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5일 서초우성3차 재건축 조합원 총회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GS건설을 3표차로 따돌리고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이미 인근 우성 1·2차 아파트의 시공권을 확보한 삼성물산이 우성3차까지 수주에 성공하면서 강남역 인근에 삼성 오피스타운의 아파트 버전인 ‘래미안 랜드마크시티’ 조성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강남역 일대 서초 3주구 5개 재건축 아파트(우성1·2·3차, 신동아, 무지개)를 통합 개발해 총 4916가구 규모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초우성3차 재건축 삼성이 수주
서초우성3차는 총 276가구인 소규모 단지로 신축규모가 421가구에 불과하지만 인근 서초 아파트 3주구 재건축 수주 전반을 가름할 키포인트 사업지로 평가받았다. 이곳을 따내는 건설사가 2014년 상반기, 2015년 상반기에 각각 시공사를 선정하는 인근 신동아,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인접한데다 일반분양 물량도 41가구 밖에 되지 않아 미분양 리스크가 낮다는 점에서 사업 자체의 매력도 높았다.
특히 이들 단지 바로 옆에는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이 대거 집결한 삼성 서초사옥이 자리 잡고 있어 삼성물산의 수주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브랜드타운 구축 계획의 확고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신동아와 무지개아파트 수주경쟁에도 적극 참여해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우성3차는 종전 3개동 276가구에서 최고 33층 4개동 421가구 규모의 래미안 아파트로 거듭나게 된다. 전용면적별로 59㎡ 85가구, 83㎡ 211가구, 101㎡ 60가구, 125㎡ 31가구, 139㎡ 31가구, 121·134·144㎡ 각 1가구가 들어선다. 입주는 2016년 10월 예정이다.
기존 83㎡ 보유자가 재건축 뒤 같은 면적을 분양받는데 필요한 예상 추가 분담금은 금융비용을 포함해 1억~1억5000만원 선이다. 우성3차 전용 83㎡의 가격은 약 8억원 선. 9억원 선에서 거래되는 인근 래미안 서초스위트(2009년 입주) 전용 85㎡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이다.
브랜드 타운이란
브랜드 타운은 동일 지역에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 단지가 2개(1000가구) 이상 몰려 있는 곳을 말한다.
대표적인 브랜드 타운 단지로는 5000가구 규모 서울 압구정현대아파트가 꼽힌다. 이 아파트는 1979년 입주 이후 30년차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강남 아파트 시장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그밖에 12개 단지 8500가구 규모 광장동 현대타운, 4개 단지 4200가구 규모 신도림 e편한세상, 5개 단지 3400가구 규모 공덕 래미안타운 등이 서울 내 대표적인 브랜드 타운으로 꼽힌다.
매머드급 규모를 갖췄기 때문에 호황기엔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불황기엔 집값 하락폭이 작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마포 공덕동 ‘공덕 한화 꿈에그린’ 아파트는 전용 84㎡형이 평균 5억30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브랜드 타운 효과를 받은 래미안 공덕3차 아파트의 전용 84㎡형의 평균매매가는 6억9500만원이다. 입주는 2004년으로 동일하지만 시세는 1억6000만원가량 차이 난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주택형이 골고루 분포돼 있어 수요층도 탄탄한 편이다. 단지 규모가 큰 만큼 단지 내 커뮤니티·조경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거주환경도 쾌적하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브랜드 타운 아파트는 입지 여건이 좋고,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속성이 있어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며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해 안정감 있고 투자성도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랜드마크시티 개발은
서초 3주구 내 5개 단지(우성1·2·3차, 신동아, 무지개)는 강남구의 기본 도시 형태인 격자형 구조로 배치돼 있어 브랜드 타운 개발이 용이하다. 교통 인프라, 교육 환경도 우수해 강남의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타운의 강점이 극대화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기존의 타운화 방식을 넘어서 대단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설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의 브랜드 타운은 단지 설계 시 타운화가 고려되지 않거나 재건축·재개발 수주 결과에 따라 우연히 타운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파트 준공 시기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엔 단지별 공공시설 및 커뮤니티 공간의 수준차가 커 같은 타운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설계 단계부터 각 단지 간 연계를 극대화해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 타운으로 꾸민다는 게 삼성물산의 계획이다.
이미 통합개발 기본 계획안도 수립돼 있다. 단지 간 도로와 보행축, 부대시설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 배치하고, 비주거지역(상업지역,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완충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대단지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설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각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서 교육·문화·웰빙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통합 유지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계획대로 래미안 랜드마크시티 사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경쟁 건설사들의 공세를 이기고 나머지 무지개, 신동아 재건축 사업을 따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 타운화 가능성은
이번 서초우성3차 수주전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였다.
삼성물산은 강남역 일대 5000가구 규모 브랜드타운 조성을 위해, GS건설은 강남권 ‘자이’ 브랜드 확산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이 사업 수주가 필요했다.
수주전 초반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의 수주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미 우성1·2차를 수주한데다 삼성 서초사옥이 가까워 삼성타운화 이미지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GS건설의 매서운 추격이 이어졌다. GS건설은 주변 단지와 브랜드를 차별화해 서로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이 자산가치 상승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성1·2차에 비해 단지 규모와 지분율이 작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3차에서 이 같은 전략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GS건설이 저렴한 공사비를 써낸 점이 주효했다. 각 사의 제안서를 살펴보면 GS건설은 3.3㎡당 415만1000원, 삼성물산은 426만6000원의 총 공사비를 내놨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재건축 조합원들이 가격에 민감해져 있기 때문에 GS건설을 선택한 조합원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개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15일 총회에 앞서 이뤄진 부재자 투표에는 총 112명이 참여, 71대 41로 GS건설이 30표 앞섰다. 패색이 짙던 삼성물산은 총회 당일에 실시된 현장 투표에서 105표를 얻으며 72표를 득표한 GS건설을 3표차로 간신히 따돌렸다.
타운화 전략을 앞세우고도 ‘박빙’의 승부를 벌인 만큼 무지개, 신동아 아파트 수주전 향방은 더욱 예측이 어려워 졌다. 무지개는 총 1400가구, 신동아는 1300가구 규모 신축이 예정돼 우성 1·2·3차의 신축 규모인 2216가구보다 물량이 더 많다. 각각 1000가구가 넘는 대형 단지로 재건축되기 때문에 타운화 전략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무지개는 내년 상반기, 신동아는 2015년 상반기에 각각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다. 래미안 랜드마크시티 사업 역시 이들 단지 수주결과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