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밤 9시. 서울 청담동에 자리한 클럽 앤써 일대는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진행하는 바텐더 세계챔피언(월드클래스) 대회의 한국 예선 결승전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한마디로 말해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대회다. 국내 유명 칵테일 바의 메인 바텐더들이 모두 출전해 자신의 기량과 실력을 겨룬다. 디아지오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챔피언은 오는 7월 그리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바텐더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세계 바텐더 챔피언십은 전 세계 바텐더들이 칵테일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겨루는 행사로 우승자는 상금과 세계 챔피언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다.
이날 진행된 한국 예선에서는 엘본더테이블의 박성민 바텐더가 4전5기 끝에 한국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는 “20대에 출전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며 “오랜 노력 끝에 챔피언에 오른 만큼 세계 대회에서 한국의 바텐더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진과 과일, 그리고 새로운 재료를 통해 지금까지 없던 맛과 매력적인 향기를 만들어내는 바텐더들의 진검승부를 살펴봤다.
칵테일, 영화에 빠지다
총 3번의 대결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다양하고 진기한 칵테일이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중에서도 관람객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는 가장 먼저 열린 ‘할리웃 챌린저’였다. 할리웃 챌린저는 대회에 참가한 10명의 바텐더들이 자신이 직접 선택한 영화를 모티브로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경기다.
10명의 바텐더 중 가장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이는 커피바 K 청담의 오연정 바텐더의 <노팅힐>이었다. 유명 여배우와 순박한 도시청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영화 <노팅힐>의 대사와 등장 소품 등을 활용해 오연정 바텐더는 ‘Indefinitely’라는 새로운 칵테일을 창조했다. 꿀에 절인 살구와 살구향이 나는 싱글톤을 활용해 만든 ‘Indefinitely’은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살구향이 입안을 젖게 만든다.
18세기 말 프랑스 파리 일대를 무대로 한 영화 <물랑루즈>의 주인공 새틴의 섹시함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조정현 바텐더의 ‘Tears of Rose’ 역시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장미시럽을 첨가해 강렬한 레드 빛을 내는 ‘Tears of Rose’는 디아지오의 텐커레이 넘버텐과 크랜베리 주스, 후레쉬 레몬주스 등을 조합해 빚어낸 칵테일이다. 특히 다른 칵테일에서는 보기 어려운 ‘목캔디 파우더’도 사용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위)카나페 챌린저, (아래) 시상식
4전5기의 주인공, 한국 대표로 우뚝 서다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낸 헐리웃 챌린저가 마무리된 후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월드클래스 대회는 곧바로 ‘카나페 챌린저’를 뒤이어 개최했다.
카나페 챌린저는 칵테일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가벼운 먹을거리로 바텐더 본인이 선택한 카나페에 어울리는 새로운 칵테일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카나페 챌린저는 본선 두 번째 경기로 앞서 진행됐던 헐리웃 챌린저 참가자 중 절반만이 선택돼 참가했다.
뒤이어 마지막 관문인 ‘스피드 챌린저(10분 안에 6개의 칵테일을 만드는 경기)’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시작했던 경기는 이미 밤 9시를 향하면서 한국을 대표할 최고의 실력을 가진 바텐더를 선택할 시간이 됐다.
3명의 후보 중 월드클래스에 진출해 태극마크를 달고 칵테일을 만들어낼 바텐더로 선택받은 이는 바로 엘본더테이블의 박성민 바텐더였다. 챔피언에 오른 박성민 바텐더는 “그동안 월드클래스 국내 예선만 4번을 치렀다”며 “오랜 시련 끝에 얻은 기회인만큼 월드클래스 국제대회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자신했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박성민 바텐더를 챔피언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헐리웃 챌린저를 통해 선보인 시그니처 칵테일 ‘돈 훌리오 르 블랑’의 창의성과 칵테일의 풍미가 좋았다”면서 “이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후 진행된 카나페·스피드 챌린저에서도 우수한 실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민 바텐더는 한국 대표로 오는 7월 ‘월드클래스 2013’ 세계대회에 참가해 프랑스, 모나코, 스페인을 순회하는 지중해 크루즈 선상에서 세계 곳곳의 바텐더들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