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해외부동산 투자 실수요 중심으로 이동…시세차익보다 유학·이민·임대수익
입력 : 2011.09.28 17:36:48
수정 : 2012.04.05 13:40:17
#1.중학생 자녀를 둔 홍모 씨(43)는 2007년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H콘도미니엄 120㎡를 2억5000만원에 분양받았다. 내년에 딸을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로 유학 보낼 생각으로 미리 장만해둔 것이다. 콘도미니엄이 완공된 지난해부터는 현지인에게 임대하고 있는데 매달 4000링깃(140만원)을 월세로 받고 있다. 홍 씨는 “매매차익보다는 거주에 초점에 맞춰 집을 샀는데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원화로 환산한 집값도 꽤 올랐다”며 “뜻밖에 두 마리 토끼를 잡게됐다”고 말했다.
#2.분당에 거주하는 회계사 심모(37) 씨는 올 상반기 태국 푸켓 암푸르탈랑에 있는 2억1000만원짜리 풀빌라(풀장이 달린 빌라)를 샀다. 임대 운영을 통해 연 11% 수익을 배분해주는 상품으로 분기별로 600만원씩 임대료를 받는 조건이다. 올 여름휴가지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씨는 “수익률이 어지간한 국내 수익형 부동산보다 높고 세계적인 휴양지에 빌라를 사뒀다는 만족감도 꽤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취를 감췄던 해외부동산 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 원화가치가 올라 상대적으로 해외부동산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됐고,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해외부동산 투자
지난해 7월 115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070원대로 하락했다. 해외부동산은 달러로 매입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투자금액은 줄어들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거주자의 해외부동산 취득액은 1억8900만 달러로 3개월 연속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월별 해외부동산 취득액이 1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월(1억2600만 달러) 이후 올해 3월이 처음이다. 5월 말까지 해외부동산 취득액은 4억559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2억139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3월 이후 해외부동산 매입금액은 해외투자 붐이 일었던 2007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투자패턴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신규분양 상품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녀유학이나 은퇴이민 등을 염두에 둔 실수요와 투자를 결합한 상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국내 분양대행업체를 통해 콘도 등을 분양받았다가,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급락했던 부동산 매매가격은 일부 회복됐지만 임대 등 사후관리가 일반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사후관리를 보장한다며 분양에 나섰던 대행업체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고 현지 사정에 밝지 않는 투자자들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어졌다.
주거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유명 관광지에 숙박시설 등에 투자한 후 임대수익을 받으면서 휴양시설로 이용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동남아에서 중소형 빌딩을 찾는 사람도 많다.
해외부동산 전문투자기업 루티즈코리아 이승익 대표는 “해외부동산 투자의 주류는 이민과 유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선호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레저시설 등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도 많다”며 “과거처럼 거액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와 투자를 접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부 통계 등으로 확인된 해외부동산 투자액은 급격히 늘었지만 과거처럼 해외부동산 분양대행업체가 난립하는 등의 부작용은 크게 노출되지 않고 있다.
임대수입+실수요 고려한 상품 분양 이어져
루티즈코리아가 분양 중인 태국 푸켓의 아이리스 풀빌라<br>해변을 끼고 있는 랜초 팔로스 버디스 신 주택단지
루티즈코리아는 태국 푸켓에 위치한 아이리스 풀빌라를 분양한다.
4000㎡ 용지에 공급되는 풀빌라 중 6채가 국내에서 분양 중인데 세대당 풀빌라 면적은 297㎡(90평)이다. 10년동안 연 10%의 운영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10년간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투자액(분양가)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1년에 25일간 풀빌라와 요트, 레스토랑, 피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자녀유학업무 대행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푸켓에는 푸켓국제아카데미, 브리티시국제학교, 몬테소리국제학교 등 많은 학교가 있다.
현지 사정에 밝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10년뒤 분양가에 되사주는 바이백 옵션 조건으로 분양 중이다. 이승익 대표는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뿐만 아니라 거래처 또는 고객 접대가 많은 법인들에서도 문의가 많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동호회나 지인끼리 자금을 모아 공동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리스 풀빌라 한 채 가격은 원화로 3억5000만원으로 5명이 공동투자한다면 1인당 7000만원을 투자하면 된다.
