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세계가 달라졌다. 2008년 이후 장기투자가 어려워졌다. 금리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경기변화에 따라 당국의 정책은 계속해서 나온다. 이 때문에 딱히 어떻게 된다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증권업계의 미래학자라고 불릴 만큼 소문난 통찰력의 홍성국 KDB대우증권 부사장은 “지금은 정부가 (경제 상황을)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을 예상해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지 장기투자 하기는 쉽지 않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경기흐름이 많이 좋아질 것 같으면 누르고, 조금이라도 나빠질 것 같으면 올리려 하기에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리는 3% 미만에서 움직이는데 리스크가 많다. 투자하려면 정책 결정권자들의 움직임을 읽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
홍 부사장은 주가의 향방을 보려면 미국의 출구전략이나 독일 총선 이후의 상황, 일본의 소비세 인상 등 세 가지 변수를 주시하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늦췄지만 다시 시행하더라도 미약할 것이며 심리적 충격을 주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이어 그는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중요 권역인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에 대해선 메르켈의 지지기반이 약화되는 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0월 1일로 예정된 일본의 소비세 인상은 아베노믹스의 향방과 관련해 주시하라고 했다. 아베 정부가 돈을 어느 정도 푸느냐가 원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저항선인 2050을 뚫느냐 보다 이 세 가지 추이를 봐야 한다. 제반 여건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 때문에 2000포인트 내외서 왔다 갔다 하는 장을 예상한다. 10월 초·중반 2050을 돌파하면 2200까지 갈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처럼 3000이니 4000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세계경제가 회복 중이라지만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고 수술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2500 넘으면 버블이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중국과 이머징 마켓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시장은 한국 수출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 동안 이들 나라는 웃자라서 지금 병마에 시달린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가 제대로 자리 잡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동안은 수출 회복이 쉽지 않다.”
중국 당국이 자국 경제가 건실하다지만 홍 부사장은 “중국 경제가 실제로 나쁜 것이 사실이다”면서 “경제 사회가 어려워지면 중국은 나라 전체가 위험해진다. 이 때문에 시진핑 정부는 강력히 분배정책을 편다. 빈부격차 해소가 중국 정책의 핵심이다. 지금 상위 10%가 90%의 부를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도나 인도네시아는 침체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투자자들이 이곳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에선 돈 빼내기가 어려워 아직 얼마 빼지도 못했다. 더 빼내면 주가 폭락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가 신PIG(재정위기를 초래했던 유럽 주변국들)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부채의 절대수준이 낮다. 2~3년 쉬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국의 주가가 기본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한국 경기가 나름대로 뚜렷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는 회복 중이다. 대구에는 공급이 거의 없어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상승했다. 공급 부족의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부동산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다. 게다가 은행은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 올 겨울 경기는 지난해보다 낫다. 기업이익도 전체적으로 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좋다. 철강이나 화학 운송 건설 자동차 등 구경제가 바닥을 확인했다. IT가 현상유지만 해도 이익은 늘어난다.”
가계부채 리스크 여전 국채 관심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기업의 부실에 대해선 한국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6조원 어치를 산 게 그 이유다. 외국인 자금이 갈 곳이 없어서 한국에 왔다. 한국은 안전한 시장이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나라는 별로 없다.”
홍 부사장은 한국 증시의 긍정적 포인트로 미래기술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등에서 앞서고 있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도 이끌어간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점은 외국인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유망 섹터에 대해서도 “미래 신기술 관련 성장주를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변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주변엔 변화를 놓친 기업이 많다. 최근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이 급증했다. 상장 당시 분기당 매출이 10억 달러 미만이었는데 지난 1분기 12억 달러였고 2분기엔 17억 달러나 올렸다. 내년엔 100억 달러 광고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바일 광고 비중이 40%로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SNS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이 2분기에 1000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세상이 순식간에 바뀌고 있다. 이제 구글 글래스를 쓰고 가상 모니터로 입력하는 상황까지 오고 있다. 프랑스 모터쇼에선 전기차가 대세로 됐다. 3년 뒤 확 벌어질 것이다. 지금 시장에선 테슬러 타보자고 난리다.”
SNS와 관련해 그는 “카카오톡보다 네이버 라인이 더 나을 것 같다. 구글이나 야후도 급등했다”면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뜰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내부적으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연계돼 항상 잠복해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문제가 터질 것이다. 더 나쁘지 않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해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개인투자자에 대해 “금리가 오를 경우 장기채에 투자하라. 국내 ELS나 DLS 등은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가입하라”고 권했다. 또 “주식은 범위의 상단으로 가고 있다”며 다만 “혁신기업에 일정부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홍 부사장은 “연말까지는 (나올 만한) 악재는 거의 다 반영됐다. 주가가 하락할 악재는 적다. 다만 공부하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묻어두고 기다리는) 과거 방식으로 가지 마라”고 했다.
워런 버핏처럼 굴뚝주에 묻어두는 투자에 대해 그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기다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큰 세계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금은 숲이 변하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진을 다시 봐야 한다. 경영진은 세계가 바뀌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옛날 감각으로는 안 된다.”
홍성국 부사장은
금융투자업계의 최고참 현역 센터장이다. 23년간 KDB대우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우물 안에서 열심히 하는 것으론 안 되며 세상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그는 <디플레이션 속으로(2004)>와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2005)>, <글로벌 위기 이후(2008)>, <미래설계의 정석(2012)> 등의 저서를 통해 미래를 조망했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