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석 아이스크림에듀 회장 | 코로나19는 교육 패러다임 변화의 단초… AI 튜터는 학생들의 스승이자 친구가 될 것입니다
박지훈 기자
입력 : 2020.04.27 15:28:14
수정 : 2020.04.27 15: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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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 전야제·대전엑스포 등 지금까지 2000여 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맡을 정도로 한국 전시산업의 대부로 불린다. 2002년 모회사 시공테크 콘텐츠 사업본부를 떼어내 설립한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개발·공급하는 기업이다. AI·빅데이터를 접목한 교육 플랫폼으로 상장해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아이스크림에듀와 관계사인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국·영·수 등 전 교과목뿐 아니라 다양한 초등생 교육콘텐츠를 초등교사와 각 가정에 제공하는 업체다. 교사용 디지털 콘텐츠 ‘아이스크림’은 국내 초등 교사들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근 몇 달간 우리네 일상이 무너졌다. 특히 집단발병이 발생한 대구지역은 정도가 심하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뛰놀아야 할 학생들은 집에 갇히다시피 했다. 학생도 학생이지만 부모의 근심 걱정은 헤아리기 힘들다. 박기석 아이스크림에듀 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가던 지난 3월 대구지역 의료진과 맞벌이 부부에게 손을 내밀었다. 초중등 교육프로그램을 담은 아이스크림 홈런 1000대와 콘텐츠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홈런은 아이스크림에듀의 가정 학습 플랫폼으로 세계 48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기기 1대(50만원 상당)와 콘텐츠를 제공 받으려면 매달 9만9000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박 회장은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기기와 콘텐츠 모두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청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온라인에 배포한 이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마감되었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에듀테크 기업을 영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좋은 사업기회로 삼을 수 있을 만도 하지만 박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가 대구에 통 큰 기부를 결정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박기석 회장은 한국보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중국 내 한 한국인 학교로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 교육공백을 아이스크림 홈런으로 메우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박 회장은 화답하며 300대의 단말기를 무상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중국에 위치한 한국 학교에서 최상의 디지털 재택 학습으로 완벽한 수업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려운 시기에 IT 한국의 국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된 올해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단언하는 박 회장은 최근 교육에 AI(인공지능)를 결합한 새로운 에듀테크(EduTech) 비즈니스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교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지난해부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실감형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며 에듀테크 관련 연구개발(R&D)에 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박기석 아이스크림에듀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 분야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경제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위기를 겪고 나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는 아직까지 대면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산업영역에 속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온라인 스마트학습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혼란이 많은 것 같은데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준비는 다소 부족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 교육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해가 높아지고 깊어질 것이라 봅니다. 그동안은 몰라서 안 썼다면 이제는 ‘써보니까 너무 좋더라’라는 말이 나올 겁니다. 단적으로 초등학생이 많이 구독하는 학습지의 경우에는 담긴 정보의 양이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의 경우 시각과 청각을 통한 교육과 게임처럼 지식을 습득해 흥미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장점이 점점 부각될 것으로 봅니다.
▶학습방식의 효율성과 정보 외에 온라인 학습의 비교우위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 저희가 오랫동안 쌓아온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일선 선생님들의 활용도가 높아 익숙하게 접할 수 있었을 겁니다. 매년 쌓이는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이 학습을 하는 동안 인공지능(AI)이 가미될 수 있습니다. 매일 무수히 쌓이는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맞춤 교육을 통해 수준별로 다른 문제와 최적의 교육 알고리즘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님들의 입장에서 컴퓨터나 태블릿PC를 통한 학습이 유해 콘텐츠 노출의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N번방 사건을 비롯해 SNS나 포털을 통한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전용 단말기를 사용할 경우 이러한 것들을 모두 차단 가능합니다.
▶EBS를 활용한 개학이나 민간기업들의 교육 프로그램의 수요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공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비교하게 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그렇습니다. 정부주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일회적인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선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민간기업들이 유리합니다. 아이스크림에듀 역시 절반 가까운 인력이 개발자입니다. 학부모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교육과 민간업체의 프로그램을 비교해 온라인 스마트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반응이 좋은 서비스가 무엇인가요?
