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엄격한 대중국 AI 반도체와 기술의 통제에도 중국이 미국 최고기업 수준의 AI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구멍이 뚫렸고 AI는 미국인에 의한, 미국의 발명품이라는 시각에도 구멍이 뚫렸다. 딥시크는 CEO부터 개발자들이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중국 토종 개발자들이다.
세계 1위의 오픈AI를 뒤통수친 딥시크의 비밀은 무엇일까? 첫째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라는 말이 AI 산업에도 통했다는 것. 미국 정부의 통제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이 아닌 머리를 써서 개발프로그램에서 혁신을 이룬 것이다.
둘째, 중국인 AI 개발자들의 실력과 사고방식이다. AI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라고 하지만 AI 개발자들을 보면 중국인들 간 경쟁이다. 미국 AI 모델개발자들의 절반이 중국인이다.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은 어디 가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한 번 안 가본 딥시크 엔지니어들도 미국의 AI 모델을 상대적으로 쉽게 추격해서 따라잡을 수 있었다.
셋째, 창의성이다. 세상에 없던 AI 모델 개발에 있어 기존의 경험은 독이다. 딥시크는 경력자를 채용하지 않는다. 딥시크 CEO 량원펑은 “진정한 해자(垓子)”는 팀의 지속적인 혁신 능력에 있다고 본다. 량원펑은 현재 중국의 AI와 국제 최고 수준에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수준과 같은 효과를 달성하려면 모델 구조, 훈련 역학 및 데이터 효율성이 4배 이상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그 해법을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에서 찾았다. 량원펑의 딥시크는 해외 출신 없이 중국인 프로그래머로만 구성된 순수 중국 연구·개발팀이고 이들 중에는 갓 졸업한 졸업생이나 졸업한 지 1~2년이 된 청년들이 많다. 딥시크는 고위 기술 경력직 전문가를 모집하지 않는다. 직원의 근무경력은 3~5년 정도이며, 연구개발(R&D) 경력이 8년 이상인 사람은 무조건 채용에서 제외한다.
서방세계와 한국에 널리 퍼진 중국에 대한 결정적 오류 혹은 오해 중의 하나는 “독재국가는 창의성의 지옥”이고 절대 민주주의 미국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는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다. 중국은 한 번도 민주주의를 한 적이 없는 나라이지만 4대 발명품을 발명했고 원나라 시대에는 유럽까지 정복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창의는 체제보다는 사회의 요구와 리더의 혜안이 중요하다. 한국도 조선왕조 세종대왕 시절 수많은 과학기술 제품을 발명했지만, 민주주의를 한 것이 아니다.
지금 세계의 주요 국가의 과학기술을 달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달 보고 기도하는 나라, 달에 올라가는 나라, 달 뒷면에 올라가 흙을 퍼오는 나라다. 한국은 달 보고 기도하는 나라고, 미국은 달에 올라가는 나라고, 중국은 ‘판다’ 대신 달 뒷면에서 퍼온 흙을 가지고 ‘달 토양 샘플’을 외교 선물로 쓰는 나라다.
지구에서 달에 올려보낸 위성을 통제하는 것은 전파인데 전파는 직진성이 있어 달 뒷면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데 중국이 달 뒷면에 위성을 안착시킬 수 있었던 것은 ‘콜럼버스의 달걀’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달과 지구 사이에 중계 위성을 하나 올려서 이 중계 위성이 달 뒷면의 위성과 교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중국 창의성의 발현 배경은 첫째 세계적인 경쟁이다. 중국은 지금 올림픽 경기장과도 같다. 모든 분야에서 전 세계 기업들이 들어와 경쟁하고 있다. 포춘지의 500대 기업 중에서 중국에 안 들어온 기업이 없다. 이들 기업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다 보니 이들 기업이 생각 못하는 제품을 개발하게 되고 이렇게 만든 제품은 바로 세계시장에서 금, 은, 동메달의 반열에 들어간다. 국내외의 처절한 경쟁을 거쳐 세상에 없는 것을 찾는 것이 만든 혁신이다.
둘째 제재의 역설이다. 미국이 첨단기술과 제품을 통제하다 보니 이를 해결할 방법은 세상에 없던 기술, 없던 방법으로 국산화할 수밖에 없어 창의성이 나왔다. 미국이 제재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부문에서 중국은 지금 부동의 세계 1위다. 제재(봉쇄)의 역설이다. 분노 게이지 상승으로 인한 본능이 만든 혁신이다.
셋째, 중국 자체의 박 터지는 경쟁이다. 중국은 미국, 일본, 유럽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인구가 경쟁하며 살아간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으려면 세상에 없던 제품, 기술, 서비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중국은 과거에는 실리콘밸리를 모방했지만, 지금은 실리콘밸리에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 거대인구의 경쟁과 다양성이 만든 혁신이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겪고 새 정부 외교정책의 전환을 계기로 한국은 중국을 잊어버렸다. 안미경중은 끝났고 중국은 정점을 지났으며, 곧 망할 나라라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 사회의 대중국 인식이다. 그러나 코로나 3년간 중국은 17억 5000만 대의 거대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모든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하면서 사회가 스마트폰화했고 그 결과 세계 최대의 디지털 국가가 됐고, 4차 혁명 실험실로 변모했지만, 한국은 중국의 변화를 모른다.
세계 1위의 AI 회사를 뒤통수치는 회사가 등장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휴대전화, 자동차 기술 베끼는 짝퉁의 나라로 본다. 중국 AI 업계에는 딥시크보다 센 “5룡(龍) 6호(虎)”의 11개 대형 AI가 있다. 기존 대형 플랫폼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틱톡, 아이플라이텍의 5대 대형사와 스타트업 중에서 6개의 떠오르는 작은 호랑이들이 있다. 중국의 딥시크는 중국 AI업계의 막내둥이에 불과하다.
SPRI가 2025년 2월에 조사한 “2024년 글로벌 초거대 AI 모델 출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출시된 전 세계 122개 초거대 AI 모델 중 미국이 63개로 52%, 중국이 45개로 37%를 차지했다. 한국은 3개에 그쳤다. 중국에서는 딥시크를 계기로 제2, 제3의 딥시크가 줄지어 나올 수 있다. 기반 기술과 개발력 그리고 시장이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AI 개발자의 47%가 중국인들이다. 전 세계 AI 특허는 이미 2020년에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고 지금 세계 생성형 AI 특허는 중국이 75%, 미국이 15%, 한국은 4%에 그친다. 2023년 글로벌 생성형 AI 응용 분야 상위 10대 특허 출원 연구기관에는 중국 기관이 8곳, 미국, 한국은 1곳에 불과하다.
AI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AI 수요 시장이다. 중국의 현재 AI 모델 1위는 틱톡이 만든 두오바오(豆包)로 7523만 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플랫폼 기업 중 5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기업이 8개나 되고 1억 8000명 이상인 기업도 4개나 된다. 이들 가입자가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AI 모델로 이전하는 것엔 큰 어려움이 없다. 참고로 틱톡의 가입자는 현재 20억 5000명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