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1년 승진·승급 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1.2년이고 그 비율은 0.8%였다. 대기업의 경우 23.6년에 0.6%로 더욱 힘들어진다. 신임 임원이 자부심을 느껴도 되는 이유다.
그러나 임원이 됐다고 찬란한 미래가 보장되진 않는다. 더욱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신임 임원에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성과를 내는 데 짧으면 3개월, 길어야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필자는 임원으로 이직한 새 직장에서 단 며칠의 유예기간도 없이 곧바로 투입됐던 기억이 있다. 업무에 있어 임원은 재량껏 시간을 조절하기 쉽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발군의 성과를 보이던 유능한 인재가 임원 승진 후 좌충우돌 헤매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가 퇴출당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임원에게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주어지는데 이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 임원 이전과 이후의 성과 기준이 다르다. 이전에는 자신의 개인 성과가 중요했으나 임원이 된 후에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부문의 종합적인 성과가 중요해진다.
둘째, 신임 임원은 사내정치라는 낯설고 때로 적대적인 환경에 처하게 되는데,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곳이어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임원의 세계는 더 이상 자신의 실력과 성실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임 임원을 위한 실전적인 사내정치 성공 전략 5가지를 소개한다.
1. 코치나 멘토를 구하라
임원이 되는 순간 친구가 사라진다. 어제까지 동료였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썰렁해지고 상사였던 임원도 갑자기 경쟁자로 다가온다. 필자는 코칭 과정에서 수십 명의 임원들과 고위 공무원들을 만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주위에 마땅한 의논 상대가 없는 외로운 처지를 토로했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가능하면 회사 내에서 코치나 멘토를 구하는 것이다. 반드시 연배가 높은 분을 택할 필요는 없다. 외부에서 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라.
2. 자기개발은 기본이다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한 변신만이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준비된 사람만이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 확장이나 신규 사업 기회가 생겼을 때 참여할 수 있다. 직접 담당하고 있는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독서 등에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러한 관심은 후에 이직 등에 도움이 된다.
3. 조직 내외의 인맥은 필수다
임원들 사이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이런 업무 환경은 성숙한 대인관계 역량을 요구한다. 다른 임원들과 친구가 될 필요는 없지만 서로 협력한다면 상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돋보이게 하려면 때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협력과 경쟁은 미묘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국 임원의 성과는 다른 부서와의 협력과 최고경영진의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에 달려 있다. 계열사나 협회 등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임원에게는 인맥이 최고 자산이다.
4.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마라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 있다. 믿을 만하다는 생각에 나누었던 비밀이 치명적인 약점이 돼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항상 경쟁 관계에 있는 임원들 사이에서는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여러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소위 잘나가는 고위 임원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간해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최고경영자 지위에까지 오른 임원들은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5. 험담은 당신을 망치는 확실한 방법이다
필자는 얼마 전 다국적기업 A본부장의 코칭을 담당했다. A본부장은 뛰어난 능력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어 차기 대표 물망에도 올라 있었다. 그런데 다른 임원들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가 문제였다. 다른 임원들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무시하고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든 임원들에게 공동의 적이 됐다. 결국 본사에서도 이를 알게 돼 한국법인 대표는 해고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게 됐다. 그래도 A본부장의 능력을 고려해 마지막 방법으로 코칭을 받게 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코칭 과정을 통해 A본부장이 본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본인이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결과를 인식해 행동 변화에까지 이르렀다. 험담은 자신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