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또 많은 유권자들은 아직 정치에 투신하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융합기술대학원장에게 왜 열광할까.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대중들의 안 원장에 대한 열광과 지지를 그의 말과 행동에서 찾는다. 안 원장의 말과 행동에는 많은 유권자들이 원하는 공정한 경쟁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동시에 소통과 공감이라는 기본 정서를 깔고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 노출을 자제하는 신비주의 속에서도 극도로 간결하면서도 감동을 지향하는 소통방식은 다른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와 분명 차별화된다. 여기에 자기희생과 절제,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 함께 살아가는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강조하는 그의 언행은 보수나 진보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극화 심화와 민생경제의 악화로 민심이 기존 정치권에 대해 실망하고 분노하는 상황도 안 원장의 인기가 식지 않는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안 원장은 합법을 가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권과 불공정, 양극화 현상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난하고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현상을 차분하게 분석하고 설명한다. 안 원장이 평소 강조하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실천하는 방식인 셈이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식지 않는 열정을 갖고 사람에 대한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렇게 안 원장은 경영인 출신 교육가의 장점을 살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소개하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안 원장은 IT업계 경영인 출신이지만 의외로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이나 책, 청춘콘서트 등을 통해 젊은이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은 오히려 대중에게 진정성으로 느껴진다.
안철수식 경영스타일
이런 안 원장의 사고방식과 생각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안철수식 기업관과 경영관이다.
사실 안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명확히 밝힌 적은 없다. 다만 그의 사고방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안 원장이 정치권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정책이나 국정운영의 기조를 밝혀야 한다. 그럴 경우 평소 그가 생각하던 기업관이나 조직운영에 대한 원칙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자가 안철수 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봄이었다. ‘CEO&STOCK’이라는 지면의 인터뷰를 겸한 저녁식사 자리였는데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CEO였던 그는 좋은 실적을 내며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상황이었다.
CEO는 다소 공격적이고 적극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지만 안 원장은 한눈에 봐도 다른 스타일의 CEO였다. 일단 기자를 만나면 본인의 생각과 계획을 말하는 것을 즐기는 CEO들이 많았지만, 안 원장은 질문의 핵심과 의미를 파악하는데 집중한 뒤 조용한 말투로 심사숙고해 답변을 내놓는 식이었다.
당시에도 안 원장은 ‘기업의 주가를 올리는 일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 전체의 시가총액과 가치를 올리는 데 관심이 많다’고 얘기했다. 단기적 수급이나 실적에 의해 좌우되는 주가의 변동에 신경 쓰기보다 장기적 시각을 갖고 기업의 전체 가치를 강화하겠다는 뜻이었다. 지금도 변함없는 안철수식 경영스타일이자 인생관이다. 그는 최근 회사 경영을 하며 직접 느꼈던 이런 생각들을 정리해 청춘콘서트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특강을 통해 전달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안 원장의 기업관이다. 안 원장은 “기업에 대한 작은 생각의 차이가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그는 우선 기업의 출발을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추구’에서 찾는다.
기업은 혼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인데 그 이유는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크고 의미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함께 힘을 합친다’는데 이유가 있다는 것. 기업의 존재 이유를 보다 크고 의미가 있는 것, 즉 공공의 선과 이익을 지향하는데 두고 있는 셈이다. 그의 기업관의 중심에는 이른바 ‘따뜻한 자본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두 번째로 그는 기업이라면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거나 직원들에게 경제적 대가를 주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해하기 쉬운 예로 디즈니를 얘기한다. 디즈니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기업은 자신이 만들어 내는 상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할 뿐 아니라, 사회에 도움을 주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로 그는 기업의 가장 큰 목표와 존재 이유가 이윤창출이라는 사실을 부인한다. 실제로 그는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기업활동의 목적이 이윤창출이다’라고 쓰인 교과서를 본 일이 없다고 얘기한다. 잘못 알려진 정보가 우리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그는 앞에서 얘기한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 기업활동을 열심히 한 자연스러운 결과가 이윤이라고 강조한다. 안 원장은 실제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 등 많은 경영학 전문가들조차 ‘기업의 이윤은 기업활동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는 정의를 내린다고 소개한다.
결론적으로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공공선이나 사회 전체의 조화와 상생을 강조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만약 대권을 잡으면 경쟁과 효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사회 전체의 조화를 깨뜨리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나 입법활동은 위축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보다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규제가 늘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대기업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관행을 계속한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갖고 있는 권한에 비해 제 몫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을 받는 공정위 등의 위상 강화도 예상된다.
