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한 번씩 발간되는 '국방백서'가 지난 연말 발간됐다. '국방백서'는 외형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군사력을 비교하기 때문에 수적 열세인 한국군의 군사력은 항상 북한에 비해 열세로 비춰진다. 그러나 군사력이라는 것이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이라크전을 통해 봤다. 수치상의 전력이 아닌 실제적인 전력 비교와 함께 만약 남북간에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예상을 같이 해본다.
최신예 지대공미사일 S-300 위협적
북한 인민군의 육군력이 증가된 것은 크게 장비와 인적 자원으로 나눌 수 있다. 장비의 증가는 탱크가 200대 늘어난 점과 최신예 지대공미사일의 배치 등을 핵심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북한군 탱크는 2008년 3900대에서 2010년 4100대로 늘어났는데, 이는 한 달에 약 10대 가량의 탱크가 생산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극도로 약화된 북한의 공업생산력을 볼 때 한 달에 10대의 탱크를 생산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수를 동반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생산 중인 탱크는 ‘폭풍호’라는 기종인데 이는 기존 탱크의 성능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북한 탱크가 달리면서 사격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데 반해 이 폭풍호는 달리면서 사격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달리면서 사격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속하게 사격할 수 있고 적 탱크의 조준을 어렵게 만들면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이 있는 탱크와 없는 탱크 간의 교전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 <국방백서>에는 수치상으로 기재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공개된 북한 군사퍼레이드에서는 최신예 지대공미사일이 공개됐다. 러시아제 S-300이라는 지대공미사일의 아류로 생각되는데, 이 S-300은 미국의 최신예 지대공미사일인 ‘패트리어트2’ 미사일과 비슷한 성능이다. 이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것은 북한의 핵시설과 평양에 대한 폭격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발사실험 등을 할 때마다 한·미·일은 저마다 핵시설의 폭격을 거론했다. 과거 북한 대공미사일의 성능은 전자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가진 미 공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목표였다. 하지만 성능은 미상이지만 외형은 최신예 미사일과 흡사한 이 신형대공미사일의 공개로 북한 폭격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 외에 육군력은 장사정 방사포의 꾸준한 증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육군끼리의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장갑차 전력은 거의 20년 가까이 증가가 없고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장갑차 전력에 대한 변화가 없다는 것은 과거처럼 부산까지 진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장사정포와 탱크의 증가는 서울을 공격하고 기습 점령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 전쟁은 하루만 더 지속돼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기전보다는 전격전을 통해 서울을 점령하고 한국 정부와 협상을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반면 인적 변화에서 핵심적인 사항은 특수부대가 2만 명 증가해 무려 2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전략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라크전에서 후세인이 허무하게 체포되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렸던 김정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고 희망을 찾은 것이다. 지형이 아프가니스탄 못지않게 험준한 북한이 그런 게릴라전으로 한·미 연합군을 괴롭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혼쭐이 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산악게릴라전이라면 고개를 흔들 것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부대 창설과 유지에 큰돈이 들지 않는 특수전 부대의 확충은 최선의 전쟁억제력이 되는 것이다. 또 특수부대의 증가는 전통적으로 경고하는 남한 전역에 대한 테러행위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전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 해군 전면전에서는 전력 가치 없어
북한군 해군은 과거 6·25 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당시 우리 해군과 해병은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서해의 모든 섬을 점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휴전협정 과정에서 평안도 앞의 섬들은 북한에 넘겨주고 황해도 앞바다의 섬들 중에서도 북한과 너무 가까운 섬들은 모두 북한에 넘겨주었다. 결국 서해 5도만 남겨놓은 채 NLL을 만들었다. 북한은 점령당한 섬들을 돌려받았고 해군력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NLL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정 세력을 다량 확보한 1970년대부터 NLL 무력화에 나서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북한 해군의 수상함 전력은 20여 년 동안 전혀 증가된 사항이 없다. 군함의 유효수명을 30년으로 본다면 북한의 모든 군함은 한계수명을 초과한 상태다. 이는 군함 자체의 상태도 열악하지만 성능도 구시대적이라는 말이 된다. 현재 북한 해군의 군함은 평시에 우리를 괴롭힐 능력은 되지만 전면전에서는 별로 전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지난 천안함 사태 때도 보았듯이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꾸준히 증가·유지해오고 있다. 70여 척에 이르는 중·소형 잠수함은 전면전 상황에서 우리 항구에 대한 테러와 한·미 연합 상륙군을 공격하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전쟁을 하면서도 무역활동은 계속해야 하는 우리 여건상 민간항구에 대한 잠수함 공격은 국가적으로 큰 위협이 된다.
보유 전투기 820대 중 교전 가능 60대
경제가 무너진 북한은 공군력 증가도 지난 20여 년 동안 이루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전투기 구매는 1999년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중고 MIG-21 전투기 40대를 구입한 것인데, 이는 전력증강이라기보다는 수리부속 확보차원의 구매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또 그것이 전력증가라 하더라도 현대전에서 유의미한 전력으로 보기 어려운 저성능의 기체일 뿐이다.
북한이 보유한 820대의 전투기 중에서 현대전에서 유용한 전력은 MIG-29 전투기 20여 대와 MIG-23 전투기 40여 대 그리고 SU-25 공격기 30여 대뿐이다. 그 중 미국의 A-10 지상공격기와 흡사한 성격의 SU-25 공격기는 제공권을 잃은 상황에서는 활동하기 어려운 기체기 때문에 실제로 한·미 공군과 교전을 벌일 능력이 되는 전투기는 MIG-23과 MIG-29전투기 60여 대에 불과하다.
