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영화감독 & 음식칼럼니스트 안휴, “1년 중 한 주는 가장 맛있게” 미슐랭 레스토랑 경험 신나요
입력 : 2012.01.27 17:30:54
수정 : 2012.02.27 13:57:31
“스페인의 엘 불리(El Bulli)는 돈 있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예약을 할 수 없다. 나는 유명해지기 전부터 셰프와 잘 알았기 때문에 언제든 갈 수 있었다.”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라는 베스트셀러로 일약 스타가 돼 음식칼럼니스트까지 겸하고 있는 안휴 영화감독은 얼마 전 문을 닫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을 설명하면서 신이 났다.
“엘 불리는 전설의 레스토랑이다. 5시간 동안 40코스가 나온다.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그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들어가면 아주 조용하다. 5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니 식사하다가 화장실을 가기도 한다.”
자연스레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 중 아시아 사람 한 분을 보았는데 중국 최고의 부자라고 했다. 유럽의 귀족들도 많이 온다. 예약이 어렵고 금액이 비싸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곳까지 가는 거다. 산 넘고 물을 건너서 가야 하기에 일반인이 가기는 쉽지 않다.”
안 감독은 그런 미슐랭 레스토랑들을 돌아본 경험을 책에 담았다고 했다. 그러나 책을 쓰려거나 평가를 하려고 가진 않았고 출장이나 개인 여행 중에 간 것을 정리했을 뿐이라고 했다.
“90년대 호황기엔 카드를 한도 없이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자주 다닐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경험이지만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80년대 중반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화에 뜻을 가져 고교부터 영화를 공부하려고 미국으로 갔다.부모님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꼭 하고 싶었다. 친척이 LA에 계셨는데 원하는 학교는 뉴욕대(NYU)이었기에 뉴욕으로 갔다.”
뉴욕으로 간 안휴는 고교 때부터 방송 관련 공부를 했고 NYU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NYU를 나오니 여러모로 좋았다. 졸업 전부터 학교에서 방송국과 영화사를 다 연결해줬다. 뉴욕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배급과 프로덕션 경력을 쌓았다. 칸영화제에 가서 판권을 사오기도 했다. 클린턴 때인 90년대엔 많은 연봉을 받았는데 특히 1996~1997년에는 아주 좋았다.”
그는 9·11 테러 이후 흥청망청 쓰던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 후 4년 전부터 한국 관련 일을 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어 아예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이란다. 음식 관련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들어와서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음식 책을 낸 데 대해 그는 자신의 전공은 아니라고 했다.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책을 출간하자고 제의해 와 경험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내게 됐다. 덕분에 유명인사가 됐고 칼럼을 쓰다가 ‘파인다이닝 갈라위크’ 행사를 시작해 이미 2회까지 마쳤다. 한국 음식문화의 한 획을 긋는 행사였다.”
2011년에 한 달간 음식 관련 사진전을 연 것에 대해 그는 “나는 미디엄을 오가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는 아니지만 예술의 미디엄은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에서 문화예술 활동의 하나로 했다. 2012년엔 갈라위크 이외에 영화를 준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휴의 음식사진
갈라위크 에너지 좋은 일에 쓸 것
안 감독은 유럽에서도 파인다이닝 행사를 연 바 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소개했다.국내에선 2010년부터 매년 5월 파인다이닝 갈라위크 행사를 열고 있는데 1회 땐 벤츠에서 후원했고 지난해 열린 2회 행사는 호텔 라인업으로 준비했는데 400여 명의 귀빈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 ‘1년 중 가장 맛있는 한 주’가 나의 모토이다. 최고 요리사들이 하루씩 맡아 음식을 내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몇몇 기업들이 후원하려고 한다. 2012년 3회 갈라위크는 크게 하려고 한다. 반응이 좋아 그 에너지를 좋은 데 쓰고 싶다.”
한국 셰프에 대해 그는 해외에서 공부한 셰프와 국내파 셰프들이 새로 유입돼 상당히 역동적이라며 갈라위크에서 새로운 셰프를 초청해 알리는 것도 행사의 묘미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전시회를 열어 보니 휘청거릴 정도였다는 그는 “이런 행사를 통해 기업이 못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 문화예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후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음식에 주력할 것인지, 영화에 주력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내가 음식을 한 것은 아니고 음식을 소재로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음식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곧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파인다이닝 갈라위크 등 행사를 기획한 경험을 살려보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5개 국어가 가능하고 미주는 물론이고 유럽이나 아시아의 50여 나라를 돌면서 이름난 식당들을 섭렵한 경험이 여러 곳에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국가나 기업 행사의 기획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조리과 학생들에게는 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도 해줄 수 있다. 내 경험과 노하우 때문에 VIP를 상대하는 글로벌 행사의 기획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음식과 영화는 모두 창작
안 감독은 음식과 영화는 다른 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모두 종합예술이다. 문화와 역사·시간 등이 어우러져 나오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의 예술적 감성이 함축돼 있다. 창작이란 점에서도 음식과 영화는 같다.그런 면에서 갈라위크 기획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사람 모으는 것이나 포스터 만드는 것 등이 같다. 행사를 통해 재능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의미가 깊다.” 그는 음식을 알려면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을 정말 즐기려면 제대로 소개를 받아야 한다. 한식도 제대로 소개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특히 스토리텔링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는 갈라위크 때도 7일 가운데 하루 정도는 꼭 한식을 넣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애착이 많은 만큼 그는 지금도 새로운 식당에 갈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간다고 했다. 그만큼 그에게 식사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요즘 갈라위크 행사를 준비하느라 점심을 거르기 일쑤란다. 요리를 잘하는 편인 그는 뉴욕에 있을 때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에 가서 배운 파스타를 잘 만들기에 매주 1회 정도 지인들을 불러 파스타를 대접하곤 했다고 한다. 샐러드도 잘하지만 반찬을 잘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최근 가거도로 촬영을 다녀오는 등 섬 시리즈 책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지방 가는 것, 특히 섬을 비롯한 남도 여행이 즐겁다고 털어놨다. 지방을 다니면서 역사적 배경 등을 배우고 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다.
■ 안휴가 소개하는 외국 식당
안 감독이 추천한 곳은 뉴욕 ‘레 버나댕(Le Bernardin)’과 ‘마이클스(Michael’s Restaurant)’. 맨해튼 51번가의 레 버나댕은 시푸드로 아주 유명한 곳이고 55번가의 마이클스는 언론인이나 출판사 CEO들이 점심이나 디너 때 자주 가는 곳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모임이라면 포시즌스호텔의 더 그릴(The Grill)도 괜찮다고.
일본에선 오사카의 ‘후지야 1935’를 추천했다. 후지와라 등 스페인에서 요리를 공부한 젊은 셰프들이 차린 곳으로 엘 불리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Fujiya 1935 2-4-14 Yariyamachi, Chuo-ku, Osaka, Osaka Prefecture 540-0027, Japan tel. (81) 6-6941-2483
·Le Bernardin
155W 51st St. NYC, NY10019 tel. (212)554-1515
·Michael’s Restaurant
24W 55th St. NY 10019 tel. (212)767-0555
안휴 감독은
서울 출생. NYU 영화과 졸업. 뉴욕과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제작 및 배급 업무를 담당했다.2009년 베스트셀러 '세계의 별들을 맛보다'를 출간했고 푸드페스티벌 ‘파인다이닝 갈라위크’를 기획 출범해 2년 동안 운영했다. 2011년 4월엔 ‘조선왕조궁중음식전시’를 후원했고 지난해 11월엔 음식을 주제로 한 사진전 ‘미식의 탐미주의’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