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12월 북한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남측 정보당국이 더 주목한 것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었다. 그가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2. 지난 8월 17일 중국을 방문한 장성택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와 잇달아 단독회담을 가졌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북한 장관급과 독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장성택의 ‘파워’를 인정해준 의전이었다.
‘1인지하 만인지상’ 장성택의 위상을 드러내는 단면들이다. 김정일은 죽기 전까지 장성택에게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을 맡겼다. 김정은으로 권력승계를 위해 장성택에게 인사권과 정보력, 치안권을 몰아준 것이다. 하지만 대장 계급장만은 남겨뒀다. 그것마저 허락하면 장성택이 날개를 달아 김정은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장성택은 자신이 가진 직함에 인민군 대장을 추가했다. 군부 장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리영호 총참모장 숙청이 그 서막이다. 리영호는 김정일이 김정은 시대를 위해 쳐놓은 보호막이었다. 장성택의 노동당세력에 맞서 리영호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김정은에게 충성경쟁하라는 의중이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정세를 보면 북한 내 권력투쟁이 사실상 장성택의 완승으로 마무리된 듯하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장성택은 지난 1972년 김경희와 결혼했다. 군부나 노동당에 아무런 배경이 없던 장성택 집안을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40년간 명석한 두뇌와 정치력으로 세력을 키워왔다. 장성택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관심거리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의 ‘야망’에 관한 것이다. 2인자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판 ‘수양대군’을 꿈꿀지 여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는 실세 2인자에 만족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장성택-김경희 부부는 자식이 없다. 딸 금송은 2003년 프랑스 유학 중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권력을 물려줄 자식도 없는데 위험천만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적다. 북한 정서도 장성택 편이 아니다. 김정은이 성형수술까지 해가며 권력승계를 준비한 이유는 북한에서 여전히 김일성 혈통이 먹히기 때문이다. 남측 입장에서 볼 때는 장성택에게 개혁개방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그가 김정일에 비해선 개혁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2년 7월 김정일이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선포한 뒤 석 달이 지나 장성택은 직접 시찰단을 이끌고 서울에 와서 경제발전상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 그가 북한경제의 현실에 대해 격정을 토로하고 폭음한 이야기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