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나라를 불문하고 세계를 주름잡는 ‘슈퍼리치’들에게는 공통적인 투자철학이 있습니다.”
재테크라는 단어가 단순히 고액 자산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현대인들의 필수 관심사로 떠오른 시대에 맞춰 2013 서울머니쇼에서는 다양한 노하우로 부(富)를 이뤄낸 슈퍼리치들의 투자 기법을 알아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머니쇼 둘째 날인 5월 10일 삼성증권 SNI 강남사업부장인 이재경 상무는 ‘슈퍼리치 포트폴리오 따라잡기’ 세션을 통해 지난 20년간 자산 30억원 이상의 VIP고객들을 상대하며 터득한 재테크 철칙을 아낌없이 풀어내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매경 2013 서울머니쇼 다양한 투자 노하우 쏟아져
우선 이 상무는 동서고금의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다섯 가지 투자철학을 공개했다.
그 첫 번째는 ‘확신이 들면 과감히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손실을 보는 고객들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제안을 받으면 우선 의심부터 한다는 것”이라며 “100% 완벽한 투자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몇 개월 이상 단점만 보고 고민을 하다 항상 막차를 타고 들어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예술가에 대한 아낌없는 후원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처럼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운다’는 것이 두 번째로 꼽혔다. 그는 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처럼 아는 것에만 투자하고, 섣불리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투자 아이템 그 자체의 본질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소 뛰어난 정보력을 유지하는 것이 슈퍼리치들의 공통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저성장 시대를 맞아 국내 슈퍼리치들의 투자에서 볼 수 있는 5대 투자 트렌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상무는 “노동투입량의 상승세 둔화와 자본투입의 효율성 감소로 세계 경제는 완연한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접어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슈퍼리치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장기채권 투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슈퍼리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채권(42%)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 중에서도 10년 만기채가 8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확정금리로 캐시플로우를 창출해내는 것이 장기채의 장점”이라며 향후 중장기적으로 장기채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고금리 채권을 공략하는 ‘와타나베 부인’식 투자전략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상무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한국과 금리 스프레드가 큰 나라의 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슈퍼리치들의 전략 중 하나”라며 “특히 최근에는 브라질 물가채와 멕시코 국채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외투자에는 환율에 따른 손실위험이 있는 만큼 향후 투자국의 환율 동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세 번째 트렌드로는 ‘아세안에 주목하라’가 꼽혔다. 이 상무는 “최근 국내 펀드 수익률이 연 0.1%에 그쳤을 때 아세안 펀드는 평균 15%를 기록할 정도로 고수익을 냈다”며 “6억명이 넘는 풍부한 소비시장에다 다양한 천연자원까지 갖춰 향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곳이 아세안”이라고 설명했다. 닛산과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유수의 제조업체 공장이 모두 몰린 태국과 인구 3분의 1이 무슬림으로 향후 이슬람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각광받는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이 상무는 “슈퍼리치들은 ‘이머징 소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초코파이로 중국인의 입맛을 평정한 오리온과 국가대표 한류기업인 CJ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상무는 “이미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뿐 아니라 연평균 국민소득이 매년 8.3%씩 성장하는 인도까지 신흥시장의 소비여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증명했듯 콘텐츠(Contents)와 플랫폼(Platform), 네트워크(Network)와 디바이스(Device)를 결합한 아마존과 구글 같은 ‘융복합CPND’ 기업에 전 세계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콘텐츠 유통사업이 유망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상무는 “단순히 슈퍼리치들의 투자 트렌드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순발력, 그리고 아니다 싶을 때 바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결단력을 함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