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기업의 CEO는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비전과 목표, 전략과 의지를 발표하곤 한다. 신년사에는 기업이 현재와 미래의 경영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어떻게 구상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비전 및 중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인재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목표에 따라 인재상을 도출하게 되는데 인재상은 기업의 미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적인 가치를 표현하는 것과 같다. 필자는 헤드헌팅을 위한 면접 및 커리어 컨설팅, 공공기관 면접관으로 활동하면서 의외로 많은 지원자들이 기업(공공기관)의 인재상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며 본질보다는 세분화된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한 적이 많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기존 임직원을 육성하는 방향이며 미래 성장의 주역이 될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가치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상이 기업의 인재육성전략과 실행체계 내에 전개되고 채용 과정의 모든 프로세스에 내재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신입사원 채용의 경우에는 그 성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경력사원의 검증과는 다른 기준과 인재상이 필요하다.
신입사원의 스펙(Spec)과 인재상
요즘 신입사원 채용으로 웹 검색을 하면 ‘스펙(Spec)’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연관 검색된다. 학교 및 전공, 영어점수, 학점, 봉사활동 횟수가 그 예다. 물론 대규모 공채에서는 모두 면접을 진행할 수 없는 현실적 여건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스펙은 분류 기준은 될지언정 변별 기준으로는 미흡하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 채용 시에 반드시 직접면접(Face to Face)을 진행하고, 그 결과가 합격 여부에 가장 중요하게 이용되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에게서 ‘스펙’과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원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기업이 신입사원 지원자에게서 찾고 싶은 핵심은 무엇일까.
기업의 연속은 사람의 연속이며,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의 연속이다. 기업은 생멸이 필연적인 사람과는 달리 일단 설립되면 법인으로서 연속성을 속성으로 한다. 그런데 기업의 연속은 현실적으로 임직원으로 구현된다. 즉 언제나 기업의 존재와 활동은 당연히 사람의 연속이며 조직의 연속인 것이다. 이런 당연한 사실로부터 회사 조직, 직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요구되는 일련의 덕목이 도출된다. 그것은 ‘조직 적응성’과 ‘조직 몰입도’, 커뮤니케이션에 바탕을 둔 ‘협동성’이다. 이것을 역량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덕목이라고 한 것은 이런 특성은 단기간에 머리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약 25년(신입사원의 경우)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형성된 그 사람 고유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통찰력 있는 CEO일수록 신입사원의 지식 및 스펙보다는 그 품성을 더 중요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의 연속은 변화무쌍한 경영환경 하에서 대응과 성공을 통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기업의 연속이 ‘사람’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준비되어 있거나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젊다는 이유로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전략적인 사고와 도전적인 의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강한 성취욕구에 기반한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삶의 단계마다 체화된 목표의식, 문제해결방식, 행동방식으로 표현되는 지치지 않는 도전의 DNA다.
기업의 인재상은 기업의 근본에 있다
2008년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조사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신입사원)’의 조사 결과 1위가 도전정신과 성취의식이며, 2위가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 3위가 협동성과 조직 적응력으로 발표되었다. 이것을 기업의 속성의 관점에서 보면 1위는 기업의 존재목적(수익과 성장)에 요구되는 것이며, 2위는 그 회사(라는 사회)의 운영 원리로 요구되며, 3위는 그 조직 목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의 측면에서 요구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신입사원 인재상의 하나로 글로벌 감각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와 기업이 성장하고 통찰력이 높아지면서 위의 조사와 같이 기업의 근본적인 속성에 바탕한 인재상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품성의 함양과 자기 훈련의 토대 위에 성향과 전공 등의 특성이 가미되면서 구체적인 커리어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신입사원의 준비된 모습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기업이 원하는 신입사원은 튼튼한 배를 구성하는 재목(材木)과 같다. 재목으로서 썩은 곳이 없어야 하며 곧아야 하고 속이 꽉 차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 노력이라는 노를 저어야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은 자명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무의 크기에 관계없이 자기 스스로를 곧고 알차게 가꿔야 하며 잔가지를 쳐내야 한다. 작은 나무에 잎(스킬)이 무성하면 아름다울지언정 더 클 수는 없다. 신입사원의 중요성과 기대감은 아직 재단되지 않은 재목이기 때문이다.
인재상에 맞는 신입사원의 채용
어느 대그룹의 승진 임원들을 대상으로 면접관 교육에서 필자는 신입사원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임원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면접 보는 신입사원 후보자 가운데 자랑스런 귀사의 20년 뒤를 책임지는 핵심인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야 합니다.”
단기에 성장하려는 CEO는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킬 기능적 인재(人才)에 집착하지만 경륜이 있는 CEO는 신입사원의 모습에서 20년 동안 성장할 인재(人材)를 그려 보며 선택한다. 또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인재상을 채용프로세스에 철저히 내재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인재상과 지원자를 매칭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질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신입사원 채용을 중시해야 하는 것은 단지 취업 준비생만의 몫이 아닐 것이다. 탁월한 경영자는 탁월한 면접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