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은 2016년까지 한국 내수 판매 순위 3위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간 판매량을 2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내 SM5의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향후 주력 제품의 디자인 개편을 통해 한국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울 계획입니다.”
지난 4월 초 방한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은 2016년까지 현대·기아차에 이어 르노삼성자동차를 한국 시장 3위에 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현재 르노삼성은 판매량 부진으로 완성차 업체 중 내수시장에서 꼴찌로 밀려난 상태다.
한때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16%의 점유율로 2위의 자리를 호령했던 시절과는 온도차가 크다. 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시장을 1년 9개월 만에 다시 찾은 카를로스 곤 회장은 절치부심해 3년 안에 르노삼성 매출을 지금보다 7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으며 특히 앞으로의 3년은 르노삼성이 한국 시장에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부산공장의 성장성에 관해 낙관적인 평을 내리며 잠재력을 발현하기 위해서 ‘더 똑똑한 방법으로 일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은 신차 없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입니다. 곧 르노삼성의 신차가 나올 겁니다. 판매 증대를 위해서 수입 제품을 들여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수량이 적어 한시적입니다. 현지화가 필요합니다.”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신차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곤 회장은 르노삼성차가 그룹 내 글로벌 프로젝트인 ‘SM5’, ‘QM5’ 후속 모델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그는 지난해 말 국내 수입이 결정돼 르노삼성에 신차효과를 안겨줬던 QM3와 같이 르노-닛산의 다른 모델을 직수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는 한편 QM3 등과 같은 해외생산차종의 국내생산 가능성을 열어 놨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로그가 최근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품질에 민감한 미국시장에서 한국제품은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산공장은 많은 부분을 개선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곤 회장은 르노닛산 그룹의 아시아 지역 핵심 생산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부산공장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30만대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지난해 15만대 이하의 생산에 그친 바 있다.
부산공장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실시하는 공장 평가에서 4단계 중 3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르노닛산 그룹은 부산공장의 생산성 증대를 선언하고 닛산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로그의 북미수출물량 8만대를 생산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신차 개발을 위한 인프라에 힘을 보탠다는 구상이다.
“부산공장은 그룹 내 얼라이언스 상위 10%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포스코 등의 협력업체 역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생산성 증대를 위해 부품현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카를로스 곤 회장은 업계에 정평이 난 구조조정 전문가다. 1999년 르노에 인수된 닛산의 부활을 이끈 장본인이 바로 곤 회장이다. 당시 수익성 없는 공장을 즉각 폐쇄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4억달러의 비용절감 성과를 이뤄낸 곤 회장은 2005년부터 르노닛산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445억원, 당기 순이익 170억원을 달성하면서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도 곤 회장의 긴축정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판매량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르노삼성으로서는 구조조정 전문가 리더의 방문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부산 신항에서 선적돼 출항한 르노삼성차 수출 차량 모습
“일본 등 전 세계에 노조가 존재하고 경쟁력 있는 공장이나 기업을 보면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 기업 자체를 보호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 집행 이후 신제품이 출시되며 선순환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르노삼성 역시 중장기적인 기업의 성과를 바라보며 서로가 해결책을 찾고 합의를 해야 하는 때입니다.”
르노삼성은 현재까지 약 1100여 명을 구조조정했고 현재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곤 회장은 지난 4월 2일 오전에 부산공장을 찾아 공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신 추가 감원은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승인하며 노조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한편 곤 회장은 국내시장의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자동차 기업의 CEO로 지난 14년 동안 경쟁사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이는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르노삼성이 한국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건 경쟁사의 약점이 아닌, 르노의 강점 때문일 것입니다. 르노의 제품은 좋은 평을 받고 있고 QM3의 경우 유럽 크로스오버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약점이 아닌 르노의 경쟁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을 확신한다고 밝힌 곤 회장은 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전기차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르노삼성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많은 투자를 통해 제품을 개발 중이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닛산 리프의 경우 2013년도에 생산대수가 15만대를 돌파했습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이 세계 2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입니다. 닛산은 중국 동펑자동차와 2014년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사장은 장기적으로 르노삼성에 희망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