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정을 나누기에 좋은 추석이다. 이 좋은 명절에 어떤 추억을 쌓을까,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는 무슨 얘기부터 나눌까.
고민은 접어두자. 잘 고른 와인 하나가 모두의 말문을 열게 하고 마음을 풀게 할 것이니….
온 가족이 가볍게 한 잔 나누기엔 톡톡 튀는 버블이 입안을 간질이는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이나 신선하면서도 과일과 꿀향이 그윽한 소비뇽 블랑과 리슬링이 좋을 듯. 와인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상쾌한 느낌이 미소를 띠게 할 것이다.
고기 요리가 많은 추석 상에는 아무래도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느낌의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과일향이 살아있는 메를로 와인이 제격일 듯. 한국 음식에 잘 어울리는 론 와인도 고민하지 않고 집을 수 있는 대상이다. 다만 어떤 와인을 선택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모든 술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와인은 스토리를 곁들이면 더 맛이 있다는 것. 스토리가 담긴 와인 한잔이 이번 추석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이건희 와인·백악관 와인…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은 명품 와인들은 우선 격조가 있고 이야기 소재도 풍부하다. 프랑스산 ‘보카스텔 오마주 아 자크 페랑’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디캔터지에서도 별 5개(100점)를 받았다(150만원). 아르헨티나 와인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98점을 받았다(20만원).
올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생일 만찬 와인으로 유명해진 프랑스의 ‘이기갈 꽁드리유 라 도리안’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98점을 받았다(25만원). 백악관에서 국빈 접대 와인으로 자주 사용돼 ‘백악관 와인’으로도 불리는 로버트 몬다비의 최상급 와인 까베르네 소비뇽 리저브는 30만원에 나왔다. 신동와인은 실속형 상품으로 로버트 파커가 ‘남부 론 최고의 와이너리’라고 극찬한 보카스텔의 ‘페랑 라 페름 줄리앙 세트’(6만원)와 스페인 토레스의 베스트 셀러 와인으로 구성한 ‘그랑 코로나스 이베리코 세트’(7만5000원), 와인 스펙테이터가 베스트 바이로 선정한 ‘알라모스 세트’(6만원) 등도 내놨다.
동원와인플러스는 샤또 랭쉬 바쥐의 오너인 장 샤를르 까즈가 프랑스 랑그독 지방에서 만든 와인 ‘로스탈 까즈 에스티발’을 추천했다. ‘로스탈 까즈’는 가족이나 집이라는 뜻의 랑그독 지역 고대 단어로 명절에 따기에 좋을 듯. 가루다항공, 아메리카 에어라인 등의 비즈니스 클래스 와인이기도 하다.
산적 와인·불고기 와인 …
추석 상엔 적이나 잡채 불고기 송편 등 다양한 전통요리가 올라온다. 거기에 맞춘 와인은 없을까. 금양인터내셔날은 고기류를 다져 만든 육전엔 적절한 무게감이 있는 ‘노블 생떼밀리옹’이 궁합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75년 100년 뒤를 기약하며 국회의사당 앞 해태상 아래에 묻어 둔 와인이기도 하다. 가족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건네면 의미가 있을 듯. 2만8000원.
당면과 야채 고기를 버무린 잡채에는 부드러운 아로마의 피노누아가 좋은데 고기와 버섯의 맛을 함께 살려주는 ‘알베르 비쇼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3만8000원.
제사상에 오르는 고기산적엔 맛과 향이 진한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잘 어울릴 듯. 아르헨티나 최고 와인 트라피체 메달라는 묵직한 오크향과 풍부한 블랙베리향의 풀바디 와인으로 대부분 육류와 잘 어울린다. 7만원.
고기에 배 같은 과일이나 양념이 밴 불고기엔 이탈리아 슈퍼 투스칸 와인으로 유명한 루피노의 모두스(14만원), 갈비찜엔 풀바디 레드와인 1865 싱글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5만2000원)이 좋을 듯. 1865는 18홀을 65타에 치라는 말을 곁들여 골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친환경 고수하는 와인들
남미의 뿔을 뜻하는 코노 수르(Cono Sur)는 친환경 재배법으로 유명한 칠레 와이너리. 자동차 매연을 염려해 자전거를 타고 농장을 이동할 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곳이다. 코노 수르 20배럴즈(20Barrels)는 영국 황실에 납품하려고 최고 품질의 배럴 20개를 선정해 만든 리미티드 프리미엄 와인으로 품질과 가치가 높다. 2010 코리아 와인챌린지에서 금상을 받았고 로버트 파커가 90점을 주었다. 에밀리아나는 ‘The Business Drinks’지가 올해의 그린컴퍼니로 선정한 칠레 최대의 유기농 와이너리. 떼루아 본연의 특징과 자연이 주는 고유한 개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와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곳이다. 아도베 메를로 2011과 아도베 쉬라 2011이 나왔다.
가볍고 상큼한 스파클링 & 화이트와인
호박전이나 대구전 등을 놓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때는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나 상큼한 화이트 와인이 좋을 듯.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파클링 와인 간치아 프로세코는 가족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 간치아 플래티늄 프로세코는 5만5000원.
소비뇽 블랑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은 와인 스펙테이터 Top 100에도 여러 차례 오른 화이트 와인. 적절한 산도에 구스베리와 풀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식전주로도 좋다.
슈퍼 스파클링 와인의 원조로 불리는 ‘그랑 뀌베 1531’(5만6000원)은 1531년 프랑스 생힐레르 수도원의 베네딕트 수도사가 개발해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을 세계에 알린 프리미엄 와인. 편하고 기분 좋게 마시기에 좋은 스토리 와인이다. 골퍼가 있는 자리엔 원조 골프와인 ‘캘러웨이 샤도네이’를 내놔도 좋을 듯. 까베르네 소비뇽과 함께 담은 세트(8만5000원)로 나왔다.