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통큰치킨 사건 재발 가능…유통시스템 보완은 공정위 역할”
입력 : 2011.05.27 16:28:47
수정 : 2011.10.06 17:10:34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월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대형 유통업체, 대형 건설사, 15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연속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모두 34명의 CEO를 사흘 새 직접 만난 것이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대한 정부 방향과 협조를 당부하겠다는 것이 간담회 배경이다. 실제로 간담회를 통해 정부와 업계는 서로 동반성장에 대한 할 말은 다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후속 파열음이 만만치 않았다. 유통업계 CEO간담회에서 ‘판매수수료 공개’가 논란이 돼 시끄러웠다. 건설업체와 간담회에서도 상습 하도급법 위반 업체 공개, 과징금 가중 등 협조만 한 것이 아니라 은근한 압박도 있었다. 지난달 3일 취임한 김동수 위원장은 이렇게 기업들에 ‘군기반장’이 됐다.
취임한 지 불과 4일 만에 공정위 모든 조직을 동원해 ‘가격불안 품목 감시 대응 대책반’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대책반은 밀가루, 두유, 컵커피 등 생필품 가격담합 여부에 대한 전방위 현장조사에 나섰다. 정유사, 유통업체, 식음료업체, 가공식품업체 등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이 같은 속전속결의 전방위 조사에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금 최대 현안은 물가안정”이라며 “물가안정을 위해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것은 할 것”이라고 뚝심을 보여줬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악역이 하나쯤 있어야 질서가 바로잡히지 않겠느냐”며 김 위원장을 거들었다. 윤 장관은 “공정거래 시정과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한 공정위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편을 확실히 들어줬다.
김 위원장은 덕수상고, 고려대 상대를 나와 행시 22회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과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공정거래위원장에 이르렀다.
그와의 인터뷰는 1월27일 공정위원장 집무실에서 서정희 <매일경제> 경제부장과 대담형식으로 이뤄졌다.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그는 물가안정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과제에 조직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한 가격 안정과 공정한 게임의 룰을 강조했다.
그가 공정위원장으로서 내세우는 원칙은 ‘따뜻한 균형추’다. 공정거래위원회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이제는 문제가 생긴 후 제재하는 ‘차가운 시장 파수꾼’의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선제적 대응으로 사전에 문제를 방지하고 그래도 문제가 발생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균형추로 중심을 잡겠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재 공정위가 하는 역할에 대해 논란이 좀 있다.
공정거래법 제1조가 목적조항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에 균형 있는 발전을 지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경제발전을 균형 있게 하려면 결국 산업부문에서 건전하게 가야 하는데 중요한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이다. 지난 연말 국민 인식조사에서 국민 43%가 정부에 바라는 것으로 물가안정을 요구했다. 또 작년 9월29일 대·중·소 동반성장 대책을 내놨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결과물이 나와 줘야 한다. 시장에서 피부에 와 닿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권익보호는 결국 생산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담합을 한다든지 이런 불공정 행위로 인해 시장의 가격이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경쟁을 제대로 하게 하면 결국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품질이 나아지고 서비스 질이 향상된다. 소비자가 만족하게 된다. 지금 국민들은 물가불안을 걱정하고 있다. 물론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되고 과도하게 찍어 눌러서도 안 된다. 그 사이에서 따뜻한 균형추로 중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시장 감시자와 시장 균형자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공정위 하면 경제검찰이다. 뭔가 자꾸 파헤친다고 하면서 차가운 파수꾼 이미지로 생각한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보기 좋다. 함부로 빼선 안 된다. 선제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장 상황 봐서 균형자적 감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속도감 있게 찾아보자는 얘기다. 조사 들어가고 하면 그때부터는 파수꾼으로서 냉정하게 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물가 안정 조치에 대한 비판이 있다. 물가안정에는 한은이나 기획재정부에서 환율 조정 같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텐데.
오해가 있다. 공정위의 본연 기능인 소비자 권익보호와 국민경제 균형발전인데 이 두 가지 요인에서 물가안정은 뗄 수 없다. 시대마다 강조점을 두는 정책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지금은 물가안정 쪽이 중요하다. 그런 목적에서 공정위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불공정 행위를 보겠다는 것이지 그 이상이 아니다.
