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ism] 스위스정부관광청 마틴 니덱거 부사장, "완벽한 상품이 마케팅 성공의 열쇠"
입력 : 2011.03.23 08:29:28
수정 : 2011.10.13 17:35:44
탁 트인 바다 위로 수평선이 넘실거린다. 육지 끝자락의 오롯한 올레길 위로 올레꾼 한 무리가 정겹다.
올 초 해외 홍보를 시작한 올레길은 이제 동서양이 공존한다. 스위스정부관광청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마틴 니덱거(Martin Nydegger) 부사장도 올 여름엔 올레꾼이 됐다.
제주올레는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길이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혀진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 제주를 담아낸다.
올레는 집 대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뜻한다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변화무쌍한 풍미가 넓고 깊다. 2007년 9월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에 이르는 제1코스가 완성됐으니 올해로 길을 낸 지 3년.
그 동안 21개 코스가 새롭게 개발됐고, 제주 관광의 첨병으로 성장했다.
렌터카로 휘익 돌아보고 간다던 제주도의 여행공식은 이 기간 동안 대중교통, 자전거, 도보여행으로 다양해졌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말을 빌자면 “올레길이 생긴 이래 시내버스 승객이 400%나 증가”하며 제주관광의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다.
이러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일까. 지난 8월6일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스위스정부관광청이 제주올레 10코스를 ‘스위스-제주올레 우정의 길’이라 명명하고 서귀포시 화순해수욕장에 스위스 트레일 상징물과 표지판을 설치했다. 올 4월 양측이 공동 홍보 및 마케팅을 위한 협약을 맺은 후 첫 번째 결실이다.
제주올레의 첫 외국인 친구가 된 스위스는 이날 토마스 쿠퍼(Thomas Kupfer) 주한 스위스 대사와 방한한 스위스정부관광청 마틴 니덱거(Martin Nydegger) 부사장이 참석해 직접 올레꾼이 됐다.
9월 말엔 제주올레 팀이 스위스를 방문해 올레길 표지판을 세울 예정이다. 매년 세계 각국의 여행객이 단순히 걷기 위해 찾는다는 관광선진국 스위스가 제주올레와 친구가 된 사연은 무엇일까. 스위스정부관광청 마틴 니덱거 부사장은 “총 6만km가 넘는 하이킹 코스를 갖춘 스위스는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을 만큼 가벼운 걷기 여행에 적합한 코스가 많다”며 “올해 스위스 걷기여행의 해를 맞아 한국에서 걷기여행 붐을 일으킨 제주올레와 협력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위스 내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전 세계 여행객이 걷기 위해 스위스를 찾는다. 관광 산업은 스위스 국내 산업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첫 방문인가.
처음이다. 한국의 수도가 서울이란 건 알고 있다(웃음).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어떤가.
한국은 지난 경제 위기 이후 관광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이다. 여행지로서의 한국보단 여행 시장으로서의 한국을 알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분단국가라는 점.
스위스는 비무장지대에 군인을 파견한 유일한 중립국가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데 주된 업무는 무엇인가.
올해 스위스는 ‘2010~2011 스위스 걷기여행의 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우선 스위스 내 각 지역별로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한 원활한 협력을 유도하고, 제반사항을 준비하는 게 주업무다.
제주올레 10코스를 ‘스위스-제주올레 우정의 길’이라 명명했다. 다른 국가와도 이러한 교류가 있나.
네덜란드 공주가 태어났을 때 축하의 뜻으로 스위스 산봉오리에 공주 이름을 붙인 일이 있다. 그 외에 특별한 제휴관계는 없었다.
‘스위스-제주올레 우정의 길’을 통한 양국의 시너지효과를 꼽는다면.
스위스는 유럽의 중심이고 제주는 동아시아 여행의 중심지다. 인기를 얻고 있는 올레길을 통해 유럽인과 아시아인에게 서로의 걷기여행을 소개해 줄 수 있다.
또한 스위스는 스위스 하이킹이 갖고 있는 힘들고 어려운 산악 트레킹이란 이미지 대신 제주올레처럼 쉽고 편하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로 인식되길 기대한다. 반면 제주올레는 스위스를 방문하는 유럽인들에게 제주도와 올레길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스위스의 선진 에코여행 시스템을 직접 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길도 열린 셈이다.
현재 스위스는 아시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남다를 것 같은데.
아시아 시장의 잠재성은 오래전부터 부각돼 왔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등의 국가는 빠른 경제 성장력을 바탕으로 해외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스위스는 오래 전부터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 지자체별로 관광 예산이 집행되는 스위스는 각 지역별로 아시아에 대한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리서치를 지속해왔다. 또한 관광 코스를 세분화해 아시아 여행객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위스 여행의 장점은 무엇인가.
스위스의 자연은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 단순히 케이블카, 기차 안에서 눈으로만 보지 말고 밖에 나와 직접 밟고 걷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 스위스의 하이킹 코스를 한 구간이라도 걸어본다면 실제 자신이 그림 속 풍경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인접한 국가와 지역별로 문화와 습관이 다르다. 그에 따른 매력 또한 제각각이다.
한국은 현재 한국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관광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조언한다면.
제주 올레길은 아시아는 물론 느리게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우선 올레길 같은 상품이 필요하다. 완벽한 상품을 갖추고 있어야 마케팅 성공률이 높아진다. 또한 한번 방문하면 그만인 곳이 아니라 계속 머물고 싶고 여러 번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로 인식돼야 한다. 일본인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를 유럽 혹은 여타 서구인들에게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