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2023년 12월 초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내려왔다. 지난 10월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는데 이번엔 장기 금리 인하가 촉발한 달러 약세 속세 효과로 랠리가 시작된 것이다. 온스당 2100달러를 넘보던 금값이 199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를 감안하면 언제라도 다시 상승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은 그동안 실질금리(명목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금리값)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실질금리가 낮아질수록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는 올라간다. 화폐가치가 떨어질수록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반등세를 시현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로 금이 각광받은 측면도 있다.
2023년 11월 미시간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5%로 9월 3.2%의 저점을 찍은 후 꾸준히 반등해왔다. 또한 2023년의 이례적인 현상은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자산 다변화’ 흐름이 금 가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2022년 3분기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가 데이터를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고, 2023년 3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 동안 글로벌 중앙은행 금 매수도 1200톤으로 여전히 과거 평균보다 많은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금 가격은 새해 상반기 유가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한동안 상단이 온스당 2000달러로 제한될 수 있다. 새해 상반기 유가가 현 수준만 유지되더라도 유가 상승률은 기저효과로 높게 나온다. 2023년 상반기 유가가 낮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물가 문제에 예민한 미 연준에는 다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 하반기 유가 상승률은 역기저 효과로 전보다 둔화되기 때문에 금 가격 상단은 온스당 2150달러까지 열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특히 금은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안전자산이다. 뉴욕 지방연은은 향후 2년간 금리를 1% 인하 하더라도 경기 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경제 지표 발표에 따라 갑자기 자산시장의 출렁거림이 있을 경우 안전자산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할 때 금은 S&P500보다 강한 성과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쇼크 때도 가장 먼저 회복했던 자산군은 금이었다.
다만 새해 초에도 금이 단기적인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 협정이 연장되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경감됨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 선호에 대한 되돌림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은 향후 금 가격의 약세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물가 상승률 둔화가 맞다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이 나타날 것이고, 물가의 반등이 맞다면 달러와 금리가 되돌려지는데 두 경우 모두 금의 강세를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 금리 대비 금이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금에 투자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실물에 투자하는 방법과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뉜다. 또한 금 채굴기업들의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도 금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금은 이자를 받을 수 없는 자산이지만 금광기업에선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현물 투자 방식은 KRX 금시장을 통하는 것이다. 금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내 금현물 매매시장으로 다른 금거래소와는 구별된다. OO금거래소 등의 유사상호업체는 한국거래소(KRX)가 운영하는 KRX금시장과는 별개의 민간 귀금속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2014년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설립한 국내 유일의 제도권 금현물시장이다. 장점은 소액거래와 절세다.
금 1㎏ 및 100g(미니금) 두 종목이 상장되어 있으며, 매매는 1g, 10원 단위로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회원, 귀금속사업자는 자기매매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일반투자자는 금융투자업자(KB, NH, SK, 대신, 미래에셋, 삼성, 신한, 유안타, 키움, 하나, 한국투자, 현대차증권 12개사)를 통해 금현물 계좌 개설 후 주식처럼 거래 가능하다. 금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3년 상반기 계좌 10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KRX금시장은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한 순도 99.99%의 금을 국제 시세에 근접한 합리적인 가격에 주식처럼 증권사 HTS·MTS 등을 통해 1g, 10원 단위로 매매 가능하다. 또한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 부담이 없고 매수한 금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안전하게 보관되며 1㎏, 100g 단위로 현물 인출도 가능하다. 장내 매매 시에는 부가세가 면제되며, 현물 인출 시에만 부가세가(거래 가격의 10%) 부과된다. 세금이 금융상품으로 금을 투자할 때 양도소득세나 배당소득세 더 나아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금융상품 투자가 많아 절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방식이다. 현물 인출 시에만 정률의 부가세를 내기 때문이다.