그래도 공정위가 ‘물가위원회’라고 불리면 다른 것을 잃을 수도 있지 않나.
1976년도에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생겼고 1980년대 초 이 둘이 분리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엔 공정거래법에 의해 최종 기능이 정립됐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긴급하게 원하는 것은 물가안정이다. 관여할 일이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공정위도 물가안정에 관여하는 기관이다. 물가안정이 범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도 이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업무 추진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정위는 다른 쪽을 봤을 것이다. 과거 예를 보면 공정위가 중점으로 하는 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랐다. 1980년대 초에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집중적으로 봤고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대기업들의 여러 문제가 있어 개선책을 국민들이 요구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카르텔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이 문제가 됐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공정위의 단기적 강조점은 조금씩 달라져 왔다. 국민을 위한 행정조직인데 동떨어진 것을 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강조점의 변화가 경쟁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시대 상황에 맞게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공정위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앙행정조직이다. 두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풍선효과’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1970~80년대에는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독과점 업체가 가격을 결정할 때 주무부처 장관에게 사전 신고를 하고 기관에서 조정할 수도 있었다. 그럴 때에는 가격이 통제되거나 규제돼 그 다음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 시장도 아니고 공정위도 그럴 생각이 없다. 다만 자유롭고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다. 독과점 지위 남용이나 담합 같은 것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인상 요인이 있으면 당연히,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인상 요인을 반영해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도할 때에는 치우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간접적인 연관 분야에서 동조 내지 편승 인상으로 전반적인 물가 분위기로 이어진다. 공정위는 이러한 불합리한 요인을 보는 것이다. 시장구조와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결과적으로 가격안정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과거처럼 풍선효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힘이 있다고 했는데 칼을 뺐는데 아무것도 없다면.
칼을 함부로 뽑았냐, 아니냐의 기준 문제다. 현장조사를 나가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그런 각도는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실제로 가면 안 잡히는 경우도 있다. 100%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 다만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한 후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물가 현장 조사에서 상당수 품목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효과가 좀 있었나.
최근 가격이 인상됐거나 우려가 있는 품목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나가 담합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일부 가격인하가 있었고 동조인상, 편승인상 분위기는 차단했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발견된 상당수 품목은 해당업체 소명을 듣고 사안의 중대성과 물가안정을 감안해 최대한 1분기 중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
최근 기름값이 묘하다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고 국제유가 원인이든 종합적 원인이든 최근 3개월간 국내 유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름은 이제 모든 국민의 필수품이다. 대단히 관심 있고 인상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기름값의 흐름과 내용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가격구조나 그동안 인상 원인이나 앞으로 방향 등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담합 가능성은 현재 상태로서는 얘기할 수 없다.
담합이 아니라면 시장경쟁에 의해 가격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닌가.
가격결정이 담합도 아니고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기업들의 지위남용 행위로 인한 것도 아니라면, 또 국제 유가와 환율로 볼 때 정상적이라고 판단되면 공정위로서는 더 이상 관여할 게 없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원가)장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한 요소로서 봐야 한다. 사실 정유사 조사에는 오해가 있다. 1월10일부터 17일간 주요 생필품 중심으로 조사했다. 계획은 1월 초에 세웠다. 서민생활에 직결된 품목 중심으로 현장조사하는데 정유는 당초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조사 1개 기업당 2~3일 조사를 원칙으로 했다. 워킹데이로 월·화·수, 목·금·월로 나눴다. 그런데 정유사 조사를 시작한 날이 바로 목요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 발언을 한 날과 겹쳤다. 현장조사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갈 수 있겠느냐. 위원장이 되면서 기업에 쓸데없이 부담 주지 말고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서 3일이면 3일에 끝내고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하도급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데.
상임위 계류 중인데 2월 국회에서는 꼭 처리돼야 한다. 그 법이 있어야 동반성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접점을 찾아서 만든 것이다. 시행 시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납품단가연동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지 동반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검토해 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도록 하겠다.
하도급법에 대한 대기업 현장조사도 실시했는데 적발된 곳이 있나.
