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일부로 LG전자에 새로운 사령탑이 올랐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사령탑에 오른 것은 LG전자가 처한 현재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구본준 부회장이 아직 LG전자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은 아니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돼야 한다. 그러므로 내년 3월 주총 때까지는 현 남용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 하지만 구본준 부회장을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남용 부회장이 사퇴 의사를 진작 밝힌 데다 경영일선에서도 물러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본준 부회장이 오너 일가의 한 사람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일 뿐 아니라 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지분도 7.63%로 구본무 회장(10.68%) 다음으로 많다. 그동안 LG전자는 김쌍수-남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며 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를 깨고 오너 일가 중한 사람인 구본준 부회장을 수장자리에 앉힌 것이다. 2003년 10월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당시 LG전자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부터 이어왔던 전문경영인 체제를 끝내고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선 것만 봐도 LG전자의 현 상황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7년 만에 오너 선임… 위기 상황의 단면 보여
더욱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남용 부회장의 경우 올 3월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터였다. ‘인화’를 강조하는 LG에서 임기 내에 사람을 교체하는 것, 그것도 새로운 임기를 몇 개월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남용 부회장의 교체설이 튀어나올 때 한편에서는 ‘과연 교체될까’라며 조심스러워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용 부회장의 사퇴는 겉으로는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모양새를 띠었지만 업계에서는 ‘교체’라고 보는 쪽이 훨씬 많다.사실 남용 부회장의 교체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업계에 짜르르하게 나돌았다. 남용 부회장이 올 연말까지만 LG전자를 이끌고 그 자리를 구본준 부회장이 차지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사령탑 교체설이 나돌 때마다 LG전자 측은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설’이 현실화했다. 더욱이 올 연말이 될 것이라고 한 것보다 훨씬 앞당겨진 인사다. 남용 부회장이 연말에 교체될 것이라는 예측은 LG의 정기인사가 연말에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이 모든 관행을 깬 인사인 셈이다.
LG전자 측은 “인사와 관련해 발표 이전까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한 내용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구본준 부회장의 어깨는 굉장히 무겁다. LG전자가 봉착해 있는 크나큰 위기를 돌파해야 하고 지난해까지 보여주었던 성장세를 다시 이끌어내야한다. 비록 그룹 회장의 동생으로서 오너 일가 중 한 사람이지만 ‘전자통’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회사 안팎에서 구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던 LG전자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추락한 까닭은 사업의 두 축인 HE(홈엔터테인먼트·TV 등) 사업과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휴대전화 등) 사업의 실적이 갑작스레 부진해진 결과다. 이 두 사업은 지난해까지 연평균 20%가 넘는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휴대전화와 TV 사업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해갔다. 이 두 사업의 부진은 급기야 LG전자를 ‘적자 기업’으
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지난해 말 LG전자는 사상 최대인 1조61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단 6개월 만에 1194억원 적자를 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의 성장을 이끌었던 사업이 도리어 LG전자를 적자 기업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LG전자의 부진과 추락은 ‘스마트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3D TV 등 분야에서 시장과 시대 변화를 제대로 간파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분야에 대한 준비가 늦었다며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말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좋으나 너무 디자인에만 집착한 경향이 있었다. 스마트폰은 디자인보다 기능이 우선이다.”
LG전자의 더 큰 문제는 경쟁에서 뒤처진 순위를 회복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한 번 추락한 점유율과 영업이익률, 기업 이미지를 만회하는 데는 이전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점들이 ‘전투형 용장’에다 오너 일가 중 한 사람인 구본준 부회장을 새 사령탑에 앉힌 이유다.