금광기업 투자 역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금광기업 ETP는 채굴비용 때문에 금보다는 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생산비용 부담이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해 하반기 유가 상승률은 역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생산비용 압박은 지금보다 낮아진다”면서 “2024년 상반기까지는 큰 기대를 갖기 어렵겠지만 새해 하반기 상단이 열리는 금 가격과 생산비용압박 완화라는 호재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광기업 ETP는 금보다 더 양호한 성과를 도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금광기업은 배릭골드(Barrick Gold Corporation, 티커명 GOLD)가 있다. 최근 1년간 주가는 횡보 수준이지만 배당수익률은 연 2.3%대이기 때문에 금값 상승에 대한 업사이드와 안정된 배당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자들에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개별 금광기업에 대한 종목 분석이 어렵다면 펀드를 통한 투자도 방법이다. IBK골드마이닝 펀드는 국내 대표적인 귀금속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펀드다. 미국에도 금광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있어 달러로 직접 매수하면 된다. 반에크골드 마이너ETF(티커명 GDX)로 올 들어 6%가량 상승했다. 배당수익률은 연 1.3% 정도로 뉴몬트(Newmont), 배릭골드, 골드필드ADR(Gold Fields Ltd ADR) 등의 주식을 담고 있다.
금과 관련한 ETF 역시 다양하게 나와 있다. 달러화 헤지 상품이 대부분이며 인버스 상품도 있다.
KODEX골드선물(H)의 수익률은 최근 3개월간 2.5%였으며 ACE KRX금현물은 3개월 수익률이 2.2%였다. KODEX골드선물인버스(H)는 금값 가격이 우상향하기보다는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때 트레이딩 관점에서 살 수 있다. 금 ETF의 벤치마크가 되는 KRX금현물 지수는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현물 가격(1㎏)수익률에서 보관비용을 차감한 순수익률을 반영하여 산출하는 원화환산 지수다. 최근엔 금선물 가격의 상승이 금현물 가격보다 두드러진 탓에 금선물 ETF의 3개월 수익률이 다소 앞섰다.
금 펀드나 ETF의 단점은 금의 가격상승에 대한 과세가 배당소득세로 과세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자·배당소득과 더해져 연간 2000만원이 넘을 경우엔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건강보험료의 문제까지 있다. 예를 들어 금값이 올라 1억원 투자한 펀드를 1년 후에 1억2000만원을 받고 환매했다면 2000만원이 배당수익으로 계산된다. 금융소득을 모두 더해 연간 2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는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과세한다.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46.2%까지 나온다.
특히 은퇴자의 경우는 금융소득이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까지 있다. 재산 과표 기준상 5억4000만~9억원인 사람은 금융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면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과표 기준상 5억4000만원 이하면 금융소득을 포함한 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갈 때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도 금융소득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에는 건강보험료가 따로 부과된다. 금융종합소득세를 피하고 싶다면 그 대안으로 해외상장된 금 ETF에 투자하면 된다. 다만 해외상장 ETF는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금가격 변화를 온전히 반영하지는 않는다. 달러값이 하락할 경우엔 금 가격이 올라도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금 가격은 달러가치와 반비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에는 이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반대로 금 가격 상승이 기대만 못하더라도 달러화 가치 상승 효과를 노릴 수는 있다.
미국에 상장된 금 ETF는 양도세로 과세되기 때문에 250만원을 제외한 양도차익의 22%가 과세된다. 대표적인 달러표시 금 ETF로는 블랙록 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아이셰어골드트러스트(iShares Gold Trust)와 SPDR골드셰어(SPDR Gold Shares ETF)가 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이 10% 정도다.
금을 제외하고 원자재에 대해선 중립적인 시각이 많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주택 관련한 내구재향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산업재 위주의 원자재들은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2023년 10월 추진된 중국의 부양책으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024년 말로 갈수록 수요 우려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엘니뇨가 후퇴하면서 에너지나 곡물, 산업금속 모두 반등할 여지가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 모두 공급 부담은 있지만 에너지 전환에 따른 수요 구조 변화가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4년 4분기 엘니뇨 후퇴에 따른 난방 전력 수요 증가가 산업금속으로 전가되면 반등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