40개 대기업 중심으로 조사를 나갔다. 절반 이상의 기업이 여러 가지 하도급법에 크든 작든 위반행위를 한 것을 확인했다. 그 부분은 늦어도 상반기까지 법에 의해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시정조치를 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작년 9월부터 연말까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종합대책’ 후속조치로 IT·자동차·조선 등 하청이 많은 업종별로 40개 대형 제조업체를 선정해 직권 현장조사를 벌인 바 있다)
대기업 얘기 한마디만 더하자. 대기업 오너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과정에서 불거진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형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젊은 피들이라 그런가. 주가 많이 뛰더라(웃음). 내부거래가 있다면 곤란한 일이다.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 보겠다. 내부거래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저해의 한 원인이 되는지 검토하겠다.
동반성장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수출입은행장 때 현장에서 많이 봐와서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잘 안다. 대기업 CEO 의식구조가 변해야 하고 그에 못지않게 중간관리층, 상무, 부장, 과장 등의 행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의 동반성장으로 대규모 소매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부당 반품, 판촉비용 전가 등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입점업체 간 거래관계를 규율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대금을 감액하거나 상품대금 지급 지체, PB(Private Brand)상품 수령 지체·거부, 상품 반품, 계약조건 변경 등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이런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입증하는 책임도 지울 계획이다. 계약추정제도도 도입한다. 납품업체가 구두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유통업체에 요청했을 경우 유통업체가 15일 내 회신하지 않으면 계약이 그대로 성립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현재는 대규모 소매고시로 운용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파워가 커 중소기업, 판매자들이 서러움을 당한다. 힘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갖춰 강력히 규제할 것이다.
세계화 이후 국내 시장 독과점만 보지 말고 세계와 경쟁하는 기업인 ‘내셔널 챔피언’에 대해 독과점 지위 남용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는 말들이 있었다. 요즘은 어떤가.
당연히 기업은 글로벌 시장 겨냥하고 경쟁에서 앞장서야 한다. 그런 정책방향이 맞다. 다만 그런 가운데도 공정한 게임의 룰대로 하라는 것이다. 국제 카르텔로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부담한 과징금이 무려 2조3000억원이나 된다. 상당히 크다. 기업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한 경쟁 룰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커나갈 수 있다. 국제시장에서 불공정 행위로 인한 피해는 안 된다.
작년 문제가 됐던 ‘통큰치킨’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어떤가.
통큰치킨할 때 국내에 없었다(웃음). 참 중요하고 심사숙고할 분야다.
경쟁촉진 관점과 소비자 보호 관점 등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똑같이 볼 수 없는 문제다. 또 국민경제 균형발전과 동반성장 관점으로 봐도 똑같이 볼 수 없다. 양 측면을 봐야 한다. 원인도 따져봐야 한다. 앞으로 또 나올 수 있다. 어떤 품목에서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는지 대상 품목을 미리 선정해서 대표적인 것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생산 단계부터 소비까지 계통조사를 쭉 한 번 하라고 했다. 유통 과정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다. 제2·3의 통큰치킨 있을 수 있다. 유통시스템 보완은 공정위 역할이다.
이번 개각 때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김석동 금융감독위원장 등과 함께 재무관료 쪽이 라인업이 됐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런 염려는 처음 듣는다(웃음). 사고를 유연히 가지려고 노력한다. 사고가 고정되고 행동이 경직되면 고인 물이 돼 썩는다. 나 자신의 가치도 없어진다. 유연성을 갖고 상대방 얘기를 듣고 반대 입장도 생각한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반대할 일이 있으면 반대하는 것이다.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간 공정위원장 중 학자 출신이 많았다. 경제관료로서 정책 진행이 속도감이 있다고 하더라.
나는 직장생활을 32년 했다. 성격이 느긋한 사람은 아니다. 뭘 하면 정확하게 하라고 직원들에게 요구하니까 피곤할 수도 있을 것이다. 5일 걸릴 것을 2~3일 안에 가져오라고 하니까(웃음). 인력과 시간이 충분치 않은데 모든 것을 하다보면 어려우니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물가안정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젊은 국장급과 과장급으로 인사 혁신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