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 Woman] `박성희` 대신증권 신촌지점장…카멜레온같이 늘 변신해야 살아남죠
입력 : 2012.03.23 14:17:40
‘대신증권 창립 이래 남녀 통틀어 최연소 지점장 부임’, ‘6개월 만에 실적 최하위 지점을 1등으로 탈바꿈’, ‘사내 누구나 인정하는 베테랑 영업 여왕’. 이런 화려한 표현들이 공통으로 수식하는 인물이 박성희 대신증권 신촌 지점장이다. 프로필을 먼저 듣고 갔는지라 만나기 전 차갑고 깐깐한 인상과 말투가 상상됐다. 그러나 지점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달력 사진이 그러한 상상을 산산조각 냈다. 작년 한 해 지점 식구들과 떠났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평소에 재미있게 찍은 연출 사진 등 수십장을 ‘재료’로 지점 가족들만을 위해 제작한 달력이었다. 특히 사내체육대회에서 ‘님과 함께’에 맞춰 재밌는 율동을 하는 박 지점장의 사진이 인상 깊었다.
“아기자기한 달력이죠? 가족처럼 사랑이 있는 지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작년 말 달력 외에 영상편지도 제작했는데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일 욕심 많던 텔러, 실적 1위 지점장으로
또렷한 이목구비에 수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박 지점장은 만 36세에 대신증권 역대 최연소 지점장 임명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여성으로서 이룬 기록이기에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무엇이든 나서서 적극적으로 했어요. 남들이 꺼리는 교육도 지원해서 가고 궂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손을 들어 먼저 했어요. 힘들었던 점이라면 외부 영업보다는 내부에서의 견제나 텃세가 버거웠어요. 지가 1~2년 하다 지치겠지 하던 시선들이 3~4년 지나니 점점 신뢰로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지더군요.”
일반 텔러로 입사해 31세에 만삭의 몸을 이끌고 영업직에 지원한 박 지점장은 일에 있어서는 ‘악바리’란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환경이 열악했던 꼴찌 지점에 부임해 6개월 만에 1등 지점으로 탈바꿈시킨 ‘사건’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강연에 그녀를 소개하는 단골 멘트다. 비결을 물으니 그녀는 “신촌 부지점장 시절에 노하우와 고객들을 그대로 홍제 지점으로 가져갔죠. 또 부지점장일 때와 지점장일 때 CEO를 만나기도 훨씬 수월해지고 영업도 편해졌어요”라고 답했다. 지점장이 된 이후에도 그녀는 승승장구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신촌지점은 지속적인 고객 유입은 물론 탄탄한 실적으로 아, 이래서 박성희 지점장이구나 하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라고 밝혔다. 그녀가 알고 지내는 CEO는 어림잡아 200명 정도. 이들이 고객이 되면 전국적으로 최대 규모가 될 법한데 그녀는 손사래를 친다. “아는 분들이 모두 고객이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거예요.(웃음) 정말 필요할 때 부탁드릴 수는 있겠지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달려야 안전하게 오래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영웅에게도 시련은 있는 법. 리먼사태 때 다른 지점들과 마찬가지로 관리자산 3분의 2를 잃었다. 박 지점장은 “한 달 내내 울면서 지냈던 악몽 같은 기억이죠. 수없이 반대매매 들어오는 걸 바라보고 그도 미련 때문에 손절도 못하고……. 그래도 그런 경험이 보약이 돼 작년 증시 폭락 때는 빠른 손절로 거의 손실이 없었어요”라며 쓰라렸던 추억을 털어놨다. 다양한 모임에서 그녀는 주로 막내로서 재간둥이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자료나 음료를 직접 나눠주고 모임 안내 연락을 돌리기도 하고 흥겨운 자리에서는 ‘전문 진행자’로도 변신한다고 털어놨다.
눈빛으로 통하는 지점장 부부 자식들에겐 미안
박 지점장은 부부 지점장으로도 유명하다. 남편은 현재 보라매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변상묵 씨다. 사내 테니스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부부는 같은 업에 종사하는 탓에 증권시황만 봐도상대방 기분이 어떨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실적 좋은 지점장 부부의 재산 관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궁금해졌다. “돈 관리는 전적으로 제가 해요. 남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거 잘 못하잖아요?(웃음) 농담이고요, 업무에 충실히 고객 자산을 섬세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직접투자는 하지 않고 펀드상품에 편안하게 장기 투자하고 있어요.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비자금은 서로 힘들겠죠?” ‘영업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이 한 가정에 둘씩이나……. 쓸데없는 오지랖인지 몰라도 바쁜 부부 지점장의 아이들이 걱정(?)됐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첫째와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둘째 모두 엄마를 그리워한단다.
증권사 지점장, 두 아이의 엄마, 학교에서는 학생, 모임에서는 진행자까지, 그녀는 스스로 카멜레온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순발력이 필요하듯 그녀는 사회생활에도 마찬가지로 ‘변신’이 필수적이라 주장한다. 그녀에게 자녀들도 자신과 같은 길을 간다면 어떨까 물었더니 그녀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응원해줘야죠. 멋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