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좀 닫아주시겠어요?”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택시를 탄 후 승객이 기사에게 할 법한 이야기는 앞좌석 뒤판에 붙어있는 태블릿PC를 조작해 대신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택시기사는 태블릿PC를 통해 승객의 요청을 확인하고 이행한다. 불필요한 대화 없이 기술로 소통이 가능한 이러한 모습은 소셜벤처 코액터스가 설립한 ‘고요한 택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코액터스는 택시업체와 협업해 운영하는 고요한 택시 서비스와 더불어 직접 운영하는 택시 예약·호출앱 서비스 ‘고요한 모빌리티(고요한M)’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8년 설립된 코액터스는 사회적 책임과 혁신을 결합한 소셜벤처로서 주목을 받아, 지금은 청각장애인을 드라이버로 고용하는 서비스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코액터스 관계자는 “현재 최근 4개년 매출은 연평균 성장률(CAGR) 80%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연결 18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했다”라고 말했다.
코액터스의 창업자인 송민표 대표는 대학생 시절 청각장애인이 구직난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케이스 스터디 과정에서 송민표 대표는 해외의 우버나 그랩 등 라이드헤일링업체들의 사례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버 택시에 탑승한 승객이 청각장애인 기사와 글을 통해 대화하는 영상을 보고 이를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기존 택시업체들이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으나, 청각장애인의 넓은 시야와 낮은 교통사고 발생률을 강조하며 고객사를 유치해 나갔다.
기존 종이에 글로 써서 소통하는 방식을 넘어 IT기술을 접목해 태블릿PC를 통한 ‘의사소통 솔루션’을 만들면 한국에서도 운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아이디어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4개에 달하는 각종 공모전을 휩쓸면서 수중에 들어온 상금은 기초 모델 개발에 큰 도움을 주었다. 창업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몇 대의 택시로 시작했지만, 점차 그 수를 늘리며 고요한 택시 서비스는 서울과 주요 도시로 확산되었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인 기술을 살펴보면, 코액터스는 승객의 이용 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안내 기능을 추가하여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였다. 처음 이용하는 고객도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탑승 시에는 태블릿PC 화면에서 목적지를 안내하고 도착 시에는 하차 안내와 함께 분실물 주의 메시지를 제공한다. 태블릿PC 화면의 각 버튼 기능도 직관적으로 설명하여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자회사 지엔카를 통해 복지차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며 복지관과 요양병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엔카는 특히 레이 슬로프 차량이 복지관과 요양병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차량은 이용자의 이동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코액터스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코액터스가 운영하는 ‘고요한M’은 청각장애인 드라이버가 운행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로, 기존 택시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SK텔레콤과의 협업을 통해 음성인식 AI 기술을 적용하고 UI를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달리는 음악 쉼터로 탈바꿈하였다. 이로써 고요한M의 승객들은 운행 중 이동 정보나 음악을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은 뒷좌석에 설치된 태블릿PC의 마이크 아이콘을 누르거나 ‘아리아’를 불러 원하는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입력된 곡 제목은 플로(FLO) 서비스와 연동되어, 태블릿PC와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량 스피커에서 음악이 재생된다.
코액터스 관계자는 “이러한 기능들은 SK텔레콤과 드림어스컴퍼니가 제공하는 누구(NUGU) API와 플로 1년 이용권 덕분에 가능하게 되었다”며 “코액터스는 서비스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액터스는 청각장애인 드라이버의 일자리 창출과 안전한 차량 운행을 위해 SK텔레콤과 2018년부터 협업하고 있다. SK텔레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실현 노력의 일환으로, 코액터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일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코액터스의 송민표 대표는 “승객 편의를 지속적으로 높여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로 자리잡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SK텔레콤의 엄종환 ESG 얼라이언스 담당은 “이번 협업을 통해 많은 고객들이 일상 속에서 AI의 효용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배리어프리 기술로 고객 모두를 이롭게 하는 AI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니버설 모빌리티 플랫폼 ‘고요한M’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코액터스는 지난해 말 시리즈A1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투자 유치로 코액터스는 누적 투자액이 38.5억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는 기존 투자자인 신한자산운용과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후속으로 참여했으며, 한국사회투자가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코액터스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연계고용제도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고요한M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병원 동행매니저가 함께하는 병원 이동 및 예약 이동 등 특화 서비스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코액터스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운전사 추가 채용을 통한 플랫폼 운송사업 활성화와 플랫폼 가맹사업(타입2) 진출을 통해 추가 차량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구독형 서비스 같은 특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코액터스는 올해 중 시리즈A 라운드를 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민표 대표는 “어려운 거시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매출 상승을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었다”며 “향후 드라이버 추가 채용을 통한 사회적 약자 일자리 창출 및 특화 서비스를 계속해서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플랫폼 운송사업과 택시 업계가 함께 상생하고, 법인택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것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액터스는 최근 플랫폼 가맹사업 허가를 통해 고요한M 플랫폼에서 가맹 택시 호출이 가능해졌으며, 국내 최초로 타입1과 타입2를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 코액터스는 법인택시사들과 가맹하여 법무 컨설팅, 택시 전용단말, 차량 관리 시스템(FMS) 등을 제공해 경영 효율화를 돕고 있다. 더불어 법인택시 소속 기사가 법인 노동이사로 참여하는 경영참여형 노사상생 구조를 구축해 협력과 상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코액터스는 최초 허가 시 가맹한 10여 개의 법인택시사를 시작으로 연내 200여 개의 법인택시로 새로운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가맹한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기존 고요한M의 장애인 고용 노하우와 슬로프 차량 등 특수차량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내 운영 차량 수를 지속해서 늘려 고객들에게 보다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코액터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 구독형 서비스, 병원 이동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와 더불어 실시간 호출 서비스에서 가맹 택시를 호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액터스는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연계고용 제도, 병원 동행매니저 서비스, 플랫폼 가맹사업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코액터스의 이번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은 비상장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대표의 비전과 리더십 아래 코액터스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