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ise] 유인태 크루즈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생각보다 행동…그래야 행복한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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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3 08:57:10
수정 : 2011.08.26 16:17:15
보름 동안 사라진 대표이사. 난리가 날 법도 한데 직원들은 그러려니 한다.
유인태 크루즈 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의 일과 여행, 그는 지금 세계일주를 꿈꾸고 있다.
좁다고 하기엔 작고, 작다고 하기엔 앙증(?)맞은 책상, 그 위에 덩그러니 놓인 노트북 하나. 얕은 칸막이로 나뉜 사무실 한 귀퉁이의 대표이사 공간이 생뚱맞다.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 9개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한국 총판을 맡고 있는 크루즈 인터내셔널은 크루즈와 럭셔리 여행의 국내 최대 총판업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콘셉트와 살짝 동떨어진 사무실 분위기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유 대표는 “그런 인식이 잘못된 편견으로 이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크루즈 여행은 배에서 자기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여행이죠. 단순히 일본이나 중국으로 이동하는 페리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비싸다, 멀미가 심하다, 지루하고 심심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말 그대로 편견이죠. 물론 VIP급 여행도 있지만 내게 꼭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올해로 회사를 설립한 지 10년,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업에 뛰어든 그가 크루즈 여행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앞서 언급한 편견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 그만큼 배를 타고 여행에 나선다는 게 대중에겐 생소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크루즈 여행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단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이미 크루즈 여행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조만간 한국에서의 붐을 예상했다.
“크루즈 여행은 세계적으로 매년 1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국내에도 지중해와 북유럽, 알래스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해보지 않고 짐작만 했던 편견에 해본 이들의 경험담이 더해져 하고 싶은 욕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 않고 걱정하느니 해보고 느껴보자는 분위깁니다.”
유 대표가 크루즈 여행의 높은 성장성을 예상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여행 지역은 변하지 않아도 틀은 변할 거란 확신 때문이다. 모든 의식주를 한 곳에서 해결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의 장점이 빛을 발한 부분. 둘째, 여행객 개개인의 주관적인 만족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크루즈 여행은 전 세계 각지의 여행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비스 기준이 보편화 됐다. 물론 10년 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누구도 이러한 정보를 일러주지 않았다. 크루즈란 개념부터 대중에게 소개해야 할 만큼 척박했다.
“크루즈 여행을 소개하려면 먼저 경험해봐야죠. 셀 수 없을 만큼 배에 올랐습니다. 다른 이들은 동경한다지만 전 크루즈가 일터잖아요. 가족들과도 함께 다녔죠. 가족과 떨어져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건 싫거든요. 아이들이 결석도 참 많이 했죠(웃음).”
나와 직원의 행복이 곧 고객의 행복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난 유 대표는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바다를 접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태어나 바다와의 비즈니스로 일가를 이뤘지만 정작 바다는 청년이 돼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리는 거예요. 그때의 첫인상과 막연한 환상은 지금도 여전해요. 바닷가에 예쁜 집 하나 짓고 사는 게 꿈이죠. 또 그런 마음이 행복이고. 이런 환상을 고객들에게 나눠주고 싶은데, 우선 시각부터 달리했으면 좋겠어요. 육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는 느낌이 다르거든요.
이러한 바람과 경험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두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한번 출장길에 오르면 일주일, 보름 이상 바다 위에 머무는 탓에 아예 가족과 함께 배에 올랐다. 크루즈가 일터이니 퇴근해 돌아오면 함께 있을 수 있고, 아내와 아이들은 전혀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으니 1석2조였다. 비단 출장길이 아니더라도 여행은 계속됐다. 사무실 노트북을 덮고 여행길에 오르면 대표이사가 공석인 회사는 늘 그래왔다는 듯 흐트러짐 없이 톱니를 맞춰나간다.
“제가 없더라도 직원들 각자가 모든 업무를 알아서 처리합니다.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경리담당이 금고 관리하는 건 똑같은데 뭘. 그 핑계로 열흘 떠날 계획을 보름으로 늘리곤 합니다(웃음)”.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날 것 같지만 여행에 대한 유 대표의 기준은 확실하다. 모르는 곳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 경제적인 상황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것, 여행의 목적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즈 여행에도 이러한 기준은 유효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왁자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지, 홀로 조용히 보내고 싶은지에 따라 여행 코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데 여행은 럭셔리하게 간다? 그건 아니죠. 왜 여행을 떠나는지, 금전적으로 얼마나 지출할 수 있는지 정확히 체크한 후 전문가에게 적당한 코스를 추천받는 게 올바른 여행법입니다.”
일과 여행, 가족과의 관계를 훌륭히 이끌고 있는 유 대표의 꿈은 ‘당연’하게도 ‘세계일주’다. 회사를 설립하고 10년 동안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면, 앞으로 10년은 크루즈로 세계일주하겠다는 계획을 품었다.
“10년 후에는 여행의 또 다른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많이 보고 듣고 배워야죠. 그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웃음). 이제 50대로 접어들었는데, 10년 전 열정을 기억합니다. 여전하다? 물론입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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