많은 사람이 구본준 부회장은 힘든 상황에 빠진 LG전자를 구원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한다. 또 한편에서는 위기 상황에 빠진 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오너라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구 부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
장악력을 높이고,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으며, 단기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와 지휘를 할 수 있다는 오너 경영 체제의 장점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 부회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새로운 경영진을 구축하고 시장과 시대 변화의 핵심을 짚어낸다 해도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LG전자 측 역시 “사업 전략과 조직을 정비해 내년 이후를 준비토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다. 197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쳐 1982년 미국 통
신·장비업체인 AT&T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국내로 복귀해 1986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LG전자, LG반도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등 내내 전자업계에만 몸담았다. 1996년 잠깐 LG화학 전무를 지냈고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LG상사 대표이사를 지낸 것만 제외하고는 25년간 전자업계에서만 일했다. ‘전자통’, ‘전자 전문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본준 부회장의 성격과 유형을 이야기할 때면 ‘직선적’, ‘전투형’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과감하게 결정하는 데다 경쟁에서 결코 뒤지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다. 싸움에서 지거나 경쟁에서 밀리면 속상한 마음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1999년 ‘반도체 빅딜’이 이뤄질 때 LG반도체 대표이사였던 구 부회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으며 자신이 세계 1등 기업으로 만들어놓은 LG필립스LCD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때도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1등 기업 일군 전투형 용장
재계에서 구본준 부회장을 ‘카리스마와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한번 결정하면 과감하고 통 큰 결단을 내리며 이를 신속히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접근하기 힘든 존재만은 아니다. 인간적인 면도 자주 보여준다. 상을 당한직원의 상가가 썰렁한 것을 보고 “상갓집이 이래서야…”라며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직원들을 호출, 썰렁했던 상가를 문상객으로 북적이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구 부회장은 야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소문나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야구에 특히 관심이 많고 중·고교 시절엔 기수별 야구팀 선수로도 활약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
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구 부회장은 평소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팀워크를 중시한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2009년 1월8일 구본준 부회장은 구단주 자격으로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팀플레이와 팀 공헌도를 강조했다. 구 부회장은 하례식에서 “팀플레이와 관련해 파격적인 포상”을 약속하며 “팀플레이를 우선시하는 선수들이되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나서도 LG트윈스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팀플레이는커녕 감독과 선수 간 불화, 선수들의 돌발행동 등이 여론의 구설에 자주 오르내렸다. LG트윈스
는 8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지난 10월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10년 프로야구단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LG트윈스는 3.4%로 7위를 기록했다. LG 밑으로는 재정 상태와 구단 운영, 선수 문제에서 큰 어려움을 겪
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뿐이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도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까닭은 기업 선호도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LG트윈스가 구 부회장의 리더십과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는 셈이다.
구본준 부회장의 전성기는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시절이다. 김대중 정부의 ‘반도체 빅딜’이 성사될 때 LG반도체 대표이사로서 눈물을 머금고 회사를 넘겨야 했던 구 부회장은 절치부심했다.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를 유치해 LG필립스LCD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16억 달러라는 외자 유치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구 부회장은 출범 4년 만인 2003년 LG필립스 LCD를 TFT(초박막)―LCD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성장시켰다. 또 2004년부터 파주 LCD클러스터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 LG디스플레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생산라인에 대한 설비 증설과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는 구 부회장의 큰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LCD 등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창 잘나갈 때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하고 제품을 생산해낸 탓에 공급 과잉에 부딪혔다. 디스플레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구 부회장의 입지도 좁아졌다. 아무튼 구본준 부회장은 과감하고 빠르며 통 큰 결단을 내리고 망설임 없이 실행하는 스타일이어서 ‘전투형 용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것은 물론 영어, 중국어, 일어 등에 능통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감각과 시야에서 LG그룹 내에서는 물론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카리스마 넘치지만 친화력도 갖춘 오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구본준 부회장이 걸어온 길이 늘 밝았던 것만은 아니다. 1999년 LG반도체 대표이사 시절 때의 빅딜, 2007년 실적 악화로 LG필립스 LCD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일 등은 그에게 상처이자 아픔으로 남아 있다. 1999년 LG반도체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로 넘어가면서 LG반도체 대표이사이던 구본준 부회장은 졸지에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당시 빅딜은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대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성사된 것으로서 여기저기에서 불만과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당시 LG반도체가 현대전자보다 못할 게 없었던 데다 정부가 추진한 빅딜 중 LG반도체 건만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당시 성사된 반도체 빅딜은 아직까지도 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성반도체 부장으로 그룹 내 업무를 시작한 탓인지 반도체 사업에 애착이 컸던 구 부회장이 눈앞에서 LG반도체가 넘어가는 광경을 지켜봐야
만 했다. 대표이사로서 그 책임감과 착잡한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도 이따금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빅딜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표명할 정도로 LG그룹에서는 당시 빅딜에 대단히 불만을 갖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당사자인 구 부회장의 속상함과 섭섭함은 오죽했을까.
