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집권 2~3년 차 대선 여론조사 때 거론 안된 잠룡 중 대통령 당선자 없어”
문수인 기자
입력 : 2019.09.26 14:48:08
수정 : 2019.09.26 14:48:41
요즘처럼 여론조사 기관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놓은 결과마다 믿을 수 없는 수치라며 온갖 비난에 불신을 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매경럭스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민심이 극단적으로 양분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면서 “오히려 숨겨진 민심이 드러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매우 잘함과 매우 못함의 비중이 높게 나오는데 이는 보수와 진보 성향을 가진 이들 중 끝단에 있는 이들의 응답률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샤이 보수라고 불리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던 작년까지만 해도 보수라 응답한 이들은 15~20%선이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답하는 이들은 30%대로 치솟았다”면서 “이 수치는 자신이 진보라고 답하는 이들의 비율과 비슷한데, 현 정권에 화가 난 보수들이 적극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들은 “샤이 보수가 아니라 ‘앵그리 보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긍정과 부정 여론 곡선이 서로 교차된 것은 유의 깊게 봐야할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추이는 여전히 자신의 대선 득표율(41.1%)보다 높아 지지층 이탈 현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고, 또 차기 대선 후보군들이 조국 장관 사태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했기 때문에 조기 레임덕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권 2~3년 차 때 대선 후보 여론조사의 선택지에 없었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적은 없다”면서 “경험상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3~4년 차 때 여론조사 1위를 달린 인물이 대선을 거머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선 “지금과 같은 양 극단의 여론조사 결과가 비등하게 나온다면 차기 대선은 박빙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관건은 보수가 얼마나 통합을 이뤄내는가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파문이 여전히 거셉니다. 여론조사를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향후 진영논리에 따라 관련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정치적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피로감에 지지층 이탈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 행보에 따라 여론이 요동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장관을 임명한 사례가 있었습니까.
▷여론조사 결과로만 보면 이완구 전 총리가 있었습니다. 당시 불법 정치 자금 게이트였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반대 여론이 50%를 넘었습니다. 자진 낙마는 하지 않았지만 취임 직후 조기 사임했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될 당시 반대 여론이 60%나 됐습니다. 하지만 임명이 됐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국 임명권자의 의지가 중요한 셈입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일련의 여론조사 흐름을 분석해 보신다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2년차 때까지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다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50%대로 추락하고, 문창극 전 총리 지명 실패 건으로 40%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때 지지율 조사에서 긍정과 부정 여론이 서로 뒤바뀌는 데드 크로스가 났습니다. 이번 상황도 그때랑 비슷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 여론 곡선이 두 달 만에 다시 교차됐습니다. 그리고 자체 조사에서 부정 여론이 처음으로 50%를 넘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리한 것은 대선 득표율이 낮았다는 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51.6%로 당선됐고, 문 전 대통령은 41.1%였습니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1% 미만으로 내려가면 지지율이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득표율인 41.1%보다 높으면 국정 수행에 있어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조국 법무장관 파동에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일간 기준으로 43.4%까지 내려갔지만 자신의 대선 지지율보다는 높았습니다. 만일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대선 득표율 밑으로 내려갔다면 조국 법무부 장관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대통령 대선 득표율은 레임덕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데,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이 초반에 너무 높아서 지금 실망감이 클 뿐이지, 자신의 대선 득표율보다 높은 현재 지지율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 아직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간 기준 43.4%의 지지율은 청와대도 여론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은 맞습니다.
▶조국 장관 파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지율의 추가 하락 조짐은 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막판에 지지층 결집효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차기 대권 후보군의 인물들이 막판에 조국 법무장관을 옹호하면서 지지층이 결집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쳐 주는 것은 미래 권력들입니다. 이들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는 이상 대통령의 레임덕은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그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렵게 취임했다가 조기 낙마한 이들도 꽤 됩니다.
▷아무래도 향후 검찰수사가 관건이지 않겠습니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일간 기준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검찰 압수수색 요인이 컸습니다. 일반인들은 검찰 수사, 혹은 소환 이런 소식만 들리면 유죄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후 후보자와 관련된 인물이 기소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충격파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불신이 많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왜곡됐다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십시오.
▷예를 들어 같은 수치의 긍·부정 여론이라도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질이 다릅니다. 지금 조사를 해보면 양 극단의 응답 비중이 높습니다. 보통 여론조사를 하면 긍정의 경우는 ‘잘하는 편이다’라는 응답이 ‘매우 잘한다’는 응답보다 높습니다. 부정 여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매우 잘함’과 ‘매우 못함’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여론조사가 지금처럼 박빙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추세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상황에 대한 응답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과거 전 정부 때는 이런 상황은 심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양분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는 한 방송의 댓글을 살펴보면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관련 긍정 응답이 높게 나온다고 비판을 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왜 이리 고공행진을 하느냐고 또 비판을 합니다.
