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땅값 조사에서 하남시는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전월 대비 0.5%가 급상승하며 상승폭이 가장 컸다. 7월에도 전달 대비 상승률 0.47%를 기록했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 평창에 이어 상승률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하남 부동산 시장이 꿈틀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데다 지하철 연장 개통 호재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세계가 하남시에 수도권 최대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해 겹경사를 맞았다. 2015년까지 하남시 신장동 일대 11만7000여㎡에 연면적 33만여㎡로 조성되는 ‘하남유니온스퀘어’가 그 주인공이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3만3500㎡)의 10배 가량 규모다. 하남시가 대대적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로 강동구 외곽 서브 베드타운 역할을 하던 하남시가 상전벽해 하는 것.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 패션전문관, 영화관, 공연·전시시설이 들어선다. 하남시 측에서는 약 7000여 명의 직접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포함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하남시를 찾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8000억원에 달하는 직접 투자가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계기로 하남 부동산 시장이 대대적인 변화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하남시는 그동안 잠재력에 비해 내재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라며 “이번 신세계 투자를 통해 이 일대는 분당, 광교, 판교 등을 능가할 상업지구로 변모할 것이 예상 된다”라고 분석했다.
전국에 이마트 등 상권을 개척해 성공신화를 거뒀던 신세계가 그룹 차원에서 하남을 대형 상권이 자리잡을 만한 요지로 낙점했다는 것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오랜 유통사업 경험을 통해 부동산 분석에 일각이 있는 신세계가 장래 유망지역으로 하남시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하남시는 강남에서 차량으로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어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 장점”이라며 “이번 신세계 투자를 통해 구리 남양주는 물론 서울 강동·송파·강남에 이르기까지 하남시가 주변 상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통망이 대대적으로 개선되는 점도 호재다. 지하철 5호선이 기존 서울 상일동에서 검단산 일대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가 2010년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지하철 5호선 연장안의 경제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사업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최근 보고된 상태다. 비용편익분석 결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존 중심상업지구인 하남 풍산지구 등이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풍산지구 현재 상권은 다소 정체된 상태다. 하지만 하남유니온스퀘어가 하남시 전체 상권을 발달시키면 기존 풍산지구 유동인구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신장동에 들어서는 하남유니온스퀘어와 더불어 하남 지역 상권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도로망도 확대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경기도 구리시를 잇는 구리암사대교가 2013년 개통되면 구리에서 하남까지 15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하남시가 숙원사업으로 육성하는 지역현안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하남시 신장동 일대 57만286㎡가 ‘하남 지역현안사업2지구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대대적인 개발에 돌입한다. 총 15만808㎡를 주거용지로 조성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짓는다. 하남시 측에서는 총 2700여 가구 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3만7344㎡ 용지에 초중고 학교도 건립한다. 게다가 13만9357㎡ 규모 공원녹지시설도 들어선다. 아파트, 단독주택, 학교, 유통단지가 총망라된 자족 기능을 갖춘 복합주거단지로 육성되는 것이다. 이계정 하남시 도시개발과장은 “최근 주요 지주를 상대로 토지보상에 돌입하며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하남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지자체로 발돋움하는 데 악재로 분류됐던 대대적인 보금자리 주택 건설도 호재로 전환될 수 있다. 인구유입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대형 상권이 들어서는데 발맞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보금자리 지구 조성을 통한 유동인구 확대가 상권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하남시 일대가 겹호재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남시 일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지역”이라며 “하남시를 단순 주거단지로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변수도 남아 있다. 하남시와 중앙대가 공동으로 추진하던 중앙대 하남캠퍼스 건립은 난관을 맞이한 상태다. 토지개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양측 간에 재정부담의 열쇠를 누가 쥐느냐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매수를 조언하고 있다.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당장 큰 폭으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남시 트레벨공인 관계자는 “최근 문의는 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 작용해 아파트·토지 등 호가가 급등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호재가 충분한 만큼 미리부터 선점에 나서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