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은 언제나 많은 데이터에 시달린다. 경영 과정에서 매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관련 보고서와 리서치 자료가 판단의 가장 큰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서치 조사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매출규모가 큰 기업들만이 리서치를 활용할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쉽게 리서치 활동에 나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는 바로 이 대목에서 사업성을 찾았다. 과거 직장에서 신규사업팀 근무시절, 리서치를 하고 싶었음에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큰 부담이 됐던 만큼 다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바로 모바일리서치 ‘오픈서베이(OPEN SURVEY)’를 운영하는 아이디인큐다.
자본금만 20억원이 넘고 직원은 40명에 달하는 리서치회사의 27살 대표. 정부의 창조경제 사례로 가장 먼저 등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벤처기업의 주인. 열정과 의욕으로 똘똘 뭉친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를 서초동에서 만나봤다.
엔지니어들, 리서치 회사를 세우다
“2011년 2월 용산의 허름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2명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단 2000만원이 저희가 가진 모든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리서치 기술을 개발했고, 서비스는 그해 연말에 출시됐습니다. 이후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투자를 받고, 회사이름과 기술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자본금 20억에 고객사만 400여 곳이 넘는 회사가 됐습니다.”
여전히 학생 같이 보이는 김동호 대표는 자신이 세운 아이디인큐를 이렇게 소개했다. 사실 그는 아이디인큐 이전에는 일반 또래와 같은 직장인에 불과했다. 곰플레이어로 잘 알려진 그레텍이 김 대표의 전 직장이다.
“그레텍에서는 신사업기획팀에서 일했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당시 애플의 3GS가 출시된 후 스마트폰 시장이 급속히 확장되면서 회사에서는 스마트폰과 연관된 사업아이템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규 아이템들을 찾았고, 이런 아이템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부담이었고 이런 어려움을 기술로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한 게 지금의 아이디인큐가 됐습니다.”
회사를 창업한 김 대표는 곧바로 인터뷰와 자료 수집 활동을 통해 리서치 업종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그리고 설문 조사 이후 진행되는 통계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인건비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서치라는 일은 전문가들이 질문을 설계하고, 응답을 받은 후 이에 대한 통계를 내고 리포트를 쓰는 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질문 설계와 리포트에는 견해가 들어가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해 자동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설문 응답 결과를 곧바로 통계로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디인큐가 진행하는 리서치는 빠른 결과를 도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기존 리서치 업체들이 통계자료를 내는 데 2~3주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아이디인큐는 설문이 끝난 후 이틀 이내에 리포트를 낸다.
기술을 통한 간소화로 비용 부담 줄어
이렇게 빠른 설문이 가능한 이유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27만명(7월 기준)의 패널들이 즉각적인 설문조사에 응하기 때문이다. 통계자료 분석 과정은 기술개발을 통해 시스템화했다. 이 때문에 설문조사와 함께 통계자료가 작성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설문 과정의 간소화와 빠른 응답성, 그리고 통계의 신속성은 리서치 자료의 생명인 ‘시의성’에 높은 신뢰를 가져다준다. 소비자들이 바로 어제 생각한 점을 말한다는 것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고 기업관계자들은 강조한다.
게다가 시스템화를 통해 통계 과정이 줄어들면서 리서치 비용 역시 감소했다. 과거 비용 부담 때문에 리서치에 주저했던 기업들도 이제는 시장조사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이디인큐의 오픈서베이 시스템 개발을 통해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비용 절감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비용 때문에 리서치를 주저했을 정도로 높은 비용이 부담이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 설문과 분석과정이 줄어들면서 리서치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대폭 줄어들게 됐습니다. 리서치에 필요한 절대비용이 작아진 겁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매출액 500억~600억원대의 중소기업들도 저희 회사에 시장조사를 의뢰하고 있습니다. 시의성 높은 리서치 조사 결과에 비용 역시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을 통한 리서치, 그리고 즉각적인 설문과 바로 볼 수 있는 통계 리포트를 바탕으로 리서치업계의 젊은 개척자라고 평가받고 있는 김동호 대표. 그는 오늘도 좀더 완벽하고 합리적인 통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서치는 넓게 보면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대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최근 빅데이터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 역시 시의성 있는 데이터를 비용 대비 효과가 높게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기업들이 좀더 손쉽게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