■ 기업관 •기업은 한 사람이 할수 없는, 크고 의미 있는 일을 함께 이루는 곳이다. •기업은 사회와 사람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를 제공하는데 존재 의미가 있다. •기업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다. 기업의 수익은 기업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다.
■ 위기극복의 원칙 •위기 때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 어려움을 피하려는 거짓말이나 분식은 독이 된다. •오히려 어려운 시기에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 그 후에 기회가 온다.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뜨거운 가슴으로 기회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안철수식 인재 발탁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인재를 알아보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되는 것이 안철수식 인재 발굴의 원칙이다.
안 원장은 좋은 사람을 얻고, 구한 사람을 적절하게 쓰는 인사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 봤다고 고백한다. 좋은 사람을 얻고 또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을 뽑는 3가지 원칙을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우선 사람을 뽑을 때 특정한 경력이나 배경을 가진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그 사람을 미리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이니까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나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홍보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생각 등 고정관념을 떨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일단 왜곡된 눈을 갖고 사람을 판별하게 돼서 인재를 놓치거나 인재가 아닌 사람을 인재로 오인해 발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안 원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할 경우 사람의 배경이나 학벌 등을 인재 등용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사람의 자질을 판단한 뒤 사람들이 평소 예상치 못하던 중책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가치관을 공유하고 능력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민간 부문에서도 과감히 발탁해 교육·국방·복지·환경·노동·문화 등 다양한 공공영역에 투입할 수도 있다. 인재 발탁에 대한 그의 두 번째 원칙은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회사나 조직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일치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안 원장은 개인의 능력이나 경력은 다른 사람보다 탁월하지만 가치관의 차이가 클 경우 결국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조직을 떠나는 일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한다. 이런 점에서 안 원장은 개인의 능력을 인재 발탁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기 보다는 자신과 가치관을 공유하고, 지향점이 같은 인재를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도 가치관을 공유한다고 느끼면 그 사람을 과감히 뽑아 쓸 수도 있어 보인다.
세 번째 원칙은 발탁할 사람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나 능력보다는 재능을 파악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재능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보다 발전 가능성이 많은 사람을 발탁하면 조직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철수의 위기극복 노하우
시민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안 원장
정치인은 국민들의 문제를 잘 들어 해결하고, 국가에 위기가 오면 극복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결단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 원장이 밝힌 결단의 원칙과 위기 극복의 원칙 등은 ‘정치인 안철수’를 그려볼 수 있는 창이자 일반인이나 경영자는 자신의 삶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그는 결단의 원칙 중 첫 번째로 과거의 작은 성공을 잊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패보다는 작은 성공이 사람이나 조직 성장의 발목을 더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체득한 삶의 원리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작은 것이라도 갖게 되면 그것을 놓지 않으려 하고, 결국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해 더 큰 성공으로 가지 못한다는 것.
다음으로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주위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되 자신의 줏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옳은 일이라면 주위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잠시 섭섭해 하는 일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안 원장은 미래의 결과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상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한 상태에서 운이 따라줘야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좋은 결과를 바로 받아보기 원하는 사람은 새 출발을 위한 결단을 내리기 힘들다며 설명한다. 종합해 보면 정치인 안철수는 과거에 작은 성공을 거둔 정책이나 기조를 맹목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유연하게 사고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안 원장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승부수를 띄울 때에는 주위의 의견은 참고하겠지만, 본인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당면한 문제를 바라보는 안철수식 사고방식도 주목된다. 그가 정치적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지를 보여주는 예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가장 최근 안 원장과 대화를 나눠 본 것은 지난해 10월 매일경제가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공계 학생을 포함해 요즘 학생들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안 원장은 “많은 사람이나 학생들이 자기만의 시각에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의 틀 안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상대와 입장도 바꾸고 협업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문제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안 원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미소를 띠운 그는 이 질문에 대해 무언의 동의를 표시했다.
실제로 안 원장은 여러 자리에서 강연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방법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했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과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 포용력을 함께 가지면 보다 명확하게 문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안 원장은 기업경영의 경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한다. 그 세 가지 원칙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점, 어려운 시기에 핵심적인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는 점,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뜨거운 열정으로 미래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점 등이다.
