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파 견뎌가며 훈장처럼 새겨진 부모님의 주름에 시큰해지는 콧잔등, 찾아뵐 때마다 굽어 가는 허리를 마주할 때 자식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무정한 세월의 흘러감이 가장 비통하게 느껴지는 순간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의술의 발달로 인간의 마지막 숙명인 ‘소멸’이 80세 이후로 연장되었지만 안타깝게 노년의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하진 않는다. 특히 굽은 허리와 수명이 다한 관절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보내는 여생은 마냥 행복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노년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척추와 관절 수술은 그동안 기피 대상이 되어 왔다. 이유는 먼저 수술을 감당할 만한 체력이 부족해 회복이 더딜 뿐더러 각종 합병증과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덩달아 높은 수술비도 한몫했다. 남은 인생 제대로 허리 펴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지만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노인들에게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경제적 여력이 있더라도 통증에 대한 불안감이나 자식들 눈치에 진통제나 물리치료로 버티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최근 비용을 크게 낮춘 인공관절수술과 비수술적 척추치료를 전면에 내세운 병원이 화제다. 인공관절 치환 ‘반값 수술’을 가능케 한 병원을 이끄는 수장은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53)이다. 어떻게 반값이 가능할까.
전문성을 살려 과잉진료 등 거품을 빼고 전문 재활기법을 통해 입원기간을 단축한 것이 핵심이다. 신 원장을 만나 그의 반값수술의 비밀과 병원운영철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 제거한 합리적인 수술
자동차 엔진이 쇠하듯 인체의 기둥인 척추와 관절도 각자 정해진 내구연한을 다하면서 퇴행의 과정을 겪게 된다. 단단한 뼈는 푸석푸석해지고, 주변 근육과 인대마저 약해져 꼿꼿한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쿠션역할을 해주던 물렁뼈 ‘연골’도 다 닳아 없어져 결국 걷기조차 힘들게 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 중 80% 이상이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인구가 늘어나며 인공관절 수술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수술 환자의 대다수가 60~70대인 국내 인공관절 치환술은 2001년 1만4887건에서 2010년 7만5434건으로 10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인공관절 치환술의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400만~600만원대에 이르고 로봇을 이용한 특수한 수술은 1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반값수술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화제가 됐습니다. 그만큼 비용으로 고민하는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년간 진료를 해보니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치료를 미루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르신들의 경우 회복기간도 오래 걸리고 몸이 안 좋으신 분들도 많아 척추·관절수술이 불가능하거나 꺼리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특히 무릎통증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이 조금이나마 비용을 줄여 더 많은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릴까 하는 마음에서 기획했던 것인데 생각보다 많은 환자분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을 줄여 반값 수술이 가능한 것입니까?
진료비용 중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을 없애거나 크게 줄인 것입니다. 비급여 항목은 치료에 필수적이진 않아도 통증을 줄이거나 좀 더 편안한 병원 생활을 하기 위해 선택하는 진료로 상급 병실비나 선택진료비, MRI, 초음파 검사 무통주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러한 비급여 부분을 줄여 최소 100만원대로 저렴하게 수술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특히 입원기간을 줄이기 위해 숙련된 재활전문가를 상주시켜 체계적인 운동을 도와 회복기간을 줄였고 환자의 빠른 현업복귀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비는 병실을 활용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받을 수 있어 수익에도 도움이 되고요.
이전까지 인공관절 치환수술비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할까요?
치료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비용은 병원의 재정 상태나 경영방침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경영상태가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병원이라면 비급여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만큼 안정성이나 효과에 관한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용이 반 이상 낮아지니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일정형외과는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의 환자를 수술한 경험을 통해 타 병원과 차별적인 연부조직균형술과 최소수혈, 무통수술을 시행해 99%의 수술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균 10년 정도인 무릎 인공관절의 수명을 20년 이상으로 늘린 점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최우수 인공관절 병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구도 우수한 품질의 수입 인공관절을 사용하고 있으니 가격이 저렴하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디스크 질환의 경우 수술 없이 완쾌가 가능한 비수술적 치료도 인상적인데요.
최근 간편한 수술이 속속 등장해 90대도 거뜬히 척추·관절 질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디스크가 튀어 나왔다고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10%에 불과하고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완쾌가 가능합니다.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경계가 있을까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10% 환자는 어떤 증상을 앓고 있는 경우인가요?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감기처럼 허리 통증을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인구의 10%정도는 만성요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은 허리디스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리 통증이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허리 디스크나 퇴행성 척추질환의 대표적인 척추관 협착증도 조기에 발견하면 안정을 취하고 무리한 운동을 자제한 후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요법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대소변 장애나 다리 마비가 오는 등 증세가 심한 경우나 보존요법으로도 증세 호전이 없을 경우에만 수술을 선택하면 됩니다.
용어만 들어보면 쉽게 감이 오질 않는데 척추수술과 비수술적 치료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입니까?
