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 모씨(52)는 별다른 직업이 없지만 매달 15일이면 통장으로 285만원이란 돈이 들어온다. 지난 2007년 전용 26㎡와 39㎡의 비즈니스 호텔 객실 두 개를 각각 1억5600만원과 2억4700만원에 분양받아 분양가 대비 최소 연 8.5%의 수익을 다달이 받기 때문이다.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로 부수입을 올리는데다가 객실에 프리미엄까지 붙어
이씨는 호텔 투자를 하길 잘했다고 내심 만족해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다달이 안정적 수익을 내는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서울 소재 수익형 부동산 중 오피스텔이 5.8%로 가장 높은 평균 수익률을 냈다. 상가와 아파트 수익률은 각각 3.59%, 3.14%로 이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았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인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은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익률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목을 받으며 떠오르는 틈새 투자처 중 하나가 바로 호텔이다. 특히 실별 분양이 가능한 분양형 호텔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양형 호텔의 경우 전문업체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수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비교적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입주자 관리 등 사업상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는 게 장점이다. 실별로 구분등기를 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 등을 끼고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영업을 하는 목좋은 비즈니스 호텔이 인기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라마다 동탄호텔의 경우 지난 2008년 9월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매년 8.5% 이상의 확정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다. 이 호텔을 찾는 이들 중 90% 이상이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을 찾는 바이어 및 기술자들이다. 탄탄한 배후 수요를 가지고 있다 보니 작년에는 부가세를 빼고도 9%의 수익을 고객들에게 지급했다. 이성백 호텔 지원팀장은 “평균적으로 85%의 투숙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평일에는 거의 모든 방들이 꽉 차 있어 손님을 돌려보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입소문을 듣고 객실을 사들이려는 수요자들이 상담을 하러 오기도 한다.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6㎡형 등의 경우 분양가에 비해 1000만~2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한류로 인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호텔 투자의 미래를 낙관하게 만드는 이유다. 서울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1053만명,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1152만명과 126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는 리츠를 통한 호텔 투자도 가능해져 투자 방식의 다변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사모리츠로 개인이 투자한다고 해도 수십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해 개인들은 호텔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이후 호텔에 투자하는 공모형 리츠가 활성화되면 개인 투자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형 호텔 투자에는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다.
높은 확정 수익률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짓는 호텔의 경우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아 보통 초기 1~2년간은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초기에 운영을 맡는 시행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하고 호텔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준공 후 입주율이 쑥쑥 올라가는 오피스텔 등과는 달리 호텔의 경우 본궤도에 올라서려면 1~2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분양가 대비 연 10% 정도의 고수익률을 약속한 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도 내고 나 몰라라 하는 악성 시행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운영 실적이 좋은 믿을 만한 회사가 분양하는 호텔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높은 수익 때문에 대형 평형에 집착해서도 안된다.
똑같이 연 8.5%의 수익을 보장한다면 금액이 더 큰 대형 평형을 구입하는 것이 수익금 면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양받은 객실을 매각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소형 평형이 더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 부담이 적은 소형을 선호하므로 필요할 때 손쉽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은 것은 20㎡대의 소형평형이다. 주변에 경쟁호텔이 들어서는 등 공급과잉 상황도 주의해야 한다. 동탄의 경우 호텔신라가 만드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 스테이’ 가 내년 하반기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호텔은 지하 2층~지상 29층에 294실을 보유한 4성급으로 지어질 계획이어서 인근 호텔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은 “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어 포화상태가 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췄는지 살펴야 한다”며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상가와는 달리 호텔은 용도가 한정돼 있어 환금성 문제도 생길 수 있으니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