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리더 3인의 한국 경제 진단]한국 성장률 하락은 당연 서비스업 독자모델 찾아야…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
입력 : 2012.10.05 17:55:40
미국의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두 차례에 걸친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발전모델을 바꿔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접근방식은 일본이나 미국을 모델로 삼은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다른 국가의 경제 모델을 도입하기보다는 자국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과 접근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한국 경제 기적의 기초가 됐던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이 이제는 더 성숙한 경제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잠재적 문제로 바뀌고 있다”며 “1970년대부터 한국 경제 성장의 해법이자 절대적 원동력이었던 재벌이 이제는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재벌은 정치적으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가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내버려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가 아직까지도 녹색성장을 비롯해 경제의 세심한 부분까지 관리하는 등 산업 정책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의 경제 관리는 이전보다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정부가 빠져 준다면 오히려 모든 것이 더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현재 정부의 경제 관리가 이전보다 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의 한국 신화가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델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서비스 중심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서비스 분야의 생산성이 낮고 각종 규제도 너무 많다. 이런 서비스 분야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성장률을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모든 선진국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미국에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더 심각해 보인다.”
이어 아이켄그린 교수는 “한국 제조업은 대규모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거센 압력에 늘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한국은 더욱 세련된 기술력을 갖춘 제품 라인업으로 고급 시장에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디자인과 조립 부분에 있어서도 보다 더 큰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이 같은 내용과 분석을 담은 한국 경제에 관한 책을 오는 10월 세계지식포럼 개최 직전에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