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녹색산업에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 있다…Green Leader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
입력 : 2013.02.04 14:31:42
수정 : 2013.02.26 10:26:58
“녹색 트라이앵글을 완성했다!”
지난해 10월 20일 GCF(Green Climate Fund·녹색기후기금)의 인천 송도국제도시 유치가 확정되자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스위스와 중국, 멕시코 등 유럽과 북미 국가들을 제치고 인천 송도에 유치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상협 기획관은 ‘녹색성장그룹의 총수’로 불린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이면에는 항상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GCF 유치에 앞서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입안을 맡을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와 녹색기술개발을 담당하는 GTC(Green Technology Center·녹색기술센터) 등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도 바로 그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주인공인 셈이다.
무엇보다 그는 환경문제를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가능성을 앞서 내다보고, 이를 위한 법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서울 중구 정동의 GGGI 사무소에서 김상협 기획관을 만났다.
“50조달러 규모의 그린오션이 온다”
“이미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어요.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을 넘어선 그린오션이 출현한 거죠. 여러 전망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오는 2050년이면 녹색성장 산업의 규모는 약 50조달러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글로벌마켓의 규모가 약 50조달러 규모니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지구가 생기는 셈이죠.”
김상협 기획관은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히 2020년 UN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전면 금지하는 새로운 기후체제가 출범하는 만큼, 이에 관련된 기술과 산업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녹색산업이 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커지는 걸까. 단순히 UN세계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해서 일까. 이에 대해 그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전 세계 각국이 그린오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보통 GDP의 5~10% 이상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죠. 미국의 경우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정부가 의회에 신청한 허리케인 복구비용만 650억달러입니다. 허리케인 ‘샌디’ 하나의 복구비용만 해도 이 정도인데,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금액이 소요될 겁니다. 결국 과다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녹색성장 산업이 커지는 거죠.”
특히 그는 2016년 이후 UN기후변화협약을 대신할 새로운 신기구가 들어서면, 앞으로는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이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엄청난 비용, 그리고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이런 상황에 국제 사회는 새로운 신기구 체제를 준비 중입니다. 뉴 클라이밋 서밋(New Climate Summit)은 지금까지 선진국만 온실가스를 감축했지만, 2016년부터는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합의한 내용이에요.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비즈니스 토대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런 이유로 정부는 그동안 녹색성장에 대한 법안과 법률적 토대를 마련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했던 이전 정부처럼 그린산업을 아예 우리가 선점하자는 게 정부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녹색산업에 눈독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녹색성장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을까. 이에 대해 김상협 기획관은 “선진국들 역시 그린오션으로 불리는 녹색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메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일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은 급격한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양쯔강과 황하가 큰 변화를 겪었는데, 강이 끝까지 연결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이유로 제18차 전당대회에서 ‘생태문명으로 가자’라는 주제를 채택했죠.
또 시진핑 주석은 황하를 방문해 ‘녹색산업이 앞으로 우리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녹색산업에 본격적인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죠.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요인이 바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복구 모습이었는데, 블룸버그통신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리더십’이란 평가를 내릴 정도로 인상적이었죠.
특히 재선 취임식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강조한 부분은 앞으로 미국이 녹색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뿐 아니다. 김상협 기획관은 일본과 러시아, 동남아 등 여러 국가들 역시 기후변화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야후의 손정의 의장이 과거 한국에 왔을 때 몽고의 바람을 풍력발전을 통한 전기로 만들어 동북아 일대에 끌어오면 엄청난 규모의 그린산업이 될 것이라며 제의를 했었죠. 여기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역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건의했는데, 그중 하나가 아무르강의 수력발전을 통한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을 구축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는 국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4대강 사업’ 역시 해외에서는 관심 받는 녹색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녹색산업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 사업’이 바로 4대강 사업이란 설명이다.
“4대강 사업은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워터 인프라 스트럭처’라고 하는 물 산업 중 하나입니다. 가뭄과 홍수에 대비한 녹색산업이라고 볼 수 있죠.”
비즈니스 리더들은 어서 기회 잡아야
전 세계적인 플랫폼이 바뀌면서 산업 기준이 변화하는 것. 김상협 기획관은 바로 여기에 국내 기업인들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리 준비만 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녹색산업의 새로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마켓은 이미 50억달러를 넘었어요. 이 중 우리나라는 2차전지와 LED에서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죠. 태양광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요. 녹색기술의 전반적인 수준이 80% 이상 완성된 거죠. 이런 추세라면 2015년에는 세계 5위권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실제 HSBC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그린프로덕트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15위 정도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일본을 앞질러 세계 5위권의 기술대국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설립한 녹색기술센터가 월드클래스의 그린테크놀로지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정부가 녹색성장을 위한 기술투자를 중단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산업은 현재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정체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숨고르기 같은 겁니다. 다른 선진국들이 투자를 본격화하면 선진국들 대부분이 모두 경쟁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어요. 특히 태양광에너지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전 세계적인 과잉투자로 인해 구조조정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태양은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의 1000배 이상을 지구에 쏘아 주기 때문에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되면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질 겁니다.”
녹색성장 위한 지원책 필요하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녹색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다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시장에 맞는 다양한 법안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4대강이 메가 프로젝트였습니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물 문제 해결책이었는데 이미 완성단계에 들어섰죠. 다음 정부에서는 스마트 그리드로 상징되는 녹색 비즈니스를 키워야 합니다. IT와 다양한 녹색산업을 연결하는 거죠. 이에 대한 법률적 토대는 이미 마련됐으니 다양한 세밀한 법안이 어서 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올 하반기 입주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GCF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녹색성장에 대한 전략은 GGGI에서 하고, 재원은 GCF에 지원하고, 이를 위한 기술은 GTC를 통해 보완하는 그린 트라이앵글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장전략을 짰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