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4·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임대주택 시장의 판도도 변하고 있다.
일단 연내 매입하는 주택에 대해 5년간 양도세가 면제돼 주택임대사업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미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주고 있었는데, 양도세가 전액 면제되면서 사실상 세 부담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4·1 대책에 빠져 있었던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양도세 면제 혜택이 확대된 것도 호재로 꼽힌다. 정부가 ‘준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하면서 더 많은 세 혜택을 누릴 수도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이미 사상 최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는 임대사업자 수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매입임대 사업자 수는 총 4만5226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대비 총 5900명이 늘어 역대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2011년 2월 11일과 8월 18일 발표된 전·월세시장 안정 방안에서 임대사업자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것이다. 4·1 대책 역시 만만치 않은 내용이 담긴 만큼 앞으로 임대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준공공임대로 세금 혜택 받을까
4·1 대책의 여파로 민간 임대사업자가 시중에서 전·월세용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처럼 임대하는 ‘준공공임대사업’도 큰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성을 부여해 규제를 가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기존 또는 신축(미분양 포함)주택 또는 오피스텔을 구입해 10년간 전·월세로 내놓으면 된다. 취득세·재산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모든 세금을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어 사실상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임대료를 10년간 계속 연 5% 이상 못 올린다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임대료 인상률을 넘지 못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합의한 내용이다. 최초 임대료는 주변 시세 이하로 책정토록 했다. 예컨대 1억원 시세의 전셋집이 있다면 준공공임대로 등록하려면 1억원 이하 전세로 줘야 하고, 10년간 매년 500만원 안팎으로만 전세금을 올릴 수 있다. 임대료 인상에 다소 제약이 생겼지만 다주택자 입장에선 장기간 보유에 따른 관리 비용이 크게 줄고 향후 처분 시 수익을 거두기도 쉬워 임대사업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준공공임대 등록을 통해 임대를 주거나 임대사업을 하려면 주택이 소재한 시·군·구청에 등록을 하고 신고절차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기존 보유주택이나 임대를 주던 주택까지 준공공임대로 등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안에 따르면 대상은 4월 1일 이후 신규 구입 주택이다. 임대주택 등록 수는 1가구 이상이면 숫자에 제한은 없다.
세제혜택은 애초 정부안보다 더 커졌다. 4·1 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준공공임대에 대해 재산세를 공공임대주택 수준(40㎡ 이하 면제, 40㎡ 초과~60㎡ 50%, 60㎡ 초과~85㎡ 25% 감면)으로 줄여주고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도 60%를 적용하는 등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논의 과정에서 취득세도 감면(전용 60㎡ 이하 면제, 60㎡ 초과~85㎡ 25% 감면)키로 했다. 또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를 낼 때도 주택 산정 숫자에서 제외되므로 중과 및 합산 대상에서 배제된다.
4·1 대책에서 발표한 주택구입 양도세 감면·생애최초 주택취득 시 취득세 감면은 연말까지 한시 적용되지만 이번 법안은 시행일 이후 계속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국토교통부는 4월 22일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준공공임대 관련 내용을 담은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행령까지 갖춰질 경우 다주택자들의 민간 매입 사업이 더 탄력을 받고 임대사업자의 주택 구입도 증가할 전망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양도세 혜택
오피스텔 임대시장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4·1 부동산대책 발표로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할 처지였던 오피스텔이 수혜 대상에 전격 포함되면서다. 오피스텔을 매입해 보유기간 동안 달마다 임대수익을 챙기고, 5년 이내에 매각해 세금 부담 없이 시세 차익까지 얻는 ‘일석이조’를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오피스텔은 정부 4·1 부동산대책에서 사실상 소외되면서 일반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다. 분양시장 역시 한파가 몰아쳤다.
그러나 정부가 신규·미분양은 물론 기존 오피스텔까지 양도세 면제 혜택을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주변 시세보다 싼 소형 오피스텔을 사들여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할 것”이라며 “1~2인 가구 수요가 몰리는 역세권 오피스텔이 1차 매집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라 전용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을 올해 말까지 계약해 취득하면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받는다. 주거용과 업무용을 구분하는 주요 기준은 전입신고 기록이다. 오피스텔을 취득한 이후 60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에도 오피스텔을 취득한 후 60일 이내에 임대용 주택으로 등록을 마쳐야 한다.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오피스텔 특성을 고려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목적으로 분양받은 경우엔 양도세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다. 양도세 면제를 노리고 가격 변화를 지켜보다가 매도 한 달 전에 등록한 뒤 파는 편법도 허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양도세 면제 혜택으로 오피스텔의 투자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서울 도심권, 강남권 일대 등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곳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그간 오피스텔 가격이 상승세를 탔던 용산, 종로 등 도심과 강남 일대의 신규 물량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목이 좋은 곳 오피스텔 시세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라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창언 랜드비전 대표는 “수년전 3.3㎡당 600만~700만원에 분양했던 분당 오피스텔 시세가 지금은 거의 두 배가 됐다”며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천만원대 목돈이 오피스텔 시장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거용에 주어지는 세 혜택을 모두 포기하고 업무용으로 운영해 부가세 환급이라는 목돈을 노리는 것도 또 하나의 선택지다.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임대하면 분양가에 포함된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물가액이 매우 높아 환급받는 금액이 높은 경우를 제외하면, 양도세 면제까지 받을 수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이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임대사업자 등록하려면 연내에
정부는 지난 2011년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고 다주택자를 통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8·18 전·월세 대책을 발표하고 수도권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내 주택임대사업자 요건을 3가구 이상에서 지방처럼 1가구 이상으로 완화했다. 임대사업자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해서도 3년간 보유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줬다. 지금은 양도세 비과세 조건 역시 지난해 5·10 대책을 통해 2년으로 추가 완화된 상황이다. 그밖에 취득세의 경우 전용 60㎡ 이하는 면제, 60~149㎡는 25%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재산세 역시 전용 40㎡ 이하는 면제, 40~60㎡는 50% 감면, 60~85㎡는 25% 감면된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이에 따라 연내 40㎡ 이하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재산세는 물론 6~38%까지 적용하는 양도세도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4·1 대책으로 연내 매입하는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의 신규 아파트 및 미분양주택,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에 대해 5년간 양도세 면제 혜택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 혜택을 모두 받기 위해선 5년간 임대사업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기간을 채우기 전에 집을 팔면 감면받았던 세금을 다시 내야 한다.
양도세 면제 혜택은 임대사업자 여부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세를 놓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를 내야 하며 9억원 초과 부동산을 보유할 경우 종부세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