2006년 말 구 부회장이 LG필립스LCD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과정도 그리 깨끗하지만은 않았다. LG필립스LCD를 설립하고 회사를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음에도 구 부회장은 2006년 말 실적 악화를 이유로 대표이사직에서 내몰
리다시피 했다. 더욱이 구 부회장이 간 곳은 LG상사였다. 25년간 몸담았던 전자업계를 떠나야 했던 것이다. 당시 구 부회장은 그룹의 인사 조치에 상당히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여곡절 끝에 3년간 본의 아니게 외도(?)를 했던 구본준 부회장이 전자업계로 복귀했다. 10월 1일 LG전자 부회장으로서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간 구 부회장은 국내외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구 부회장은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LG의 위상은 불과 1년 전의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구 부회장은 이어 “이제 우리는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라며 “그것이 여러분과 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사명입니다”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다섯 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하며 구 부회장이 늘 강조하는 ‘정도경영’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구 부회장은 “우리 손으로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읍시다”라는 말로 부회장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구 부회장이 제시한 다섯 가지 중점과제는 첫째 시장을 선도할 혁신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 둘째 최고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 셋째 고객에 기반을 둔 사업 전략을 수행하는 것, 넷째 인재 육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다섯째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 급부상
부회장 취임과 함께 구 부회장은 신속하게 사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가장 관심이 갔던 HE사업본부장과 MC사업본부장은 예상대로 모두 교체됐다. HE사업본부장에 권희원 부사장을, MC사업본부장 겸 스마트폰사업부장에 박종석 부사장을 임명했다. LG전자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와 TV 부문에서 타격이 컸던 만큼 두 부문의 사업본부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건 이미 기정사실화된 바였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일각에서는 LG전자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LG전자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LG전자 측은 극구 부인해왔으며 더 이상 언급되는 것 자체를 불편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 업계와 증권가의 분석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구본준 부회장이 수장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하이닉스 인수를 바라는 듯 한
분석도 내놓는다.
구본준 부회장의 LG전자 부회장 취임 발표와 함께 한화증권 김운호 애널리스트는 “구 부회장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오너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도 열어놔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령탑을 맞은 만큼 하이닉스인수에 대한 의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하이닉스 인수설의 근거로는 여러 가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 대표이사였던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사령탑으로 취임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눈물을 머금고 넘겨준 반도체 사업을 찾아온다는 의미다.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도 큰 이유다.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한다면 LG전자는 반도체, LCD, 휴대전화, 가전 등으로 이루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전자, 디스플레이, 반도체를 총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 측은 “증권가에서는 원래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입장에는 변한 게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구 부회장 역시 취임 후 경영진에 “하이닉스에 관심 없다”며 “휴대전화와 TV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구 부회장은 지난 10월7일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하는 평택공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지난해까지 휴대전화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또 8일에는 LCD TV 및 가전을 생산하는 구미·창원사업장을 찾았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전 국민의 스마트폰을 지향”한다며 출시한 ‘옵티머스 원’에 대한 반응이 점차 좋아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을 탑재한 ‘옵티머스7’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은 LG전자와 구 부회장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MS의 윈도폰은 LG전자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터여서 ‘옵티머스7’이 어떤 결과를 낼지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구본준 부회장의 LG전자 취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다만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창업주의 손자를 CEO에 앉히는 것으로 LG전자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며 “무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참신한 인재라고 볼 수 없다”며 북한의 권력승계에 비유했다. 취임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또 구본준 부회장은 LG전자가 7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깨고 등장한 오너다. 그런 면에서 구 부회장의 책임과 앞으로 행보는 더욱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내년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전적으로 구본준 부회장에게 달려 있다.
[임형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