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이 올해 4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혜택을 받을 지역과 단지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노후화된 1기 신도시 공동주택을 포함해 전국 노후 계획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이고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특별법에 따라 1기 신도시 5개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신도시에 거주하는 인원만 30만 가구인 데다 이번 법 적용 대상에 ‘일정 요건을 갖춘 노후 택지’까지 모두 포함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막대한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특별법이 시행될 때 예상되는 수혜 지역, 투자 타이밍 결정에 변수가 될 위험 요인 등을 짚어본다.
정비사업은 속도가 가장 중요한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단 선도지구 지정 가능성이 높은 단지를 지금부터 주목해 투자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선도지구는 올 하반기 중 확정될 전망이다.
특별법은 낡은 신도시(택지지구)에 대해 재건축 등 재정비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신도시를 여러 블록으로 나눠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한 후 용적률 등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이주 대책 등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이 완화되거나 면제된다. 다만 면제는 아파트 땅을 내주고, 대규모로 기반시설을 늘리는 경우 등 공공성을 인정받을 때로만 제한된다.
사업성을 결정짓는 용적률과 건폐율도 완화된다.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이나 준주거지역으로 바꿔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만약 2종에서 준주거로 바뀌면 건폐율(60%→70%)과 용적률(150% 이상~250% 이하→200% 이상~500% 이하)이 크게 올라간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각종 법령에서 요구하는 인허가도 한 번에 모아 처리한다.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통합심의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정비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도 용이해진다. 정부는 연기금, 금융기관, 주택도시기금은 물론 일반 국민도 투자할 수 있는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반시설 확충 방안도 제시됐다. 특별정비구역의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지방자치단체가 채권을 발행해 기반시설 설치 비용을 적기에 조달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특별법이 일반 재건축 등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정부의 이주 대책 수립과 관련한 책임이다. 기존에는 이주 대책 수립이 사업 시행자 몫이었지만, 특별법은 지자체가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기로 규정했다. 1기 신도시 등 계획도시는 주택 공급이 일시에 이뤄져 재정비 과정에서 주택 시장에 미치는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이주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추진은 기본방침(국토부)→기본계획(지자체)→특별정비구역 설정→구역별 사업 시행의 절차로 이뤄질 예정이다. 특별법은 법안 공포를 거쳐 이르면 올 4월 시행되고, 국토부 기본방침과 1기 신도시 별 기본계획은 그 이후 순차적으로 발표될 계획이다. 신도시별로 사업의 모범이 되는 선도지구도 연말 1곳 이상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볼 지역은 물론 1기 신도시(분당· 일산·평촌·중동·산본)다. 다만 정부가 특별법 적용 대상을 전국의 주요 택지지구로 확대해 수혜 대상 지역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100만㎡ 이상 규모의 택지지구 가운데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곳이다. 일반적으로 신도시는 면적이 300만㎡(약 100만평) 이상이다. 100만㎡는 이보다 작은 ‘미니 신도시’급으로, 인구 2만명 안팎을 수용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같은 조건을 갖춘 택지지구가 5개 신도시를 포함해 전국에 51곳 정도 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51개 지역 중 교통망 등 기반시설이 지금도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상당수라는 사실이다. 우선 서울에선 강남구 개포동과 수서동, 양천구 목동, 강동구 고덕동,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중랑구 신내동 일대가 특별법 적용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중 재건축이 마무리 단계인 개포동이나 지구단위계획이 이미 제시된 목동 등은 조건을 갖췄지만 다른 절차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에선 남동구(구월지구)와 연수구(연수지구), 계양구(계산지구) 등이 해당된다. 경기도에선 1기 신도시 말고도 광명 철산·하안, 고양 능곡·화정, 수원 영통 등이 조건을 갖췄다. 지방에선 부산 해운대, 광주 상무, 대전 둔산 등이 포함된다.
