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FTA가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역점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한·중 FTA가 양국 간 주요 이슈로 부각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사실 한·중 FTA는 한국이 체결한 여느 FTA보다 오랜 공동연구 기간을 거쳤다. 일반적으로 한국이 체결한 FTA는 민간 혹은 산관학 공동연구-FTA 협상 이전에 진행되는 당사국간 공동연구는 참여 주체에 따라 국책연구소와 같은 민간연구기관이 수행하는 민간공동연구와 정부가 참여하는 산관학 공동연구 두 가지 종류가 있다-를 완료한 후에는 곧바로 협상에 진입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중국과의 FTA는 2005~2007년까지의 민간공동연구 외에 2007~2010년까지 산관학 공동연구까지 진행됐다. 그럼에도 협상은 여전히 개시되지 못한 채 작년 9월부터 다시 정부 간 사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처럼 한·중 FTA 협상이 우리나라가 체결한 다른 FTA에 비해 진행속도가 느린 이유는 양국 간 민감 품목에 대한 이견 차이, 북한문제, 동북아 정치안보지형의 악화, 적극적 국내 추진세력의 부재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민감 품목 처리 등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이견차이가 핵심적 이유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WTO 양허안보다 더 개방된 수준의 FTA 체결을 원칙으로 하면서 농산품이나 국가기간 산업 등 일부 민감한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 개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한국에 비해 경제규모는 크지만 산업이 고도화되지 않아 기존 FTA는 대체로 상품(goods) 협정 중심의 낮은 단계의 FTA를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하는 것에 중국은 정부 재량권 축소와 산업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양국은 일부 민감 품목을 제외하면 FTA가 기본적으로 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04년 이래 한국의 최대 교역국, 흑자국 및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따라서 수출을 중심으로 한 통상형 국가로서 경제적 관계가 가장 밀접한 중국과의 FTA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기가 문제일 뿐 한·중 FTA 협상의 필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의 주요 쟁점
일반적으로 FTA와 같은 국제통상협정은 협정문과 시장개방 분야를 명기한 양허안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협상 쟁점은 크게 협정문 모델에 관한 부분과 상품, 서비스와 투자 등 분야별 협상 쟁점으로 구별할 수 있다.
먼저 협정문 모델 관련 기존 공동연구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은 상이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A 협정문 모델은 국제적으로 몇 가지 유형으로 정형화돼 있다. 이는 나라별로 경제 및 산업 발전 정도가 다르고 이에 따라 상이한 경제 정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선진국의 경우 개방수준이 높은 FTA모델을 선호하고 개도국은 경제 및 산업 발전수준의 한계로 인해 완전히 자유방임형을 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 상대적으로 개방수준이 낮고 안정적 유형의 FTA를 선호한다.
한국의 경우 이미 개방수준이 높은 선진국형 FTA(한·미/EU)를 체결한 전례가 있다. 국내법도 이에 맞춰 개정된 상황이므로 상대적으로 개방수준이 낮은 중국과 FTA에서는 선진국형의 FTA를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중국은 아직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지 않았고 정부가 경제 및 산업정책을 주도하는 형태이므로 정부정책의 재량권 확보를 제한하는 고도개방에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일관되게 개도국형의 FTA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비록 협정문 모델이 중요하나 이것이 곧 100% 개방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아세안이나 인도 등과의 FTA에서는 개도국형 FTA를 체결한 전례가 있으므로 결국 실제 협상에서는 양국이 절충해 일정한 합의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 FTA는 과거와 같은 상품의 관세철폐 이외에도 서비스 및 투자시장 개방, 지식재산권, 정부조달, 전자상거래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중 양국의 경제관계는 수직적 분업에서 수평적 분업으로, 산업간 무역에서 산업 내 무역으로, 또한 일체화 및 경쟁적 관계가 심화하고 있으므로 분야별 치밀한 협상전략 수립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먼저 상품분야를 보면 공산품의 고부가가치 제품에서는 우리가, 중저가 제품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국의 우세가 예상된다. 농산품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열위가 두드러지므로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품분야 협상에서 유의할 사항은 첫째, 한·중 투자 및 교역관계는 중국의 노동력을 이용한 가공무역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므로 실질관세인하효과가 예상과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소비재 제품에 대한 관세인하 등 전략적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원산지 규정을 엄격하고 세밀하게 규정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이 한·중 FTA로 인한 양국 간 혜택에 무임승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이 국내업체와 거래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서비스와 투자분야에서도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특히 서비스·투자분야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내국민대우(NT), 기술이전과 같은 이행요건(PR) 부과금지, 금융과 유통 등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이 중요하다.