MIG-29의 성능은 우리 공군이 라이선스 생산해 130여 대 보유한 KF-16 전투기와 비슷한 정도. MIG-23의 성능은 우리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직도입해 30여 대 보유 중인 F-16C/D전투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전투기들의 도입이 1980년대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로 보면 벌써 퇴역 시기를 준비해야 할 할아버지 전투기들인 것이다. 반면 한국공군은 F-15K 전투기를 60대 보유하기 때문에 북한 MIG-29나 MIG-23과 공중전이 벌어지면 ‘학살’에 가까운 전과를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 북한 황주비행장에 전개됐다는 MIG-23전투기 5대와 우리 공군의 F-15K 간에 전투가 벌어졌다면 5대0으로 우리가 완승을 거두었을 것이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육군에 비해 숨을 곳이 없는 해군과 공군의 전투는 장비의 성능 차이가 바로 승패와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전면전이 벌어지면?
전면전이 벌어지는 시초는 북한의 장사정 갱도포들이 일제히 서울을 향해 불을 뿜을 때가 될 것이다. 서울은 물론이고 과천·수원까지도 공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는 모두 330여 문이 갱도화돼 있다. 동굴을 들락날락거리며 공격할 이들 포는 1시간에 한 번 정도의 사격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 한 번의 사격에 약 5000발 정도의 포탄이 서울에 떨어진다. 또 이와 함께 1000여 기나 보유 중인 스커드를 비롯한 각종 탄도미사일들을 한국의 공군 비행장 등으로 발사할 것이다. 전면전이 결정되면 한·미 공군은 일제히 북한의 스커드미사일 발사대 사냥과 휴전선~평양 라인의 방공망 제거에 나선다. 이에 동원되는 전투기는 F-15K와 KF-16 전투기들이 맡는다. 또 F-15K는 북한 전투기들의 남하를 저지하는 공중요격 임무도 겸하게 된다. 문제는 이 임무들을 수행하기에 전투기의 숫자가 빠듯하기 때문에 공군 전투기를 이용한 북한 장사정포 타격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연평도 사태에서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도 인정했듯이 동굴진지 속에 있는 목표를 우리 K-9 자주포로 타격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북한 스커드미사일이나 방공망 제거가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서울이 장사정포의 공격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장사정포와 스커드의 공격이 이뤄지면 동시에 휴전선 일대에 배치된 북한의 4개 군단이 일제히 남진을 시작할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 군이 상당히 뒤로 후퇴했다가 미군 전력의 투입과 함께 북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일시적이나마 서울을 내준다는 것은 현재로서 상상해서는 안 된다.
시나리오상으로는 이렇다. 북한군의 전면공격을 휴전선에 배치된 모든 철책사단들이 그 자리에서 모두 막아낸다. 그리고 북한군 방공망이 제압되면서 제공권이 확보되고 미군 전력들이 투입되는 시점부터 2선에 배치된 각 군단의 예비사단들이 역공에 나선다. 특히 기동 7군단에 소속된 수도기계화사단과 20사단은 아시아 최강의 전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선봉에 서고 파주라인으로는 30사단, 연천라인으로는 26사단, 철원라인으로는 8사단이 7군단을 도와 북진을 시작한다. 이 5개의 사단은 각각 K-1탱크나 K1A1탱크를 150대 이상이나 보유한 최정예 기계화사단들이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버거운 상대들이다. 이와 함께 당연히 미 육군 최고급의 중(重)사단인 주한미군 2사단도 북진의 선봉에 선다.
해군은 구축함들에 장착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북한군 지휘부와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함과 동시에 북한군 수상함 세력을 궤멸시키고 북한 잠수함 사냥에 나서서 해병대의 상륙작전의 기틀을 마련한다. 포항의 해병 1사단은 오키나와에서 오는 미 해병 원정군과 합류해 상륙작전을 벌일 준비를 시작한다. 제해권과 제공권이 완전 확보되는 시점이 되면 미 해병 원정단이 진해와 포항에 집결한다. 미 해군의 10만 톤급 항공모함전단 3개 정도와 항공모함에 준하는 위력을 가진 WASP급(4만5000톤) 강습타격전단 3~4개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 해병 1사단과 미 해병 원정단은 서해나 동해의 모처에 상륙작전을 감행한다. 상륙에 성공하면 아래에서 북진해 들어오는 7군단과 기계화사단들의 공격과 함께 평양을 완전히 에워싸게 되고 전쟁을 종결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화도 해병 청룡부대를 시찰하는 모습 / 북한 김정일·정은 부자의 자강도 희천발전소 현지지도 모습
전쟁을 승리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얼마나 빨리 전쟁을 끝내느냐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게 되는 핵심사항이고, 또 개전 초기에 북한의 장사정포를 시간당 5000발씩 맞을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핵심사항이다. 국방부는 장사정포를 타격하기 위해 39조원의 예산으로 포병전력을 확충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연평도 사태로 인해 포병으로 갱도진지를 타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으므로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항공전력의 확충이 있는데 F-15K 같은 폭격 능력이 강력한 전투기를 대화력전 전용으로 60대 정도 운용할 수 있다면 북한군 장사정포 330문을 1시간 내에 궤멸시킬 수 있다. F-15K는 7발의 JDAM(사정거리 24km)정밀유도폭탄을 동시에 다른 목표로 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F-15K 60대 정도를 추가도입해 갱도포 타격 전용으로 운용한다면 개전 초기 서울이 1시간에 5000발씩 포탄을 맞지 않고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dn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