면적 기준은 단일 택지뿐만 아니라 인접한 2개 이상의 택지를 합친 경우와 택지와 동일한 생활권으로 묶인 노후 구도심 등을 합친 경우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 가양택지지구와 등촌택지지구는 각각의 면적은 특별법 적용 조건을 채우지 못하지만 인접한 택지로 인정받으면 사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면적 기준은 단일 택지뿐만 아니라 인접한 2개 이상의 택지를 합친 경우와 택지와 동일한 생활권으로 묶인 노후 구도심 등을 합친 경우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 가양택지지구와 등촌택지지구는 각각의 면적은 특별법 적용 조건을 채우지 못하지만 인접한 택지로 인정받으면 사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울 상계택지지구와 창동택지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물론 특별법 적용 대상이 되려면 지자체장이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20년이상 된 모든 택지가 무조건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법에 제시된 혜택을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상징적 의미이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인센티브는 이보다 낮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용적률 최대 500%까지 상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파트가 모여 있는 신도시에서 주거지를 고밀도로 개발하면 ‘닭장 아파트’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도 늘어난 인구를 수용할 수 없어 교통난, 일조권 침해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높다.
국토부 등 의견을 종합하면 일단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으로 올려주는 사례는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는 자체 규정상 평균 용적률을 200% 근처에서 유지 중이라 3종 종상향은 필요한 상태다. 1기 신도시 5곳 가운데 용적률이 가장 낮은 일산(169%) 주민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하지만 준주거지역 종상향은 역세권, 그것도 1000가구 안팎 소규모 블록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0가구 이상 대형 단지는 최대 용적률을 500%까지 늘려주면 근처 인프라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그나마 투기 수요를 의식해 늘어난 가구 수의 일정 비율을 기부채납받는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시범사업을 추진할 선도지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5개 지자체마다 각각 1곳 이상씩 선정해 정비사업을 가장 먼저 진행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이주 분산을 위해 순환 정비(사업구역 인근에 이주용 주택을 마련해 주민을 이주시킨 후 정비사업이 끝나면 원래 살던 구역으로 옮기는 방식)를 유도하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한번 순위에서 밀리면 재건축 속도가 느려진다’는 불안감이 많다. 이로 인해 선도지구로 지정받기 위해 분당 등 일부 신도시 단지는 앞다퉈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적법한 동의서의 요건을 갖추려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된 이후 양식이 정해지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선도지구로는 슈퍼블록(다수 단지 통합 재건축) 형성이 가능하면서 입주연도가 빠르고, 대지지분이 높아 사업성이 높은 곳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1기 신도시 입주 당시 ‘첫 마을’이면서 현재 주민 움직임이 활발한 단지가 일단 관심을 많이 받는다. 분당에선 삼성한신·한양·우성·현대와 한솔마을 1·2·3단지가, 일산에선 강촌 1·2단지, 백마 1·2단지와 강촌마을 5·6·7단지, 후곡마을 3·4·10·15단지 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평촌에선 은하수·관악·샛별한양 1·2·3단지, 산본에선 한라주공 4단지·가야주공 5단지, 중동에선 금강마을 1·2단지와 포도마을, 사랑마을 등 주민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1기 신도시 주택 매매를 고려한다면 수혜 단지를 선별하는 것 못지않게 투자 시기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이주 수요 대체지가 필요한 만큼,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사업이 진행될 구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1·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임기 내 착공해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4년 선도지구를 지정한 후 정비계획 수립과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출범,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와 착공, 준공 후 입주 등 절차도 기존 재건축과 달리 빨리 처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기 신도시 투자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 내다봐야지, ‘단기 수익’에 급급한 접근은 금물이다. 우선 국토부의 특별법 마스터플랜 확정, 지자체 선도지역 선정, 조합 설립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어 중간중간 내용이 많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6년 지자체장 선거나 2027년 대선이 변수다. 특별법이나 후속 조치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득표 전략을 앞세운 각종 민원들로 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해 시범사업지구 선정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경우 형평성 논란과 부동산 시장 과열 등 부작용을 우려해 속도 조절론이 떠오를 수도 있다.
주민들의 생각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주민들 간 합의가 안 되면 다른 조건이 다 갖춰져도 소용이 없다. 같은 맥락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택지개발부터 주도한 신도시 조성과 달리 노후 계획도시의 정비는 사유재산권을 가진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 중앙정부는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며 신도시 정비의 상당한 책임과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겼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역량만으로는 사실상 재정비가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당장 선도지구 지정이 마무리되면 공정성 문제를 놓고 시비가 붙을 위험이 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