디스크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로 나눠 볼 수가 있는데 제일정형외과병원에서는 높은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고령 환자의 신체적 특성을 감안해 가급적 초· 중기 척추질환 환자에게는 비수술적치료법인 신경성형술, 선택적 신경차단술을 이용한 경막 외 주사법, 고주파 열 응고술 등 여러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 대안적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화된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치료로는 부족하고, 수술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영역에 비수술적 치료가 있는 것이지요.
디스크환자 발병 연령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는데 체감하시나요?
디스크 질환은 보통 퇴행성으로 인한 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매년 10% 이상 디스크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분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평소 업무나 학업 중 스트레칭을 자주 해서 목과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습관이 매우 중요한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책을 볼 때 고개를 많이 숙이는 등의 나쁜 자세와 생활 습관으로 허리, 목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체력이 약한 고령 환자의 경우 특히 비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노인분들의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등 질환이 있거나 디스크 수술을 했을 시에 합병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비수술적 치료나 보존적 치료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술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없을까요?
시술 부위나 몸에 감염 질환이 있거나 출혈이 많은 환자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척추신경성형술’을 받는데 부작용으로부터 큰 제한은 없습니다. 단 경막외신경성형술은 간편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시술이나 척추신경주변의 공간인 경막외강의 구조가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술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 풍부한 시술 경험을 가진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시술의 경우 수술에 비해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할 듯 한데요?
본원을 찾는 환자분들께서도 가장 궁금해 하시는 부분입니다. 다 같은 디스크질환이라도 환자의 진행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도 달라질 수가 있고 비수술적 치료 방법도 디스크 진행 정도가 초·중기인 환자 같은 경우 한 번의 시술로도 완치가 가능하기에 반복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스크 외에 심각한 척추 골절도 수술 없이 완쾌가 가능한가요?
척추압박골절 치료에는 비교적 간단한 비수술적 치료인 척추성형술(골시멘트 보강술)이 주로 시행됩니다. 주저앉은 척추 뼈에 골시멘트를 주입시켜 단단하게 하는 것이지요. 치료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극심한 통증으로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어 꼼짝도 못하던 환자도 시술 즉시 거동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효과가 좋은 시술입니다.
환자입장 배려하니 병원수익도 쑥쑥
자수성가로 상당한 규모의 보석상을 운영하던 부친은 신 원장의 멘토였다.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의술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고 “의사가 되려면 큰 의사가 되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제일의 병원을 만들라”는 조언에서 제일정형외과병원이라는 이름도 탄생했다. 사업가인 부친의 피를 물려받아서였는지 병원은 앞선 의술을 바탕으로 반값수술이라는 히트상품을 내는 등 마케팅이나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신규철 원장의 병원경영철학과 최근 들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병원영리사업에 대한 견해도 물었다.
입원 없이 한 번의 시술을 통해 치료를 마칠 경우 환자의 편의성 면에서도 그렇지만 병원의 수익 측면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입원 없이 당일 시술을 도입하려는 부분은 병원으로서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풀어야 할 문제도 많았습니다. 병원도 어디까지나 환자들이 찾아주셔야 운영이 되는 만큼 환자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의 입장 그리고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이었고 그것을 해결해 치료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시간을 절약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병원경영에 있어서는 재활기간을 줄여 입원기간을 단축하면 보다 많은 환자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요식업으로 치면 회전율을 높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병원을 새로 짓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특색을 입힐 생각인가요?
신축하고 있는 병원은 환자분들의 치료와 쾌유에 초점이 맞추어진 병원입니다. 현재의 강점을 살리는 한편 콜레스테롤 등 현대인들의 건강상태를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병원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운영 시스템에 맞추어 건축되고 있기에 저희 제일정형외과병원이 추구하는 환자중심의 효율적인 시스템이 녹아있는 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영리화가 정치권 이슈가 되고 병원의 영리사업 허용에 있어 찬반이 분분합니다.
요새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영리화라는 표현은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국내에 존재하는 개인병원들은 모두 영리병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단 ‘병원이 영리만을 존재한다’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은 환자분들의 치료와 쾌유가 기본이 돼야 하며 병원은 환자들의 그런 부분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줌으로써 환자들의 만족을 유도하고 그것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의술이 뒤처지는 병원이 마케팅에 의존해 돈을 벌거나 혐오광고가 난립하는 부작용도 있는데요.
경쟁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다보니 병원들 도산도 적지 않고, 마케팅에 집중하다보니 영세한 사업자들이 혐오광고를 많이 내기도 합니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옥석이 가려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대학병원, 중견병원, 개인병원 등 아직까지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전문화, 세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흔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향후 규모별 병원의 포지션 전략과 방향성은 어떻게 가져가야 될 것으로 보십니까?
대학병원, 중견병원, 개인병원 모두 각각의 포지션 전략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병원은 중견병원으로서 대학병원급과 같은 규모의 시설은 되지 않지만 의료진이나 의료서비스의 질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희 중견병원급 병원들이 대학병원에 과집중 되어 떨어진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신규철 병원장
1962년생으로 대신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양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거쳐 현재 제일정형외과병원을 이끌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존스 홉킨스 병원의 노인척추 최고권위자인 코스투익(Kostuik) 박사로부터 노인성 척추질환 치료법을 사사해 척추성형술(골시멘트 보강술)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