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에 환한 미소, 빈티지한 데님베스트와 컬러팬츠에 컨버스화를 매치한 스타일. 박희은 이음(i-um) 대표(27)의 첫인상은 CEO보다는 발랄한 여대생에 가까웠다. 그녀에게 창업 3년차 기업의 CEO가 풍길 법한 칙칙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리더의 밝은 인상이 대변하듯 이음은 승승장구하며 소셜데이팅(SND: Social Network Dating) 서비스업계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음은 20~30대 외로운 청춘들에게 짝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대학시절 소개팅에 많이 나가봤는데 나갈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었어요. 그때부터 솔로들의 가능성 높은 소개팅 서비스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시작하게 됐죠.” 2010년 박 대표는 당시 국내에는 생소했던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i-um)을 탄생시키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오프라인 결혼정보업체와 온라인 채팅서비스의 중간지점에서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지 않은 진지한 연애를 원하는 청춘남녀들의 니즈를 겨냥했다. “대학졸업 후 게임회사에 취업해 해외 온라인 시장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어요. 2008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성장하던 산업군은 첫째가 온라인 게임, 둘째가 디지털 음원이었고 다음이 바로 온라인데이팅 서비스였어요. 시장규모가 소셜커머스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라 상당히 놀랐죠.”
세간에 속칭 ‘엄친딸’로 불리는 박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NC소프트 글로벌 전략사업부에 입사했다. 허나 그녀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직장과 6개월 만에 이별한다. “평소에 즐기지도 않던 게임을 하고 있자니 힘들더라고요.(웃음) 게다가 창업을 결심한 이상 빨리 나와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의기투합할 수 있는 분도 만나 결심을 굳혔죠.”
퇴사 후 한 달 만에 박 대표는 김도현(44) 이사와 함께 ‘이음(i-um)’을 만들었다. 발 빠르게 구상해온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워낙 낯선 사업모델이었고 초창기 서비스는 박 대표의 표현대로 “나이스하지 않았던 터라”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베타서비스를 오픈하고 테스트를 위해 저와 주변 지인들의 친구들부터 가입시키기 시작했죠. 그런데 별안간 갑자기 여성 가입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몇몇 유명한 여성커뮤니티에 이음에 고학력자들이 몰려있다는 입소문이 났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효과로 베타테스트 기간에만 3만명 정도로 가입자가 늘었어요.” 페이스북 이후 SNS 성공방정식이 되어버린 ‘여심잡기’를 달성한 이음 역시 가파르게 성장했다. 초기부터 꾸준히 늘어난 가입자는 어느덧 85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도 늘어났지만 무엇보다 이음에서 만난 커플이 결혼 소식을 전해올 때 보람차요. 62쌍이 이음에서 만나 결혼소식을 전해주셨어요. 미처 알려오지 못한 고객들까지 합하면 아마 200쌍 넘는 부부가 탄생했으리라 생각해요.”
이음앱을 다운받으면 매일 오후 6시 ‘오늘의 이음’이란 메시지와 함께 캐릭터인 이음신이 소개팅 상대의 사진과 프로필을 전달한다. 소개팅 상대는 가입 시 작성하는 프로필 정보에 따라 정해진다. 나이와 지역안배를 바탕으로 구축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칭상대가 결정된다. “개인의 소개팅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매칭은 더욱 쉬워요. 예를 들어 남성 1·2·3호에게 후한 점수를 준 여성 A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1·2호에 좋은 점수를 준 여성 B 역시 남성 3호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이렇게 결정된 소개팅 상대가 마음에 들 경우 다음 소개팅 상대가 도착하기 전에 ‘OK’를 눌러 호감을 표시할 수 있다. 다만 OK를 누르기 위해서는 1회 33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서로 OK를 누른 경우 이음신은 각각 상대방의 휴대전화번호를 전달한다. “비용은 소개팅에서 커피 한잔은 같이 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으로 책정했어요. 서비스에 있어서는 소개팅 특유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상쇄하기 위해 이음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사람이 아닌 신이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해준다는 유머러스한 콘셉으로 정했죠. 이밖에 프로필 디자인을 아기자게하게 꾸며 최대한 자연스러운 매칭이 가능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음의 작년 매출은 40억원. 올해는 큰 폭으로 가입자 수가 늘어남은 물론 연령층을 높여 보다 진지한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 ‘아임 에잇’을 론칭해 총 1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패를 모르고 성장해온 이음을 이끄는 박 대표에게도 고민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이음 가족들이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지속적으로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영업이익은 높은 편이지만 아직 매출 자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거든요. 더 노력해야죠. 더 멀리 보면 이음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킨다는 의미잖아요. 향후 소개팅 외에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