만의 점수를 주었으며 1점을 준 교수도 두 명이나 나왔다. 그나마 5점에 턱걸이를 한 것은 소위 SKY대 교수들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 덕분이다. 물론 SKY대 교수 중 3명은 4점 이하를 주었다.
교수들이 이처럼 한은에 대해 차가운 평가를 내린 것은 중앙은행이 경제상황과 상반된 결정을 내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을 뿐 아니라 시장의 잘못된 기대를 바로잡는 데도 실패했다고 평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지난 2008년 8월엔 내려야 할 기준금리를 오히려 올렸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3.25%포인트나 내린 바 있다. 최근 들어서도 시장의 비정상적 기대나 장단기 금리 역전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비판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김중수 총재의 역량 자체보다 위기 상황에서의 처신이나 매끄럽지 못한 선임 과정 등을 이유로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서울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대통령 비서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해서 C등급 평가를 받고 세계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대조적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정부의 경제 점수는 ‘평균 이상’으로 나왔다. 교수들은 정부의 경제 점수로 5.39점을 주었는데 이는 평균보다 0.29점 높은 수준이다. SKY대 교수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다른 대학 교수들보다 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평균 5.71점을 주었다.
교수들이 이처럼 정부에 좋은 점수를 준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와중에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충분한 수준의 외환을 보유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 같다. 다만 기업이나 교육계에 비해선 정부의 경제 점수가 낮게 나왔는데 국내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이나 노동계의 점수가 낮은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던 일이지만 법조계의 경제 관련 점수 역시 낙제점으로 나왔다.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조차 법이 아직 경제적 측면에서 정의롭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약자가 법적 약자가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며 국민 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데도 법조계가 방관하고 있는 점 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정부와 같은 정도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SKY대 교수들도 금융투자업계에 대해선 평균치 수준의 점수를 주었다.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주식투자를 투기로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 교수들 중에도 “주식투자는 하지 마라”고 하는 이들이 많지만 경제를 잘 아는 교수들이기에 일반 국민들보다는 후한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정치권은 평균 3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0점을 준 교수가 7명이나 됐고 1점 이하는 모두 13명이었다. 교수들은 경제적 측면에서 정치인들을 비효율적 집단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노동조합은 그보다는 나은 점수를 받았다. 노조에 0점을 준 교수는 단 1명뿐이었다.
교육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쉴 새 없이 나오지만 교수들은 교육계에 대해선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었다. SKY대 교수들은 교육계에 대해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의 점수를 주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각 집단에 대해 일반적인 이미지 조사를 많이 했는데 이번 조사에선 대상 주체를 보다 세분화했고 특별히 ‘경제적’ 측면의 성적을 매겼다. 기업을 10대 그룹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해 점수를 매겼고 대부분의 평가에서 제외됐던 한국은행이나 법조계까지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해보려고 했다.
이번 점수는 성과를 직접 계량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점수가 실제 기여도보다 더 나오거나 적게 나올 수는 있다. 그렇지만 오피니언 리더 격인 다수의 대학 교수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수치화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