필리핀 최초 국제업무 복합 신도시로 개발 중인 보니파시오의 주거용아파트 및 서비스 레지던스인 더 베니스도 국내 분양중이다. 필리핀 건설업계 1위인 메가월드는 보니파시오 내 멕킨리힐에 총 7동 2200가구 규모의 주거용 아파트 및 서비스 레지던스 프로젝트인 ‘메가월드 더 베니스’를 건설 중이다. 스튜디오 형, 1베드룸, 2베드룸 등 3가지 타입으로 지어지면 총 대지 면적이 7만3182㎡에 달하는 대규모 주거시설이다. 최고 23~31층으로 구성된다. 2014년 하반기 완공 예정으로, 1베드룸의 경우 66㎡(20평형)으로 분양가는 약 1억1200만원이다.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보니파시오 지역은 마닐라 공항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으며, 메트로 마닐라를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다. 세계적인 IT 콜센터와 아웃소싱업체 기반산업의 활성화로 사무실 임대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곳이다.
부촌 지역으로 한국, 영국, 싱가포르 등 4개국 대사관이 이곳으로 이전했다. 한국, 영국, 일본, 중국, 미국 등 5개국 국제학교가 운영중이어서 학군도 손색이 없다. 또 필리핀 영주권 획득의 기회까지 제공해 은퇴이민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싱가포르 최대 개발회사인 파이스트 그룹이 탬파니스 신도시에 분양중인 워터프런트 ISLE 콘도미니엄도 국내에서 분양중이다. 2016년 완공예정이다.
탬파니스 신도시는 지하철 베독호수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며,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주거시설이다. 대규모 단지로 총 1800가구가 들어서며 콘도미니엄에서 베독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전체 1800세대 중 워터프런트 ISLE은 약 450여 세대로 1베드룸(전용면적 52㎡)~3베드룸(전용면적 10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분양가는 약 5억원~10억원 선이다.
탬파니스 신도시에는 총 3개 대형 쇼핑몰이 있고 50만㎡ 규모 도시형 공원이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 탬파니스 신도시는 싱가포르에서도 최고 시세를 보이고 있는 이스트 코스트, 마리나베이 지역의 간접적인 후광을 받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지역이다. 베독호수 주변에는 UWC(United World College·영국국제학교), 싱가포르 국립 기술대학 등 유명 대학들이 자리잡고 있다.
계약금 분납제가 실시되며, 분양권 전매와 저금리 대출도 가능하다.
최초 계약시 분양가의 5%, 8주후 15%를 납부하고 이후 공사진척도에 따라 약 10~15%씩 3년여에 걸쳐 납부를 하면된다. 외국인도 연 1.8%의 저금리로 분양가의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해 1베드룸의 경우 본인 자금이 1억5000만원만 있어도 구입이 가능하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어 계약이후 언제든 매매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현재 파이스트 그룹은 싱가포르 탬파니스 신도시 워터프런트 ISLE 콘도미니엄 현장으로 부동산 답사를 오는 고객에게 싱가포르 현지 호텔 2박 숙박권을 제공하고 있다.
취득절차와 세금 따져봐야
미국 비버리힐즈 고급주택
해외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의해야 할 점은 많다.
우선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차례 충격을 받았던 만큼 환율변동에 대한 고려는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해당국 집값이 오르더라도 환율이 변동해 원화로 환산한 이익이 줄어들면 집값 상승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선분양 후시공 상품의 경우 시공사의 건전성은 물론이고 투자국의 분양보증제도도 살펴야 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2006~2007년 동남아시아에서 대거 분양된 부동산 상품 가운데 국내 시공업체가 시공 중에 부도가 나서 멈춰선 사업장이 상당수 있다”며 “국내에서 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분양보증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시공사가 부도나도 큰 문제가 없지만 해외부동산 투자 때는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분양제도나 시공사 신용도를 꼭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다른 주택 취득 절차와 세금제도도 따져봐야 한다. 세금을 고려하지 않고 높은 수익률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추산할 때는 투자국가별로 다른 취득세와 보유세 등 세금을 공제한 후 세후 수익률을 따져야 하며, 임대수익형 상품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위탁운영사를 잘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위탁운영사가 믿을 만하다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만 위탁운영사가 영세하거나 신뢰도가 낮다면 ‘확정수익률 보장’ 등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