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세계적 건축가에 와이너리 건축 맡긴 자부심…호세 루이스 무귀로 마르케스 데 리스칼 오너
입력 : 2012.10.05 17:48:38
수정 : 2012.10.26 15:20:36
프랭크 게리는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 예술적 건축물로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다. 그 유명한 건축가에게 건물 디자인을 맡긴 와이너리가 있다. 바로 스페인 리호아의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다. 덕분에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단위 면적당 건축비가 가장 비싼 건물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 와이너리 오너 중 한 사람인 호세 루이스 무귀로 씨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1858년 설립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전통과 혁신을 함께 아우르는 철학을 가진 와이너리다”라고 소개했다. 또 “보르도 양조기법을 도입한 스페인의 첫 번째 와이너리”라고도 했다.
1862년 첫 번째 병입을 시작한 이 와이너리는 엄청난 사건(?)으로 단번에 세계적 와이너리 반열에 올랐다.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을 제친 ‘파리의 심판’보다 80년이나 앞선 1895년 보르도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유수 프랑스 와인들을 제치고 최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보르도의 심판’이라고나 할까.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당시 수상 증서를 리제르바와 그랑 리제르바 병에 소개하고 있다. 그는 와인이 유명해지자 모조품이 나와 금줄로 와인 병을 묶기 시작했는데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로버트 파커에게 최고 99점까지 받기도 했다. 2011년 드링크스 인터내셔널지는 이 회사 와인을 샤또 라뚜르나 샤또 라피트 등과 함께 세계 톱10 와인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무귀로 씨는 “2011년 중국 와인옥션에서 하루 16만1000유로어치가 팔렸다. 1862년부터 2005년 빈티지까지 내놨는데 중국인들은 1898, 1908, 1958 등 8자가 들어간 빈티지를 특히 선호했다”고 소개했다. 리호아에서 최고의 레드 와인을 만든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최고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1972년 북부 루에다 지역에도 와이너리를 열었다. 최근 리호아에선 아이콘 와인인 바론 데 치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귀로 씨는 유럽 위기를 “재앙(Disa ster)”이라고 했다. ‘재앙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하자 그는 “우리는 더 심각하게 안다”고 했다. 그렇지만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수출 비중이 높아서 타격이 작다고 했다.
“자라나 페로비알(스페인 최대 건설사, 런던 히스로 공항 지분도 소유) 같은 회사는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어서 양호한 편이다. 스페인엔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와이너리들이 많지만 우리는 해외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아시아가 희망이다.”
그는 7년 전만 해도 내수 70%, 수출이 30% 정도였는데 아시아 시장이 급성장해 지금은 수출 62%, 내수가 38%로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했다. 또 여담으로 “유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촌이 삼성중공업에 6만5000톤급 유조선 두 척을 발주하기도 했다. 가격도 좋고 아주 잘 만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레드 와인은 샤또 마고의 와인 메이커 폴 퐁탈리에의 컨설팅을 받아 만든다고 했다.
“퐁탈리에는 좋은 포도에서 좋은 와인이 나온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의 의견에 따라 리제르바는 35년 이상 된 나무, 그랑 리제르바는 40년 이상 된 나무에서 딴 포도로만 만들고 있다.”
와이너리와 포도밭에 부티크 호텔도
프랭크 게리에게 와이너리 건축을 맡긴 이유를 묻자 “그는 너무 유명한 건축가다”라는 한마디 답변이 돌아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을 최고의 건축가가 지은 와이너리에서 만들겠다는 의미다. 처음엔 가문의 대부분이 반대했다고 한다.
“가족 모두가 반대했다. 나와 사촌만이 주장하고 밀어붙였다.”
그는 “작지만 큰 프로젝트였다”고 이 일을 설명했다. 프랭크 게리에겐 작은 일이었겠지만 와이너리로선 엄청난 프로젝트였다는 얘기다.
“그를 3일간 일정으로 초대해 놓고 생일을 물었다. 당연히 예의가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날 프랭크 게리 출생 빈티지(1929년) 와인을 오픈하겠다고 하니 감명해서 와이너리 건축을 승낙했다.”
6300만유로를 들여 현대적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배경으로 한 아이콘 같은 부티크 호텔을 세운 것이다. 이 스토리는 뉴욕타임스에까지 소개됐다. 프랭크 게리는 출생연도 빈티지 와인을 오픈하겠다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해서 세계에 남을 만한 와이너리가 세워졌다. 와이너리와 함께 들어선 부티크 호텔은 면적당 건축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호텔로 기록됐다.
2006년 시티 오브 와인(The City of Wine)으로 명명된 호텔과 와이너리 레스토랑을 포함한 건물을 개관할 땐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직접 참석했다. 시티 오브 와인은 지금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세계 휴양지 1001’에 선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