이에 반해 중국 측에서는 인력이동문제, 전문직 서비스 개방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서비스·투자협상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상품 분야에 비해서는 소극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산업 간 빅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품·서비스·투자 전반을 아우르는 협상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중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우리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다. 따라서 중국에 기진출한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 등의 시장개방 외에도 각종 비관세장벽 완화, 투자자의 재산권 보호, 지식재산권 보호 및 제도적 투명성 강화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슈라 하겠다.
내용에선 우위… 협상력은 열세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왼쪽),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함께 후쿠시마에서 수확한 체리를 시식하고 있다.
한·중 FTA로 인한 경제적 득실은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양국 간 교역증대 효과다.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 최대의 교역국이자 흑자국이고 이웃한 인접국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경제적 효과는 한·미/EU FTA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공산품 관세 100%, 농산품과 서비스 분야의 관세 상당치 50%를 감안한 GDP 및 거시경제적 증가효과(GDP 증가효과는 2~4%로 추정, 한·중 FTA의 의의와 주요 쟁점(2011.4), 박번순, 권혁재 외 2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금까지 한국이 체결한 어떠한 FTA보다도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한·중 간 교역이 가공무역 비중이 높다는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할 경우 실질관세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반론도 가능하겠다.
하지만 최근 소비재 수출 증가 추세와 관세를 부가하는 일반무역의 증가와 FTA가 10~20년이라는 장기적 시야에서 추진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한·중 FTA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의심할 나위가 없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중국 내수시장 선점 효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로 부상한 중국은 지금 수출 및 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 구조의 질적 전환을 위한 야심한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에 따라 2015년이면 중국의 수입시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등 중국 내수시장은 전 세계 다국적 기업의 최후의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중국시장에 최근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이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우리 기업을 추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한·중 FTA는 떠오르는 중국시장을 두고 대만의 추격과 다른 세계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점령을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파악되고 있다.
셋째,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한·중 FTA는 동북아 평화정착 및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에 있어 우리나라의 역할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한·중 FTA는 한·일 FTA에도 긍정적 작용을 함으로써 협상에 보다 유리한 상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한·중·일 FTA 등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 중국과 우리나라의 교역이 강화되면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북한에 영향을 줘 장기적으로 북한을 자연스럽게 동북아의 일원으로서 개방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한·중 FTA는 동북아 구성원 간의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시켜 통합성을 강화해 경제적 교류 촉진, 안보적 긴장 해소와 함께 역내 평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중국산 농산품 및 중저가 제품의 수입 증가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한·중 FTA로 상품분야의 자유화가 확대될 경우 농수산업과 일부 공산품 부문의 구조조정과 함께 일부 기업의 경영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양허제외, 대상범위 축소 혹은 자유화 기간의 장기화 등과 같은 협상 과정에서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내 법규 차원에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 및 경쟁력 촉진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침체와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상대적 발전이라는 뉴 노멀(New Normal)시대에 한·중 FTA는 우리나라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핵심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중 FTA 협상전략 수립에서 유의할 점은 한·미 FTA 등 기존 협상과는 달리 내용적으로는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국력 즉 협상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같이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공격적 자세를 가지기보다는 상대방의 우려를 감안한 우호적 분위기에서 합리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즉 중국 등 아시아인들과의 협상에서는 때로 논리적 대응보다 그들을 잘 알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산업계와 기업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치밀하고 내실 있는 협상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협상 효과 극대화 및 피해 계층 보호를 위한 방안 수립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국민 홍보와 참여 유도도 게을리 하지 말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한·중 FTA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