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출신 가수’ ‘가수 출신 펀드매니저’
어느 쪽이 김광진을 수식하는 수식어로 적절할까? 어느 한쪽으로 기울임 없이 활발한 활동을 해온 그이기에 답이 쉽지 않다. 행여나 김광진이란 이름이 다소 생소한 이가 있다면 아직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요 ‘마법의 성’ 작사·작곡자이자 더 클래식의 멤버였다는 설명이면 충분할까.
사실 그의 음악이 꾸준히 사랑을 받아 그를 가수로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금융맨’으로서의 활동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시작 역시 먼저였다.
원조 엄친아 “주식·가수 둘 다 포기 못해”
김광진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교(The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한 후 미국 재무분석사(CFA)까지 합격한 원조 ‘엄친아’다.
그는 1989년 장은투자자문의 투자자문역으로 금융투자 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하나경제연구소를 거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로 둥지를 옮겨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1991년 가수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를 작곡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1994년에는 아예 듀엣그룹 ‘더 클래식’을 결성해 가수로 데뷔했는데 당시 ‘삼성맨’ 출신 가수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법의 성’은 이때 탄생한 명곡이다.
근 10년간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2년 동부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펀드매니저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숨어있던 실력은 더욱 빛이 나기 시작한다.
당시 그가 만든 ‘더클래식진주찾기펀드’는 당시 설정 1년 만에 주식형펀드 수익률 상위 1%에 오르며 동부자산운용 대표 펀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 동부자산운용이 사고파는 종목을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애널리스트로, 펀드매니저로 근무하면서도 그는 음악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편지’ ‘아는지’ 등 자신이 부른 노래뿐 아니라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이승환의 ‘내게’와 ‘덩크슛’,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와 ‘기억해줘’ 등 많은 히트곡을 작곡하는 한편 다섯 개의 솔로앨범을 발표하며 꾸준히 가수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김광진이 밝히는 주식투자때 20개 종목을 사야하는 이유
1. 종목의 변동성은 시장보다 크다. 분산해 위험을 줄인다.
2. 높은 상승률의 종목을 편입할 확률이 크다.
3. 더 나은 매매 타이밍을 잡기 유리하다.
4. 급락 또는 급등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보유 할 수 있다.
5. 비중축소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회사 박차고 나온 김광진에 쏠린 시선
가수와 펀드매니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손에 쥐고 흔드는 와중 김광진은 작년 여름 동부자산운용 투자전략본부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가 ‘자문사 설립을 위해 회사를 그만 둔 것이며 연내 실행에 옮겨 투자자문사 대표 자리에 오를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그러나 그는 “당분간 공연과 음반제작 등 음악활동에 전념할 생각이에요. 자문사 설립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작년 9월부터 그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뒤를 이어 KBS 해피FM(106.1MHz)에서 <김광진의 경제포커스>를 진행 중이다. 또 작년 말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출연한 후 대중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출연자들이 그가 작곡한 ‘동경소녀’ ‘여우야’ ‘편지’ 등을 부르며 덩달아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작년 9월부터 콘서트 활동도 진행 중에 있다. 바빠진 음악활동으로 근 20년간 지켜왔던 주식시장을 떠난 것일까? 과도한 스케줄로 투자의 감을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그는 “지금이 오히려 현업에 있을 때보다 활발하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어요. 쉽게 감을 잃지는 않을 겁니다(웃음)”라고 답했다.
김광진은 2012 서울머니쇼에서 그가 가진 투자 철학에 대해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그는 주식시장을 이해하려면 최소 3년 이상 투자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1985년부터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20% 이상 상승하고 하락하는 7~8구간이 있는데 오를 때는 평균 26개월 정도 상승하고 17개월 정도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합치면 3년이 넘는데 한 사이클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이 단기 고점에 주식을 사서 1년 반 정도 보유했는데 60~70%가 하락해 ‘이놈의 주식 다시는 쳐다보지 말고 주식하는 자식 낳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면 가장 불운한 케이스죠.”
그는 투자에 있어 반드시 20개 종목 이상에 분산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도 야구의 패넌트레이스와 같아서 장기적으로 10~20년 할 것을 생각하고 하셔야 하는데, 선수가 매일 홈런만 노린다면 경기 이기겠습니까? 포볼도 골라서 나가야 하고 2루 보내려고 번트도 대야합니다. 한 종목의 40%를 사서 종목이 10배가 오르면 부자가 되는 거지만 세상이 그렇게 쉽지 않죠? 종목을 최소 20개 이상 사야 합니다.”
이에 더해 그는 “3년간 주식시장에 1000개가 넘는 종목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100개의 종목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하면 그 중 한 두개의 종목만 보유했다고 쳐도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한 두 종목을 보유하기 위해 3개 종목을 보유하는 게 확률이 높을까요? 아니면 20개의 종목을 보유하는 게 확률이 높을까요? 3~4개 종목을 가지고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하는 것은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겠다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 승률 높이는 김광진식 투자법
그는 많은 종목을 보유하게 되면 투자승률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적은 종목에 분산 투자를 하게 되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져 쉽게 매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수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 여유를 가지고 유리한 매매 타이밍을 잘 잡을 수 있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정답을 모르는 투자자가 어디 있으랴. 문제는 과연 개별 종목 관리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법하다. 이에 대해 그는 아주 솔직한 답을 내놨다.
“20개의 종목을 투자하면 관리가 안 된다는 문의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기관투자가로서 활동한 경험에 비춰보면 기관이나 개인이나 관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주식을 사면 화살은 발사된 거죠. 주식이 오르면 올랐구나 하고 보유할지 이익실현을 할지 결정하고, 내릴 때는 손절매를 할지 생각을 할 뿐입니다.”
단 그는 종목 선택에 있어 확실한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0개의 종목 중에 어떤 종목을 살지에 대한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1000개나 있으니 나는 그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가장 매력적인 종목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죠.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서 한 10년 정도 지켜서 20개 종목 정도를 가져가면 전문적인 펀드매니저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신이 운용사에서 성공을 거뒀던 상대적 가치투자법을 공개했다.
그는 “만약 NHN이 이익대비 20배에 거래되고, 하나금융이 이익대비 6배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면 어떤 것이 더 싸고 비싼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는 산업군이 다르기 때문이죠. NHN과 다음은 가능할 수 있죠. 정확한 비교대상이 있어야 비교가 가능하듯 시장을 쪼개서 같은 산업을 한 애널리스트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어떤 주식이 싼지를 계속 분석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장기간 1등 수익률을 거뒀죠”라고 설명했다. 즉 같은 사업군 안에서 비교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번 정한 투자원칙은 쉽게 바꾸지 말것을 당부하며 연단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