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애플스토어가 앞으로는 GPT스토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수도 있겠다. GPT스토어를 사용해본 후 든 생각이다. 오픈AI는 지난 1월 10일 개인이나 기업이 만든 다양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를 이용하고 거래할 수 있는 GPT스토어를 출시했다. 개발사와 이용자는 GPT스토어를 통해 챗GPT-4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챗봇 서비스를 등록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오픈AI 홈페이지를 통한 간편한 회원가입 과정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계정과 연동하거나 별도로 가입함으로써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다만 GPT플러스나 GPT팀과 같은 서비스를 선택하여 월별 구독료를 지불한 사용자만 이용 가능하다. 개인사용자는 월 20달러, 단체의 경우 사용자당 25~30달러가 부과된다.
GPT스토어의 카테고리 상단에 유행하는 챗봇을 선택하거나 검색창에 관심 있는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분야의 다양한 챗봇 서비스 목록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인기 있는 챗봇을 살펴보면 2억 개의 학술 논문을 기반으로 대답해주는 ‘Consensus’, PDF 문서를 요약해주는 ‘AI PDF’, 코딩을 도와주는 ‘그리모어’ 등 주로 일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문서, 리서치 요약, 이미지 생성 분야가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도 초기 단계에서는 데스크톱 업무의 생산성을 보조해주는 한글파일 리더기나 워드, 엑셀 등의 앱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 현상으로 보인다. 향후 어떤 챗봇이 킬러앱으로 떠오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우리가 경험해온 앱 마켓이나 안드로이드 시장에서도 생태계 초기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GPT스토어 역시 개인들이 만들어 올린 다양한 GPT가 나오고 있다. 한국인이 만들어 올린 생활기록부 작성, 사주팔자, 한국어 학습 등 엔터테인먼트나 교육용 챗봇도 상당수 등록돼 있다.
GPT스토어 챗봇들은 GPT-4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생성된 결과물은 천지 차이다. 방대한 데이터로 무장한 챗봇의 경우 내용이 더 전문적이고 해당 분야에 특화돼 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GPT-4는 물어본 내용에 대한 답변에 그친다면, 챗봇은 답변과 관련해 사용자가 더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창에 띄워놓거나 반대로 사용자에게 질문해 맞춤형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반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검색의 경우 최근에 가짜정보, 홍보성 콘텐츠, 광고 등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는데 아직 GPT스토어의 경우 광고 없이 양질의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아직 환각 현상이나 잘못된 정보는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포털 검색과 유튜브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전문적인 챗봇을 경험한 사용자라면 GPT스토어를 포털사이트와 유튜브의 부분적인 대체 서비스로 활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완전한 대체까지는 아니더라도 포털과 유튜브의 점유율 침식은 예상되는 부분이다.
지난 1월 말 오픈AI는 맞춤형 챗봇인 ‘GPTs’를 입력창에서 바로 호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현재 약 300만 개에 달하는 GPTs를 활성화하기 위한 업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는 ‘@’ 기호를 사용하여 직접 원하는 맞춤 챗봇을 호출할 수 있다. 기존에 클릭해 들어가거나 번거로운 검색 과정을 생략하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향후 어떤 분야의 킬러앱들이 등장할지 추측해볼 수 있는부분이 바로 카테고리다. 현재 GPT스토어 내에는 가장 먼저 트렌드 섹션이 자리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어떤 서비스가 현재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어떤 챗봇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다음은 이미지 생성모델인 ‘달리(DALL·E)’를 활용한 카테고리다.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설명에 기반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서비스인 달리를 활용한 서비스에는 현재 디자이너, 아티스트, 광고 전문가 등이 생성한 챗봇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 일반적인 프롬프트를 활용한 창작물을 넘어 상업적인 활용성이나 건축 분야 등에서 필요한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 여러 서비스 챗봇이 등장할 수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은 글쓰기 카테고리다. 작문, 블로그 포스팅, 마케팅 콘텐츠 작성, 소설, 보도자료 작성 등 다양한 목적의 텍스트 생성을 지원하는 챗봇을 포함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최적화된 챗봇을 선택하여 고품질의 글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이외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 분석과 교육 분야 카테고리가 자리한다. 주로 연구자, 학생, 분석가 등 데이터 분석과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사용자를 위한 챗봇이 생성되어 있다. 논문 요약, 데이터 분석, 통계 정보 제공 등을 포함하여 연구와 분석 작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의 경우 언어 학습부터 과학, 수학, 역사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라이프스타일의 경우 여행 계획, 건강 관리, 요리 레시피, 취미 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챗봇이 눈에 띈다.
오픈AI가 GPT스토어를 통한 수익화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맞춤 챗봇 개발 및 판매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코딩 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도 AI 개발과 거래, 수익 창출의 문인 수익 모델이 공개되지 않아, 우수한 개발자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이용자의 참여를 끌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픈AI가 미국 개발자를 우선적인 수익 분배 대상으로 지목하고 다른 나라의 경우 아직 수익화 방식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타국에서는 GPT 모델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기반으로 챗봇을 만들어 구글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판매하는 것이 더욱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픈AI가 이처럼 GPT스토어를 활성화하려는 배경에는 챗GPT 성장 둔화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웹 분석 회사인 시밀러웹에 따르면, GPTs 사용량은 챗GPT 전 세계 웹 통신량의 약 2.7%에 불과하다. CBS와 로이터에 따르면, 챗GPT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023년 9월 기준 1억5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즉 유료 사용자가 아직은 극도로 적다는 메시지다. 오픈AI가 수익을 확대하려면 GPT스토어와 같은 AI 앱장터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픈AI는 지난 2월 15일(현지 시각) 문자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모델 ‘소라(Sora)’를 공개했다. 일명 AI 기반 ‘텍스트 투 비디오(Text to Video)’ 모델인 ‘소라’는 문자를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의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오픈AI는 네온사인이 빛나는 도쿄 거리를 걷는 세련된 여성, 눈 덮인 초원을 달리는 매머드, 녹아내리는 촛불을 응시하는 괴물 등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표본 영상을 공개했다. CNBC는 소라에 대해 “챗봇과 이미지 생성기가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지금 동영상은 생성형 AI의 다음 개척지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라’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 복잡하고 물리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쿠키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쿠키에 문 자국까지 묘사하지 못할 수 있다. 오픈AI가 공개한 표본 영상에서도 달마티안 강아지가 외부 창문으로 막혀 있는 공간을 뚫고 지나가는 어색한 장면이 나온다.
오픈AI는 내부에서 이 같은 취약점을 테스트하고 있다. 언제쯤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영상은 생성형 AI의 다음 개척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향후 GPT스토어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유튜브 플랫폼과 직간접적으로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 생성 AI업계 관계자는 “아직 태동 단계인 GPT스토어가 앱스토어나 유튜버 플랫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라면서도 “현재 발전 속도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개선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앱스토어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2호 (2024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