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역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초고층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공개됐다. 우리 고유의 건축양식인 처마와 궁궐, 배흘림 기법 등이 대거 반영됐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12월6일 용산국제업무단지 초고층 빌딩 스카이라인을 확정하기 위해 기획설계 결과 보고회를 개최했다. 기획설계(Concept Design)란 건물의 규모, 층수, 형태 등 외부 디자인을 결정하는 설계 단계다.
이날 보고회에는 국내 대표 설계사와 해외의 유명 건축거장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인구 1000만의 대도시인 서울을 대표할 업무단지를 기획하는 자리인 만큼 설계사들은 각자의 컨셉트에 심혈을 기울이며 발표했다. 결과보고회에서는 용산 초고층 빌딩군의 맏형격인 랜드마크 타워를 맡고 있는 RPBW(렌조피아노)를 시작으로 19개 해외 설계사의 디자인 컨셉트에 대한 설명과 디자인 시안이 보고됐으며, 이어 심도 있는 토의가 이루어졌다.
이날 3개의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부티크오피스’를 설계한 AS+GG의 아드리안 스미스는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반영한 미래지향적 건축물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고(最高) 빌딩인 버즈칼리파를 설계한 바 있는 그는 한국의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명품 건물을 설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9층, 450m의 규모를 자랑하는 부티크오피스Ⅰ은 한국의 전통 건축양식인 처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건축 디자인이 적용됐다. 기와를 형상화한 여러 개의 타워들을 최상층에서부터 중앙 코어를 둘러싸는 모습으로 배치함으로써 강렬한 질감과 함께 넓은 조망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특히 타워 최상층의 펜트하우스는 360도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부티크오피스Ⅱ(79층, 360m)는 물결 모양으로 다이나믹하면서도 우아한 형태로 건설된다. 곡선의 물결 형태는 전통 궁궐과 사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둥의 배흘림을 반영했으며, 대칭적인 유선형 평면은 태극문양을 암시한다고 설계사는 밝혔다. 건물의 모서리에 위치하는 유선형 공간은 바깥으로 도출되어 넓은 조망권을 가질 수 있으며, 10층마다 위치하는 아트리움(Artrium)은 특별한 편의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용산국제업무단지 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설계를 맡고 있는 MVRDV도 클라우드 디자인을 공개했다. MVRDV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파크랜드 등을 설계하며 ‘건물 안팎의 소통’, ‘다양한 기능의 통합’을 강조해온 유명 설계회사다.
MVRDV는 300m(60층), 260m(54층) 두 개의 빌딩을 중간 지점인 27층에서부터 10개 층을 구름 이미지를 형상화한 ‘Pixel Cloud’로 연결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시했다. 클라우드에는 최고급 주거시설(3만4000㎡)과 함께 스카이라운지, 아트리움, 회의 공간, 피트니스클럽, 수영장, 레스토랑, 카페 등 1만4357㎡의 커뮤니티 시설이 위치한다. 게다가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편리한 접근성까지 확보된다. 그러나 MVRDV의 클라우드 디자인은 미국 쌍둥이빌딩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용산역세권개발(주) 관계자는 “단순한 개발 논리에 따른 사업이익만을 추구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한류, 케이팝(K-POP) 등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건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획설계를 마무리한 용산역세권개발(주)은 19개 해외 설계사의 디자인 제안을 검토한 후 2012년 3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설계사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계획설계(SD; Schematic Design)를 2012년 3월 말까지, 기본설계(DD; Design Development)는 2012년 9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