▶그래도 샤이 보수의 표심은 드러나지 않는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양 극단의 응답이 높다는 것은 이제 숨어있던 보수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단 뜻입니다. 이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 결과로 말해 보신다면.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5월과 6월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여론이 거의 박빙이었다가, 조국 장관 파동으로 부정 평가가 높아졌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던 작년까지만 해도 보수라 응답한 이들은 15~20%선이었고, 진보라고 응답한 이들은 30~35%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라고 답하는 이들은 30%대로, 진보라고 응답한 이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현 정권에 화가 난 보수들이 적극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샤이 보수가 아니라 ‘앵그리 보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보수들이 적극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차기 대선도 박빙의 싸움이 될 확률이 높은 것 같은데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는 보수가 분열하고 통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차기 대선을 둘러싼 흐름은 보수가 얼마나 통합을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세대 간 격차가 심각합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20·30·40대와 50·60대가 완전히 나뉘어져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20대와 30대 여성들이고, 화이트칼라 직군의 30대 40대가 많습니다. 이들은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주 52시간과, 최저임금 혜택의 수혜층입니다. 여성 친화적인 정책도 여성들의 지지가 높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에 반해 50대와 60대는 현 정부의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입니다. 특히 50대의 상당수가 은퇴 후 자영업 등으로 인생 2막을 열고자 했지만 최저임금, 주 52시간 등에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 조사 추이를 보더라도 50대 3분의 2가량이 문 대통령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50대 남성이 먼저 등을 돌리고 50대 여성이 그 다음에 돌렸습니다.
이 대목에서 20대 남성의 분화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대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 복무를 했지만 혜택은 사라지고, 경제 불황에 취업 전선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조국 장관 딸의 대학 진학 문제가 터지자 더 불만이 커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20대 남성은 60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마이웨이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적 포석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인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조국 장관 임명을 끝까지 밀어붙여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법개혁을 완결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기저에는 이렇게 해서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도 정권 재장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 양극화의 부작용이 심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입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 구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로서는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맞붙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습니까. 두 분 다 안정적이고 품위가 있는 후보군에 속합니다. 물론 황 대표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지만, 역대 한국당의 다른 대표들에 비하면 안정적인 후보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크호스의 등장은.
▷차선책으로 꼽을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진보 진영 쪽을 보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 잠재 후보군들이 많이 있지만 확장성이 대부분 없습니다. 이는 지지율 추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 고정표가 있는 장점은 있지만, 이낙연 총리만큼 확장성을 보여줄지 의문입니다. 유시민 이사장의 경우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차기 잠룡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재판 중에 있습니다.
여당은 더 심각합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도가 있긴 한데… 홍정욱 전 의원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관식으로 대권 잠재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면 거의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는 국민들 머릿속에 아직은 홍 전 의원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현 유력주자 간의 대결구도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경험상으로 집권 2~3년 차 때 여론조사 선택지에 없었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적은 없습니다. 다수가 대권 재수를 했습니다.
▶재밌는 부분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집권 3~4년 차 때 1위를 달린 인물이 대권을 잡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집권 초반기에 여론조사 1등을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된 상황은 없었습니다. 집중 견제 대상이 되면서 지지율이 대부분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이사장이 (대권에 뜻이 있다면) 그래서 빼달라고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웃음). 리얼미터는 유 이사장이 대선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요청을 해 지난달부터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은 대선에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현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인 이낙연 총리가 보완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최근 한일관계가 경색된 국면을 이 총리가 어떻게 풀어내는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한일 관계는 양국의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제 문제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기서 역할을 하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이 총리는 이미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질문자가 아무리 감정적으로 호통을 쳐도 차분하게 대응을 했습니다. 여기에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많은 호감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준다면 더 신뢰받는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론조사 분야에는 어떻게 뛰어들게 되셨나.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는데, 그때 관심을 가졌던 것이 시청률 조사 방법론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맥을 같이합니다. 학부는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추가 사업 확장 계획은 있으신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영역 확장을 해보려고 합니다. 빅데이터 중심의 소비자의 행태 분석을 해보고자 하여 국민카드, 넷마블과 손을 잡고 관련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정치권의 유혹을 받으신 적이 있으신가.
▷대선 주자를 조사할 때 본인을 포함시켜달라는 정도의 부탁은 있지만 우리가 임의로 넣을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론 조사 대상 후보군을 우리가 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응답자에게 질문을 던져서 많이 거론된 후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인물을 넣는 것 자체가 여론조사 왜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허경영 씨를 꾸준하게 꼽는 이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인지도는 확실히 있는 셈입니다.
▶향후 정국을 예상해본다면.
▷진보진영이 한 번 더 집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유는 보수의 분열 때문입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체제는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모습입니다. 여기에 만일 총선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이뤄진다면 보수의 분열은 더 심해져 총선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음 대선도 야권이 힘을 쓸 겨를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가 내년 총선, 나아가 차기 대선에서 성과를 내려면 바닥을 쳐야 합니다. 여기에 공천 혁명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 황교안 대표가 책임지는 자세로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합니다. 지금처럼 계속 특정 계파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됩니다. 또 다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일어난다면 보수의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간지대 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보진영은 단일화나 연대가 익숙합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그런 것을 잘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계열의 정당은 계속 늘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중도를 표방하지만 유권자들은 다 같은 보수 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보수의 이미지가 보수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을 희생해 지지층들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보수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도 한국당 내부에는 소위 친박 세력이 건재해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에 실망한 보수층들이 합리적 보수라고 해도 쉽게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보수를 표방하든 보수 계열 정당이 나타날수록 보수층의 표만 분산시킬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