안 원장이 정치에 입문한 뒤 정치적 위기를 맞았을 때 국면 전환용 카드를 내놓거나 문제를 뒤로 미뤄 놓기보다는 정면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은표 /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Paulkim819@gmail.com]
안철수와 300명의 멘토
‘지지율 50%인 후보의 지지율 5% 후보에 대한 통 큰 양보, 편지 형식을 빌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1500억원 상당의 주식 재산 기부, 안연구소를 통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가동 발표….’
올 하반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보여준 행보다. 작은 이익 앞에서도 명분과 실리를 저울질하며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기존 정치권의 공식을 보기 좋게 깬 안철수식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평가할 수 있다.
안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면서 그의 멘토 그룹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치고 빠지기식 신비주의 전략과 간결하고 쉬운 메시지 정치에 대중이 열광하는 것을 보고 ‘그를 코칭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가 그룹이 있다’는 의구심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안 원장이 대권이라는 링에 오를 경우 그를 돕는 멘토단이 그와 뜻을 함께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철수 사단’의 명확한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일부 알려진 인사도 있지만 이는 안 원장이 언급한 300명의 멘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평소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안 원장이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경우 300여 명의 멘토단을 싱크탱크로 가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안 원장이 대권 도전에 성공하면 이들이 인수위에 대거 참여할 수도 있다는 때 이른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안 원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이 꼽힌다.박 원장은 안 원장과 같은 의사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 본인의 전공인 의학 분야가 아닌 경제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점이 같다. 박 원장의 활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안 원장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박 원장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MBN 등 TV, 라디오 방송에 고정 출연하며 날카로운 경제 분석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 10월에는 청년 계발서 '자기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해 젊은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안 원장과 박 원장은 청춘콘서트를 통해 처음 만났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청춘콘서트에서 “3년 전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귀국한 다음 ‘무대 위의 두 사람이 서로 대담하고 청중이 듣는 강연 방식을 도입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람을 물색하다가 자연스레 박 원장을 떠올렸다. 그때 처음 만났다”고 두 사람의 인연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월 1회 정도 함께 강연을 하다가 지난 5월 경희대 공연 때부터 청춘콘서트로 이름을 붙이고 지난 9월 마지막 경북대 강연까지 모두 27회를 함께 진행했다. 대중을 대상으로 가장 많은 공식 행사를 한 지인인 셈이다. 전국을 돌면서 강연하느라 입술이 터지고 잠도 못 자고 함께하면서 두 사람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는 사이이자, 서로 존경하는 사이로 발전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다만 총선 출마에 대한 관측도 나오던 박 원장은 2012년 1월부터 그리스와 이탈리아, 쿠바 등에 관한 여행기를 집필하는 등 개인적인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져 안 원장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연장 섭외에 어려움을 겪던 두 사람을 청춘콘서트라는 컨셉트로 이끌어 준 사람은 법륜 스님이다.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 스님은 안 원장의 정신적인 멘토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치적인 보폭을 넓히면서 안철수 신당 창당론의 한가운데 서있기도 했다.법륜 스님은 지난 11월10일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모임에 참석해 “보수세력은 중도·진보까지 수용할 수 있고, 진보세력은 중도·보수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법륜 스님도 지난 12월 초 연례행사로 독일로 출국하며 신당 창당설에 대해 모호한 입장으로 전환했다. 안 원장을 관망 모드로 지켜보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안 원장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이후 5%였던 지지율이 50%까지 오르며 결국 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도 안 원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서로 믿고 존중하며 존경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 원장이 ‘신당 창당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던 12월1일 며칠 전인 11월27일 박 시장을 비밀리에 만나 “신당을 창당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등 최근까지도 안 원장과 긴밀히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기부재단’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강인철 변호사도 숨어 있는 안 원장의 멘토다.
강 변호사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여 년간 검사 생활을 한 뒤 지난 9월 순천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안 원장과는 개인적 인연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안 원장이 기부한 1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관리하고 이를 재단을 통해 활용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2월 중순 현재 기부 주식의 가치는 2500억원까지 오른 상태다.
안 원장의 멘토단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종인 전 경제수석,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 과거 정부에 참여했던 정관계 인사들도 눈에 띈다.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문제로 사이가 벌어졌지만 여전히 안 원장과 일정한 교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과 최 전 대사는 청춘콘서트에도 출연한 적이 있고 안 원장이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 자문하는 인물로 꼽힌다.
문화계·연예계 인물도 주목 받고 있다. 개그맨 김제동 씨와 배우 김여진 씨 등이 안 원장의 300인 멘토단 일원으로 알려졌고 평화재단에서 활동 중인 소설가이자 전 의원인 김홍신 씨, 문규현 신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도 안 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