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 프로축구 구단주에 유난히 러시아 재벌들 이름이 많이 오르내린다.
최근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 10인의 축구 부호 명단에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잉글랜드 아스널)와 로만 아브라모비치(잉글랜드 첼시)가 포함됐다. 철광석과 통신 재벌인 우스마노프는 아스널 지분 30%를 보유해 미국 스포츠기업 부호인 스탄 크론케에 이어 2대 주주다. 하지만 그는 호시탐탐 크론케 지분을 빼앗아 구단주가 되려는 야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러시아 억만장자인 안톤 징가레비치는 2012년 2월 레딩FC 지분 51%를 매입해 30세에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구단주가 됐다. 그는 한때 포브스 기준 전 세계 부호랭킹 130위였던 보리스 징가레비치 아들이다. 안톤은 지난 3월 레딩FC가 4연패에 빠져 프리미어리그 최하위에 처하자 감독 경질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파산위기에 처해 있는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FC 구단주도 한때 러시아인이었다. 수년전 프랑스로 귀화한 알렉산드르 게이다막은 2006년 7월 구단을 매입한 뒤 금융위기 여파로 3년여 만에 팔아버렸다.
프랑스 프로축구리그에 속한 AS모나코 구단주는 러시아 14위(재산액 91억달러) 부호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다. 러시아 최대 비료회사인 우랄칼리를 소유한 그는 지난 2011년 12월 AS모나코를 인수했다. AS모나코는 박주영 선수가 한때 활약한 구단으로도 유명한데 최근 영국 축구전문매체인 ‘골닷컴’은 리볼로프레프가 막강한 자금을 동원해 박지성과 에브라, 테베스 영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내 프로리그에도 올리가르히 손길이 뻗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재벌인 슐레이만 케리모프가 구단주로 있는 안지 마하치칼라 구단. 안지는 러시아 내 다게스탄공화국 수도인 마하치칼라를 연고로 하는 곳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거스 히딩크가 감독으로 있다. 케리모프는 자금력을 앞세워 사무엘 에토오,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거물급 스타들을 거액에 영입하는 등 러시아 축구 부흥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 부자들이 유독 축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축구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기종목 중 하나로서 자신을 알리는 데 축구클럽 운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홍보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 러시아에는 1950~60년대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였던 레프 야신을 기억하는 골수 축구팬들이 많다. 무엇보다 엉성한 민영화를 통해 정당하지 못한 부를 쌓은 재벌들은 축구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업을 지키려는 꼼수도 있다. 또 하나는 크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일환이다. 케리모프가 고향인 다게스탄을 연고지로 해서 러시아 최대 구단을 만든 것도 고향을 알리고 자금을 재투자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