▷대표적으로 저희는 좋은 학습습관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공부하는 시간을 살펴보면 게임을 실컷 하다가 밤 12시에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를 1000여 명의 가정주부들로 이루어진 튜터들이 학생들의 스케줄을 체크합니다. 특정 과목에 편중된 학습패턴 역시 같이 분석합니다. 홈런교사는 이를 학부모와 상의하고 수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이를 AI 생활기록부라고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1000만 건에서 1300만, 1400만 건으로 계속 올라갈수록 정교해지고 타고난 재능과 소질이 보이는 분야도 알려줍니다.
▶맞춤형 학습은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되는 건가요?
▷학생들이 같은 책을 가지고 공부해도 수준 차이가 납니다. 사실 일률적인 교육은 부족한 아이의 교육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예를 들어 학습자가 레벨테스트를 통해 4학년 문제를 풀었다고 하면 자동으로 5학년 6학년 문제가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추천시스템이 AI 알고리즘에 들어가 있어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일찍부터 온라인 교육의 보급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당연합니다. 온라인은 가격이 쌉니다. 지금 오프라인 학원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두 번 배우고 40만원 이상의 학원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아이스크림 홈런은 국·영·수 외에 독서, 글로벌 리더십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달에 십만원도 안되는 가격(9만9000원)에 컴퓨터와 함께 제공합니다. 특히 학교 안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아진 세상입니다. 코딩도 배워야 하고 AI에 대한 이해도도 높여야 하고 소프트 스킬이라고 해서 협력 등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교육 포인트입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밖에서 많은 것을 취해야 하는 시기에 온라인 교육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튜터는 필수 가정교사로 자리매김할 것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 서비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음악회만 예를 들어도 많은 사람이 모여야 했는데 한 사람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10만 명이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감상할 수 있습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진행해야 했던 과학실험을 이제는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을 통해 각자 자신의 방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들이 온라인상에서 구현이 되어가면서 이러한 대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교육서비스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어디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모든 온라인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먼저 오프라인 학원도 장점은 있지만 한 사람의 선생님 능력에 의존하는 것보다 검증된 온라인 교육이 훨씬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상당부분 대체해 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입니다. 개별 선생님이 해낼 수 없는 영역이죠. 차별화는 이러한 데이터를 통한 쌍방향 교육,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수준, 구동되는 소프트웨어의 질,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기술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라 봅니다.
▶장기적으로 AI 튜터의 역할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AI 튜터는 결국 가정교사가 될 것입니다. AI 스피커가 점차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듯 AI 튜터가 일상화되면 점점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대상이 아니라 공부를 안 하고 컴퓨터를 끄면 켜달라고 말을 걸기도 하고 친구처럼 말도 걸고 하는 기능도 담길 수 있죠. 학교에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일종의 조교이자 선생님의 역할을 할 수 있죠. 학교 선생님도 학생들의 데이터분석은 불가하잖아요? 공교육도 그렇게 변해가고 나중에는 선생님이 수업을 못할 일이 생기면 매일은 아니더라도 AI 튜터가 수업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 강의가 보급될 경우 학교라는 공간이 상징적으로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몇 차례 반복되다 보면 (홈스쿨링)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겁니다. 비단 초등 교육뿐만 아니라 노량진의 공무원시험이나 영어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문화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큰 도전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예견되는 상황은 교수나 교사들의 능력 차이가 디지털 활용능력의 격차로 벌어질 것입니다. 교사들도 얼마나 좋은 자료와 데이터를 찾을 수 있느냐가 능력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 자료를 가지고 가르치면 더욱 뒤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점점 그런 것들이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커리큘럼의 격차나 가르치는 사람들의 수준에 대한 비교가 어려웠다면 온라인으로 플랫폼이 바뀐 이후에는 가능해지거든요. 가르치는 사람들이 긴장해야 하는 시기가 이미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