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대한민국 1% 억대 연봉자의 모든 것 - [Part 1] 3000만원 신입사원에서 억대연봉자로 가는 길
입력 : 2011.05.20 11:17:18
수정 : 2011.10.06 16:29:51
◆ 대한민국 1% 억대 연봉자의 모든 것 ◆
‘규칙적으로 직장에 다니며 급료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 직장인의 사전적 정의다. ‘일에 대한 대가로 고용주가 지급하는 돈’, 급료의 사전적 정의다. ‘직장인 = 급료’란 등식은 한참이나 아쉬운 대목이지만 억대 연봉을 꿈꾸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1%의 삶을 꿈꾸는 이나 그 꿈을 이룬 이 모두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기는 마찬가지. 당신은 어떤가.
올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선웅씨는 스스로 취업재수생의 길을 택했다. 국어국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호주 어학연수를 마쳤지만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해외무역 부문에 뜻을 품은 김씨는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는 동기들도 있는데 처음엔 대부분 대기업에 지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꼽은 대기업의 강점은 넓은 사업영역과 안정적인 근무환경, 높은 급여다. 비단 김씨가 아니더라도 취업을 준비 중인 대졸자가 꼽은 대기업의 강점 중 하나는 중소기업보다 높은 급여체계다.
올해 대기업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3300만원.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201개사를 대상(대졸 남자사원)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3138만원에 비해 5.2% 증가했다. 전년 대비 연봉 인상률 1.3%보다 증가한 수치다. 취업전문가들은 “올해 대졸 초임 인상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다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조사를 진행한 잡코리아 변지성 팀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중 조사에 응하지 않은 기업이 있어 절대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업종별, 분야별 비교는 가능하다”며 “직장인의 자존심이 급여이듯 기업들도 경쟁사와의 대내외적인 비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중공업이 4333만원으로 가장 높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연봉보다 31.3% 높은 수준이다. 뒤를 이어 금융업(3618만원), 기계·철강업(3416만원), 석유·화학업(3383만원) 등도 평균연봉보다 초임 수준이 높은 업종으로 조사됐다.
한편 주요 공기업들의 올해 대졸 초임 수준은 2597만원으로 일반 대기업 대졸 평균 수준에 비해 703만원 낮다. 외국계 기업은 2917만원으로 국내 대기업에 비해 383만원 낮다. 또한 중소기업 대졸 초임 수준은 2175만원으로 대기업과 무려 1125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 간의 연봉 양극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기업별 전년 대비 연봉 인상률을 보면 공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4.9% 인상된 수준이며, 외국계 기업도 4.5% 인상됐다. 중소기업의 전년 대비 신입직 연봉 인상률은 8.2%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가장 높았다.
좁아진 대기업 취업문, 경쟁률 상승
예년에 비해 초임 수준은 높아졌지만 올해 대기업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3.7% 줄어들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일자리 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265개사의 채용예정 인원은 2만469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만5642명보다 950명 줄어든 수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국내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영향을 미치며 채용규모를 늘렸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작년 대비 업종별 채용규모를 살펴보면 자동차·부품(13.7%), 전기·전자(6.1%), 식음료(0.2%)업종에서 채용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약(39.5%)은 채용규모가 큰 폭으로 줄고, 기계·철강(22.8%), 섬유·제지(14.7%), 건설(11.4%) 등의 업종에서도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순위별 채용계획을 보면 최상위 30대 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2010년에 비해 채용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순위 201위~300위 기업만이 지난해보다 3.0% 가량 채용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종남 조사2본부장은 “올해는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와 세계경제 성장세의 둔화가 전망되면서 대기업들의 채용규모 역시 작년에 비해 크게 확대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 억대연봉자 19만7000명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초임이 3300만원이라면 지난해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연봉 수준을 어떨까.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자 1429만 5000명의 평균 연봉은 2530만원. 2008년(2510만원)보다 20만원 늘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원급 이상이 돼야 받을 수 있는 억대 연봉, 직장인의 꿈이라는 억대 연봉(총급여 기준 1억원 초과)자는 19만6539명으로 20만명에 육박했다. 전체 근로소득자 대비 1000명 중 14명꼴이다. 총급여는 월급과 상여금 등 직장에서 받는 급여 가운데 비과세소득(자가운전보조비 등)을 제외한 것이다.
억대 연봉자는 1999년 1만5000명에서 10년 새 12배가 넘게 증가했다.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슈퍼월급쟁이도 1000명을 넘어섰다. 여러 업종 중 특히 금융·보험업 종사자 10명 중 1명이 억대연봉자로 집계됐다.
반면 연봉 1000만원 이하의 저임금 직장인도 451만명이나 됐다. 1995년 9.3%에서 2009년 12.4%를 차지하며 비중을 높였다. 한편에서 슈퍼월급쟁이를 꿈꾸는 와중에 억대연봉자의 1/10 급여로 한 해를 꾸리는 직장인이 급증하는 전형적인 양극화 구조다.
그런가 하면 30~50대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배우자공제를 받지 않은 직장인(주로 맞벌이) 비율은 근로소득 과세미달자(84.5%)가 과세대상자(71.5%)보다 13.0% 높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세미달자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호(2011년 0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