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Company] 일하기 좋은 기업 한국마즈 `김광호` 대표…대표가 아닌 ‘조셉 ’이라 부릅니다
입력 : 2011.11.28 16:29:14
수정 : 2012.02.10 10:07:26
“조셉, 손님이 오셨어요.”, “아 그래요? 고마워요 줄리아.”
미국 시트콤 자막의 일부가 아니다. GWP 선정 일하기 좋은 외국계 기업 대상을 수상한 한국마즈(MARS) 사무실을 찾아 처음 들었던 대화다. 임원부터 막내사원까지 모든 한국마즈의 직원들은 김광호 대표를 ‘조셉’이라 부른다. 대표뿐 만이 아니다. 김종복 상무는 JB, 김은주 사원은 줄리아다. 이외에도 마이클, 데이빗, 미애 등 다양하다. 한국 마즈에 입사하는 모든 직원은 입사할 때 동료들이 자신을 부를 ‘애칭’을 정한다. 정해진 애칭 뒤에 직함을 붙이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표님, 과장님 이러한 호칭 자체가 가진 권위를 통해 윗사람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인식될 수 있어 위험해요. 아직 한국사회에서 쉽게 부르기 힘든 이름 대신 서로 영어 이름이나 애칭으로 부르고 직함을 생략하니 소통이 한결 수월해지더군요”라며 마즈그룹의 특별한 문화를 설명했다.
‘건강한 자본주의’ 이념 실천이 장수 비결
마즈라는 회사가 다소 생소한 독자가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코바 ‘스니커즈(SNICKERS)’, 고전이 돼버린 영화 'ET'의 주인공 ET가 꼬마 지구인에게 건넨 알록달록 초콜릿 캔디 ‘엠앤드엠즈(M&M′S)를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외에도 마즈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애견간식 페디그리(PEDIGREE)와 시저(CESAR) 등을 포함한 식품, 제과, 음료, 바이오 등의 6개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즈그룹은 2011년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고 연매출 35조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장수하고 있는 비결을 그들 스스로는 어떻게 분석할까? “상호성(Mutuality of Benefits)이라 생각합니다. 마즈는 그룹 차원에서 건강한 자본주의를 추구합니다. 비즈니스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동료들, 일하는 환경, 심지어 경쟁사들에 대한 예의를 중시합니다.” 다소 추상적인 김 대표의 대답에 구체적 사례를 물었다. “마즈그룹에서 전문연구 중 개와 초콜릿 각각의 중요한 DNA정보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마즈만의 것이 아닌 전 지구적 측면에서 중요한 정보라 판단해 대가없이 공개한 사례가 있습니다. 현대 비즈니스 마인드로는 상상도 못할 결정이었죠.”
마즈는 자신의 산업 영역의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코아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회사인 마즈는 관련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열대우림연맹과, UTZ인증(UTZ Certified)등과 같은 비전을 공유, 재배농가의 수익성 증대를 위해 힘쓰는 한편 코코아 농장의 아동노동 근절과 같은 사회 환경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사료기업으로서 직원들의 다양한 봉사활동은 물론 ‘마즈 자원봉사 프로그램(MVP, Mars Volunteer Program)’을 통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푸드뱅크)에 정기적으로 기부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장애인도우미견협회와 유기견협회에 사료를 지원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공헌활동에 힘쓰고 있다.
친근한 소통이 대상 수상 비결
인터뷰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새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익숙한 듯 회의실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알고 보니 고양이는 사무실 한 켠에 어엿하게 자신의 집을 차지한 있는 한국마즈의 가족이었다. 김 대표는 “60여 명 되는 직원이 함께 밥을 주고 감성적 위로도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먹는 음식을 만드는데 함께 생활하며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족으로 맞게 됐죠”라며 두 마리의 고양이 가족을 맞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비단 이 두 고양이 가족들 뿐 아니라 한국마즈는 전 가족들의 활발한 소통과 교류를 자랑한다. 전 직원들은 대표, 임원, 사원 너나 할 것 없이 수시로 일대일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누구도 폐쇄된 전용 사무실이 없는 한국마즈 사무실이지만 이들은 회의실, 휴게실에서 편하게 서로 소소한 일상이나 개인사는 물론 업무 깊숙한 부분까지 수시로 교류한다.
가장 최근에 한국마즈의 가족으로 합류한 김은주 씨(23)는 “처음에는 대표님을 조셉이라 부르는 이러한 문화가 신기하고 어려웠지만 차츰 익숙해지더군요. 일대일 면담도 입사 당시에는 어색했지만 차츰 편하게 업무에 관련한 사항은 물론 개인적인 고민까지 털어놓게 되고 지금은 조셉이 아버지처럼 느껴지기도 해요”라며 마즈의 가족이 된 감회를 전했다. 김은주 씨에 의하면 김 대표는 전 직원에 항상 존대하며 지시하는 법이 없다고 했다.
“대표인 조셉부터 막내인 저까지 자신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 분명해요. 따라서 지시가 아닌 공유라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조셉은 권위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으신 자상한 분이세요.”
이러한 존중과 소통하는 문화에 힘입어서였을까? 한국마즈는 지난 11월10일 GWP코리아가 개최한 ‘2011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시상식에서 외국계 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경영 풍토를 조성해 한국 기업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회째를 맞고 있다. 한국마즈는 2010년에도 판매유통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어, 2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모회사의 기업 이념과 지침을 잘 실천했을 뿐”이라며 “특별한 복리후생제도를 만들었다기보다 일상적이고 친숙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일하기 좋은 기업, 구성원들에 만족감과 편안함을 주는 기업이 되는 방도라 생각한다”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