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개혁을 주도하는 핵심그룹은 ‘권력 실세’와 ‘돌아온 올드보이’로 요약된다. 현재 북한의 경제회생, 개혁조치를 이끄는 최고위층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최영림 내각 총리다.
경제정책은 물론이고 정치 전반까지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다.
장성택은 지난 2002년 10월 경제시찰단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물론 벤처기업과 백화점, 놀이공원 등을 두루 둘러봤다.
그해 7월 북한은 과감한 시장화·개방화 실험인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 21세기 첫 경제개혁의 시작 단계에서 한국을 찾았던 그는 한국의 대·중소기업들이 가진 탁월한 경쟁력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
최영림 내각 총리는 김일성 주석 때부터 대를 이어 신임을 받아온 경제분야 최고참 원로이자 김정은에게 인정받은 공식적인 ‘경제 사령탑’이다. 김정은 당 제1비서는 4월 발표한 담화에서 “경제 사업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휘에 따라 풀어가는 질서를 세워야 한다”며 “내각은 나라의 경제를 책임진 경제사령부”라고 밝혀 최 총리에게 분명하게 힘을 실어줬다. 김일성종합대학 시절부터 경제에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북한 내각 경제를 총괄하고 있다.통일부 당국자도 최근 “북한에서 인민군이 쥐고 있던 경제사업의 내각 이관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징후들이 있다”며 “각종 경제사업과 관련해서 군대가 전에 없이 강한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7·1 조치’를 주도했던 북한 경제개혁의 ‘올드보이’들도 최근 요직으로 돌아왔다. 먼저 당시 내각 총리를 맡았던 박봉주는 7·1 조치를 진두지휘했던 ‘경제개혁의 전도사’로 평가받는다.
그는 2004년 농업개혁에 반발한 매파들의 공격을 받고 2007년 4월 총리직에서 해임된 뒤 지방의 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2010년 당 경공업부 부부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지난 4월 제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경희가 맡고 있던 당 경공업부장으로 승진하며 민생 공업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곽범기 당 비서는 김정일의 ‘국방위원회’ 체제가 정식 출범했던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장기간 내각 부총리직을 역임했다. 이후 함경남도 당 책임비서를 맡아 ‘함남의 불길’로 상징되는 산업현장 혁신운동을 주도하다 올 4월 당 비서로 승진했다. 김정은 후계자 내정 직후인 2009년 4월 국가계획위원장에 오른 로두철 내각 부총리도 2002년 ‘7·1 조치’ 때부터 박봉주와 손발을 맞춘 경제 베테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