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에 있는 러시아 대기업들의 주된 사업 분야는 에너지다. 지난 4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2013년 글로벌 2000대기업’에 속한 러시아 기업은 30개. 이 중 철강, 광물, 전력을 제외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기업은 9개(30%)나 된다.
특히 톱10에 든 러시아 기업 중 에너지 관련 회사는 7개에 달한다. 나머지는 은행과 광물회사가 각각 2개, 1개였다. 포브스는 기업별 2012년 매출액과 순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전 세계 최대 가스 생산업체인 가스프롬이다. 러시아 기업들 중 매출과 이익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해 ‘러시아판 삼성전자’로 보면 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가스프롬의 2012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440억달러(약 157조원), 406억달러(약 44조원)에 이른다. 직원 수도 40만명이 넘는 국민기업이다. 가스프롬은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고, 가스 탐사·채굴·생산·운송 등 일관된 사업구조를 통해 러시아 내수의 70%, 수출의 100%를 맡고 있다.
천연가스에 가스프롬이 있다면 석유 분야에는 로스네프티가 있다. 생산 및 매장량에서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로 정부가 75.16% 지분을 보유한 국영기업이다. 향후 진행될 민영화 대상 1순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2003년 올리가르히(과두재벌) 길들이기 차원에서 시작된 ‘유코스 사태’를 통해 당시 러시아 2위 석유회사인 유코스 자산을 넘겨받아 2005년 이후 최대 석유기업으로 떠올랐다.
작년에는 영국과 러시아 간 합작 석유회사인 TNK-BP에 대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보유지분(50%)을 넘겨받게 되면서 러시아 석유산업의 절반을 장악하게 됐다. 러시아가 세계 최고인 분야는 광물 쪽에도 많다. 러시아 최대 금속광물 기업인 노릴스크 니켈은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20%, 플래티늄 12%, 팔라듐 45%, 동(銅) 3%를 차지하고 있다. 통합 루살과 브슴포 아비스마는 각각 알루미늄과 티타늄 생산에서 세계 최대다. 철강의 경우 소련 시절부터 막대한 철광석 원료를 바탕으로 러시아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다. 세계 10~20위권 내 러시아 철강업체는 3~4개가 있다. 지난해 141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세베르스탈은 지난 2006년 룩셈부르크의 다국적 철강사인 아르셀로와 합병을 추진했다가 인도의 미탈스틸과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을 정도로 세계적 규모다. 잉글랜드 축구클럽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보유한 에브라즈 역시 대형 철강회사다. 2006년 미국 오레곤스틸 등 해외 철강사들을 사들였고, 런던 증권거래소(LSE)에도 상장돼 있다.
은행의 경우 국영인 스베르방크와 대외무역은행(VTB)이 있고, 아프토바즈, 가즈(이상 자동차), 로스텔레콤, 빔펠콤, 메가폰, 시스테마(이상 통신) 등도 잘 알려진 기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